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 장혁, 오열에 빵터진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0. 2. 18. 07:52




언년이(이다해)와 태하(오지호)의 행복한 모습을 발견한 대길(장혁)은 좌절했다. 오직 언년이를 찾기 위해, 지난 10년 간을 피도 눈물도 없는 추노꾼으로 살아왔던 대길.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 언년이가 있었지만, 너무나 멀리 가 버린 그녀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돌아서는 남자. 쏟아지는 뜨거운 눈물.

<추노> 13회에서, 혜원(언년이)과 태하가 혼례를 치뤘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운되는 효과를 낳는다. '추노'는 주인공 대길에 의해, 극 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가 뛰면 '추노'는 달렸고, 그가 웃을 땐 '추노'의 긴장감이 이완됐다. 그리고 그가 눈물을 흘릴 땐, '추노'도 슬픈 멜로가 될 수 밖에 없다. 언년이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듯, 태하와 결혼한 상황은, 대길 뿐 아니라 시청자마저 허탈하게 만든다. 언년이가 대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전체적으로 처진 13회 분위기는, 미친 존재감 천지호(성동일)조차 살리기 버거워 보였다. 철웅(이종혁)의 아내 선영(하시은)과 독대한 장면은, 빛나는 연기대결로 비춰졌지만 여운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살인귀로 변한 철웅 또한 예전 같지 않아 보였다. 태하에게 씻기 힘든 수모를 겪은 그가, '와신상담'은 고사하고 다시금 태하와 원손을 찾아나선 것은 오버로 다가올 정도였다. 드라마가 이상하게 긴장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다 대길이 때문이다?' 대길이가 비틀거리자, '추노'가 비틀거렸다.  

추노질을 그만두고 한양으로 올라가자는 대길의 말에, 왕손이(김지석)는 눈앞에 오백냥(사실 오천냥) 도망노비 태하를 두고 갈 수 없다며 반항한다. 분위기 파악의 아이콘 최장군(한정수)은, 대길을 따로 불러 묻는다.

"자네, 언년이를 봤나? (언년이 때문인가?)"
"자네, 언년이를 봤군. (언년이 때문이군.)"
 
대길은 눈물을 흘리며 본심의 감추지 못한다. 이 때 흐른 대길의 눈물은, 정말 진하고 아프게 느껴졌다. 그러나, 저잣거리의 대길은 어떠했는가?


대길(장혁)의 오열에 빵터진 이유

태하와 언년이의 혼례를 뒤로 하고, 저자로 걸어 나온 대길. 대길은 세상을 잃었고, 자신을 잃어버린 듯 했다. 대길과 언년의 재회를 누구보다 바랬던 시청자마저 허탈했으니, 주인공 대길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연기 달인 장혁이 눈물을 글썽이다, 갑자기 큰소리를 울음을 터트렸다.

"으 아앙....."

엥? 눈을 의심하고, 귀를 의심했다. 대길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우는 모습이 마치 어린애 같았다. 어머니의 손을 놓친 길 잃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장혁의 목소리와 얼굴에 드러난다. 의도적으로 아이처럼 울었던 것일까. 혼란스러울 정도의 대성통곡. 여하튼 그 모습에 빵터지고 말았다. 도저히 그동안 장혁과 매치가 되지 않았다. 설화(김하은)가 대길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더욱 비교가 된다.


대길의 코믹 3종세트 - 좀비, 스토커, 왕따

장혁의 '눈물연기 폭도 참 넓고 다양하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장혁은 산자와 죽은 자 사이를 오가듯 '좀비' 대길로 또 한번 변신한다. 언년이를 떠올리며 허공에 한 손을 내미는 연기. 두 손을 내밀었다면 정말 좀비 느낌이 났을 것이다. 결정타는 스토커 대길. 태하와 언년이의 신혼 첫날 밤에 나타난 대길. '사실 이건 좀 심했다.' 언년이의 고무신을 부여잡고, 추억에 잠길 때, 그림자로 비치는 태하와 언년이의 농도짙은 스킨쉽. 이를 지켜봐야 하는 대길이 이보다 더 불쌍할 수 없다. 갑자기 사랑방에 불이 꺼진다. 대길을 제대로 왕따시키는 분위기가 완성됐다.

대길과 언년이의 운명적 재회

축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상황을, 시작해서 5분, 끝나기 5분 전이라고 한다. 골이 많이 터지기 때문이다. <추노>가 가장 잘 만드는 부분이 바로 시작 5분, 끝나기 전 5분이다. 추노의 앞뒤 5분은, 매회 레전드로 불릴 정도로, 시청자의 긴장감을 업시키고 다음 회의 궁금증을 폭발시키며 기똥차게 장식한다.

13회도 다르지 않았다. 지금껏 <추노>가 숨가쁘게 달려갔던 가장 중요한 목적지는, 바로 대길과 언년이의 재회 장소였다. 극의 변곡점이 될 그 운명의 장소. 그리고 마침내 대길과 언년이가 만났다. 꿈과 현실의 경계선 사이에, 슬픈 운명의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언년이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흐릿하게 보이는 대길도련님. 놔주려 했지만, 놔줄 수 없는 인연 언년이를 바라보는 절제된 대길의 표정. 앞에서 빵터트린 대길은 없었고, 신이 내린 연기자 장혁의 카리스마가 브라운관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