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 이다해, 민폐와 킬러본능?

바람을가르다 2010. 2. 9. 08:17




<추노>가 인기드라마로 등극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가지다. 대본, 연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배우의 측면만 놓고 봤을 때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추노꾼 이대길 역할을 맡은 장혁이라고 할 수 있다. 타락천사가 강림한 그의 눈부신 연기는 엄청난 흡입력을 담보한다. 그러나 드라마가 초반몰이에 성공하며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뜨거운 감자 '이다해'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논란의 바다 '이다해', 네티즌을 낚았다?

1. 뽀샤시한 언년이는 조선시대 노비라고 할 수 없다. 비비크림이 왠 말이냐? 초복이(민지아)에게 찾아가 더러운 화장법부터 다시 배우라. 또한 하얀 소복을 벗던지, 세탁소에 발길을 끊어 달라. 그리고 어설픈 남장따윈 두번 다시 하지 마라.  
2. 이다해 노출 금지령? 가슴골은 물론, 어깨선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최악의 해프닝 모자이크만은 피해 달라.
3. 이다해 살생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2010년 민폐의 역사를 다시 쓴 이다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캐릭터를 수정하고 칼을 들어라?
4. 잘 나가던 송태하(오지호)마저, 삼켜 버린 논란의 키스신. 일,이각을 다투는 극의 급박한 사정을 알면서도 니들이 할 짓이냐?  

마치 지중해를 덮친 쓰나미를 보듯,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이다해의 후폭풍. 깊이도, 끝도 보이지 않는 논란의 바다, '이다해'. <추노>가 낳은 최고의 트러블메이커. 네티즌들에게 아낌없는 소스를 제공하는 그녀의 희생정신(?)은, 정작 시청률에는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반 노비 언년이의 분장논란은 사전 제작을 겸비한 상황이라, 제작진의 해명과 함께 일부 가라앉았고, 필승카드 '노출'도 잠잠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청자를 괴롭히는 캐릭터인 민폐의 여신 '혜원'은, 꼬리 아흔 아홉개 달린 구미호 취급을 받으며 가루가 되게 까이고 또 까이고 있다. 이쯤되면 혜원과 운명을 같이 할 이다해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다해, 대국민 민폐선언과 존재감사이

민폐녀 혜원을 바라보는 시청자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현재 혜원은 대길이 살아있음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언년이에서 혜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순종적이고 의존적이다. 대길에게 그러했고, 마찬가지로 태하에게 몸을 맡긴 형국이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옛사랑 대길이 살아있다는 사실과 그를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만나게 되었을 때 혜원의 캐릭터는 어떻게 달라질까? 여전히 누군가의 민폐녀로 남을까?

심경의 변화를 동반하고 갈등할 수 밖에 없는 그녀. 카드는 하나로 좁혀진다. 바로 현재 사랑하는 태하도, 과거에 사랑했던 대길에게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녀는 두 남자를 떠나, 홀로서기에 들어갈 운명이다. 민폐 딱지를 떼어 내고, 많은 시청자가 원하는 독립된 여성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녀의 주변에 대길과 태하가 서성이겠지만 말이다.

<여명의 눈동자>를 떠올리면, 보다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 여옥(채시라)은 첫사랑 대치(최재성)가 죽었을 거란 사실에, 하림(박상원)과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여옥의 눈앞에 나타난 대치. 그녀는 갈등하고, 결국 아이의 아버지 대치에게 돌아가지만, 하림으로 인해 변질된 사랑은 대치와 여옥의 사이를 좁히지 못한다. 결국 여옥의 선택은 어떤 남자의 품에도 머물지 않은 채, 홀로 서는 것이었다.  


이다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너무 급하다. <추노>는 24부작이다. 이제 10부가 끝난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10부 동안 극의 중심은 이다해가 아니라, 추노패 대길과 도망노비 태하의 추격전이라고 볼 수 있다. '추노'라는 제목에 충실한 '도망노비를 쫓는' 상황이 강한 줄기였던 것이다. 동시에 시대적인 상황과 극이 발전할 전체적인 그림을 설명하는 단계였다. 앞으로는 드러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단계로 접어든다.  

언년이의 실체를 파악한 대길, 대길의 존재를 알게 될 언년이. 그리고 송태하. 이들의 삼각관계는 지금부터 시작이고, 그 중심에 흔들리고 방황하는 두얼굴 언년이와 헤원이 존재하게 된다. 이다해의 본격적인 연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다해의 캐릭터도,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도 이전보단 이후에 맞춰져야 한다. '장혁-오지호'에서, '장혁-이다해-오지호'로 중심축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대길, 우태하를 저울질 할 이다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극의 무게감이 달라질 것이다. 10부까지 대국민 민폐선언을 했던 이다해. 그러나 드라마가 10부작이 아니다. 24부작이란 긴호흡을 생각한다면, 이다해의 존재감은 대길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어떤 형태로든 빛나게끔 되있다.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면 된다. 그녀의 캐릭터도 연기에 대한 킬러본능도, 이제 막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