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리얼 좋아하세요?
거기서 소매치기
스턴트맨.
이것이 진짜배기 리얼이다!
현재 예능의 대세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Reality.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은 웃음이다.
그 안에 잔잔한 감동까지 얹어진다면, 시청자들은 더 크게 반응한다.
그리고 여기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배꼽 빠지는 웃음과 잔잔한 감동이 묻어있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 채, 묻혀버린 독립영화가 있다.
본 사람들은 안다, 그리고 인정한다. 얼마나 재밌는지를.
리얼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
리얼버라이어티보다 웃기고, 더 재밌고, 제대로 리얼한.
2008년도에 개봉한 <우린 액션 배우다!>
제목 봐라.
마치 외국영화의 원제를 우스꽝스럽게 번역해 놓은 거 같다.
<우린 삼류영화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와 같이 때론 제목이 영화를 흠집내기도 한다.
소개도 하기 전에 이 영화가 그렇게 다칠까봐 우려스렵다.
그러나 왜 제목이 <우린 액션배우다!>라고 정했는지
영화가 끝난 뒤에 알게 된다.
이렇게 영화의 테마와 제목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이 영화는 다큐 형식을 따온 독립영화다.
세명의 주인공을 중심축으로 한 영화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스턴트맨이다.
그들의 얼굴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액션스쿨의 진짜 스턴트맨들이다.
화려한 배우들의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철저한 그림자.
그들의 세계를 코믹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
한 편의 <인간극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인간극장>의 포맷을 따와, 웃음으로 비틀어버린 영화.
다큐형식이라 칭하면 왠지 따분하고 지루할 거 같다.
따분하게 흐를 수 있는 방식에 웃음이란 코드를 접속한다.
주인공이 스턴트맨이지만, 몸개그를 다루지 않는다.
사실적인 액션씬이 예고없이 툭 나올 때면, 오히려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색깔은 평소 친한 친구들과 만나 수다떠는 느낌?,
사실적이라 빵터지는 빅웃음도 있고, 친근한 잔웃음도 있다.
웃을 수 없는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으며,
결코 웃음으로 그칠 수 없는, 표정없는 그림자도 영화 속 구석구석을 따라다닌다.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영화다.
플롯이 존재하고,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엮여있다.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그리고 진짜배기 리얼리티가 있다.
일반영화속에서 스턴트맨로서 대역과 엑스트라를 담당하는 그들을
우린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찾아야 만날 수 있다.
카메라는 그림자를 비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는 죽음이란 공포와 맞서 생사를 넘나드는 촬영을 하고 있지만,
화면 뒤에선 아무도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스턴트맨은 신이 아니다. 그들도 사람인데,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 두려움마저 이 영화는 애써 몇 번이고 감추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자신들의 힘든 점을 알아달라고 구걸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고, 똑같은 사람으로서 겪는 희로애락을 전해준다.
그리고 절대 놓치지 않는 웃음이라는 줄기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진다.
솔직한 이 영화를 보며 웃고 있던 나는,
어느 새 그 웃음이 머리를 통해 그들의 조금은 소통할 수 있는 이해로 바뀌고,
가슴으로 내려와 닿아서는 진한 어떤 것으로 한 번 더 비틀어져 남는다.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억지스럽지 않게 그저 담백하게 다뤘기에
어쩌면 나에게 더 호감을 갖게 만들었는 지도 모른다.
2008년도 개봉하고 사라진 이 독립영화는,
그들의 영화인생처럼 소리없이 자취를 걷어내 가고 있다.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나 독립영화 <워낭소리>와 <똥파리>가 사랑받는 이 시점에.
요즘 같이 리얼버라이어티가 브라운관에 쏟아지는 상황에
문득 스쳐 지나간 이 영화가 떠올랐다.
리얼버라이어티를 만드는 일선에 PD나 작가, MC들에겐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고.
리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웃고 즐길 수 있으며,
리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나 아닌 또 다른 인생을 배울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를 통해 우린 적어도 무언가는 얻게 될 거라고 감히 말한다.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
그렇다.
당신들은 진정한 액션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