1박2일, 강호동 '내귀에 돼지'가 피날레였던 이유?
지난 주에 이어,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청자투어 2탄'이 방송된 21일 최고의 이슈는 '내귀에 돼지'였다. 백지영과 짐승돌 2PM 옥택연의 듀엣곡 '내귀에 캔디'를 패러디 한 '내귀에 돼지'. MC강호동이 백지영과 한달 여간 연습끝에 시청자투어 특별공연에서 뽐낸 것이다. 짐승남의 포스에 코믹함을 버무린 강호동의 변신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재미못지 않은 노력의 흔적이 묻어났다.
1박2일, '정(情)'으로 배를 채운 저녁식사
<1박2일>은 그 자체가 이미 시청자투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지금껏 지나간 자리, 만난 사람들은 시청자가 사는 곳이며, 실제 시청자들이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었고,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그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은, 저녁식사 복불복이었다.
그들의 저녁을 책임진 것은 연평도 꽃게, 벌교 꼬막, 박찬호가 보내 준 치킨과 콜라, 이승기 어머니가 보낸 떡, '집으로'편의 기산리 주민들이 직접 빚은 만두였다. 모두가 <1박2일>과의 인연이 빚어 낸 음식들이었다. 눈으로 즐겨도 배부를 정도의 '정(情)'으로 차린 음식들.
그러나 짓궂게도 제작진은 '최고의 만찬'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배를 타고 가는 팀들에겐 '노래부르기'의 미션을 부여했고, 비행기 편으로 제주도에 미리 도착한 팀들에겐 멤버들의 '이름외우기'를 복불복 과제로 내놓았다.
은천재 은지원의 감은 죽지 않았다. 미션이 '이름외우기'가 될 것이란 걸 캐치한 반면, 김C는 퀴즈가 될 것이라 예감한다. 당연히 은지원은 성공이 확실해 보였고, 불가능하다고 토로한 김C는 실패할 듯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다. 은지원이 이름외우기에 소홀했다기보단, 사람이기 때문에 범할 수 있는 실수다. 반면 김C는 부담을 떨쳐내고 집중력을 이어간 끝에 성공한 것.
은지원으로 인해, 유니버셜 발레단은 꽃게와 꼬막을 시식할 기회를 잃었다. 쌀밥에 김치반찬 하나로 저녁을 해결할 무렵, 김C와 여자럭비팀이 그들에게 찾아온다. 자신들의 음식을 미션에 실패한 은지원과 유니버셜 발레단에게 나눠주기 위한 것. 이 그림은 굉장히 따뜻하다. 그리고 은지원의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패의 결과가 잔인한 것만은 아닌, 또 다른 기회는 주어진다는 것. 그들은 음식을 통해 정을 나누었다. 그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한 인연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한 모습이다. 이것은 제작진이 바란 복불복의 결과고, 시청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장면이다. 성공에 목적을 담기보단 나눔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
선상위 밤하늘에 폭죽쇼가 펼쳐졌다. 누구나 보고 멋지다,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불꽃놀이다. 눈부신 불꽃들을 보며 그들은 행복해 했다. 마치 브라운관의 <1박2일>이 밤하늘에 불꽃들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보고 흐뭇하게 즐길 수 있는 예능. 단순히 화려하기 때문이 아닌,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1박2일, 강호동 '내귀에 돼지'가 마지막을 장식한 이유?
본격적인 복불복을 다음주로 넘기고, 특별공연이 방송을 탔다. 첫테이프를 끊은 MC몽과 김태우. 공연이 주는 즐거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사람의 무대가 빛이 난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 이어진 은지원과 이수근의 '160'. 강약조절을 하듯, 이번엔 웃음에 포인트를 맞춘다. 역도부OB와 항공대의 무대는 아마추어팀이 보여줄 수 있는 끼와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시간들이다. 그리고 시청자투어 2탄 2부의 대미는 강호동과 백지영이 장식한다.
사실 시청자투어 2탄의 2부는 잔잔한 바다위를 항해하듯, 파격보단 소소한 재미들로 채워졌다. 특별한 긴장감없이 따뜻함만으로 채우고 달렸다. 특히 배와 비행기편으로 나뉜 뒤, 분위기가 1부에 비해 처진 면이 없지 않았다. 역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의 표현이 어울리는 <1박2일>이다.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나는 프로그램이다.
대규모 투어 참가들을 아우르는 강호동의 존재는 그래서 빛이 난다. 그가 있는 곳엔 기운이 넘친다. 그 기운은 본인뿐 아닌, 상대방을 함께 업시키는 힘이 된다. 그의 흡입력은 세대를 불문한다. '내귀에 돼지'는 강호동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MC몽과 김태우의 무대도, 이수근과 은지원 콤비도 좋았지만. 강호동이 뿌린 폭발력은 과연 맏형답다.
백지영과의 완벽한 조화속에 진정한 짐승의 몸부림. 시청자투어가 최고조에 이른다. 짐승MC 강호동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다. 평탄한 바다속에 거친 풍랑같이 몰아친 그의 공연으로, 시청자투어의 재미와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놓는다.
'내귀에 돼지'가 시청자투어 2부의 피날레를 장식한 건, 포스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내귀에 돼지'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의 공연이 죽을 수도 있다. 제작진이 영리한 건, 남아있는 공연들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배려로, 순서와 편집을 한 것에 있다. 중간에 복불복을 미루고 특별공연으로 넘어간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덕분에 다음주에 방송될 특별공연은, 시청자가 새로운 기분으로 또 다른 맛에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됐다. 아직 끝나지 않은 '1박2일 시청자투어'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