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에 남자만 있고 자격은 없다.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이 프로는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답답하다.
<남자가 죽기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구미가 당기는 컨셉을 가지고.
틀에 박힌 구성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일단 캐릭터부분은 70점은 주고 싶다.
나머지가 없다.
24시간동안 그들은 일일 체험을 한다.
체험속에서 웃음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고정관념을 깨주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뭔가 깨달음을 준다?
일일 체험을 통해 남자의 자격이란 이런 거다?
그렇다면 기존의 방식과는 차별을 두었어야 한다.
그냥 하루 버티기의 인상을 주면 프로는 생기가 떨어지고 탄력을 받을 수 없다.
<리마인드 웨딩>과 <금연편>은 인상적이었다.
반면, <군대 두번가기>와 지난 주 <육아체험>는 식상했다.
그러나 해병대편과 육아체험속엔 자격은 없고 남자만 있다.
멤버만 바뀌었을 뿐,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던 구성을 그대로 답습했다.
너무 자주 보던거라 말장난 몇 번에 웃음, 그걸로 끝이다.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은 그들뿐이 아니라, 시청자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군대 다시가기 편>
그들이 2년 동안 다시 복무하는 게 아니다.
절대 그들이 다시 군대 갈 일은 생기지 않는다.
왜 그들이 군대를 다시 가기 싫은 것인지로 시작을 달리는 건 좋았다.
이후, 단순히 일일병영체험이라는 구식 포맷을 가져온다.
그들이 군대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들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제일 힘들었던 훈련과 장소도 있을 거고, 옛사랑이 면회를 와주던 기억도 있을 거고.
군대 첫날밤, 훈련중에 어머니께 편지를 쓰던 기억속에 어떤 말을 남겼는지.
많이 맞았던 장소도 떠오르고, 웃었던 곳, 울었던 곳을 찾아가.
왜 군대를 다시 가고 싶지 않은지.
그리고 왜 군대를 가야 남자가 되는 지.
보다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늠름해진 이정을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냥 다른 예능프로처럼 하루 병영체험하면서 힘들어, 못해먹겠어.
<남자의 자격>이 아니라 <하소연의 자격>
이렇게 안 해도 될 짓 굳이 하면, 하소연할 자격이 생기는 거다?
<육아체험 편>
아이를 돌보며 남자들이, 아저씨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지 담고 싶었다는 PD.
그거랑 남자의 자격이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이미지 마케팅?
아내, 그리고 엄마를 다시금 돌아보는 남편, 그리고 남자의 모습을 기대했던
<남자의 자격>에 대한 바람은 철저히 부서진다.
도입부터 식상을 벗어나질 못한다.
전형적인 구식 포맷이다. 울고 달래고 하는.
아기 돌보는 거, 결혼 못해 본 나도 싫다.
전에 조카를 봐준 적 있는데, 1시간 지나니까 슬슬 미치겠더라.
2시간 지나면서 셧아웃이다.
한마디로 너무 뻔한 얘기다. 그 뻔한 걸 하루동안 참는다.
뻔한 구성과 스토리라인을 안고 달려드니,
요란하고 산만한 모습만 눈에 잡힌다.
다음 주 예고 편 보니까 절망적이다.
무슨 인형 같은 거 뒤집어 쓰고, 아이들한테 이벤트를 해주고 있다.
하루니까 가능할 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 일곱명이 아이 셋을 두고 그야말로 생쇼를 하고 있다.
여기서 남자의 자격은 실종된다.
죽기전에 해야 될 남자의 101가지 미션이 하루동안 아이 돌보는 것인가?
하루동안 아이들속에 옳아매고 나서 얻는 게 뭔가?
웃긴가? 웃기기도 않던데, 그럼 뭔가?
아내와 엄마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다뤄야 남자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보여주었다면, 적어도 덜 식상하진 않았을까?
접근이 한마디로 너무 구식이다.
게다가 컨셉과도 앞뒤가 안 맞는 찢겨 나간 그림이다.
남자의 자격을 보여주려면,
일반인이든 도우미든 데려다가 제대로 배워야 한다.
왜 엄마들이 고충을 받고 있는 지, 왜 남편들이 아이 돌보는 데 서투른 지.
서투르니까 하기 싫은거다.
아이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막막하니까 하기 싫은 거다.
그건 엄마들도 마찬가지이다.
엄마들은 그걸 억지로 참는다.
그들이 시청자에게 남자가 죽기전에 해야될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의도와 자세를 담을 수 있는 기획과 행동을 보여주는 게 시선을 더 끌지 않았을까?
무턱대고 아이들을 풀어놓는다.
울고 있는 아이들을 달래는 동안 화면은 요란하고 산만해진다.
멤버들의 행동들도 몇몇에 의해 움직일 뿐, 전체적으로 산만해진다.
그 산만한 거 보여주자고, 2주를 할애할 필요가 있을까?
24시간에 얽매일 게 아니다.
차라리 아이를 돌보는 방법을 일반 엄마들에게 18시간동안 배우고,
단 6시간동안만 한 번 아이들을 제대로 컨트롤하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했다.
6시간이면 아이보는 거 얼마나 힘든 지 뼈저리게 느끼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렇게 배워도 멤버들은 18시간동안 배운, 반도 써먹지 못할 것이다.
우왕좌왕 당황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남는 건 있다.
그들이 일일 체험을 통해 시청자에게 보여주려 한 메시지.
짧은 시간이지만, 진짜 제대로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좋고,
각자 멤버들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좋은 과정과 나쁜 과정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하루동안이지만 효과적인 아이템안에서,
배우고 노력하며 실질적으로 응용해서 남자가 보지 못한 작은 것들을 깨닫게 될 때,
진짜 남편, 남자로서의 자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가 된다는 점이다.
하루동안 아이들을 달래고 지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저씨들 귀엽죠?
하루동안 아이들을 달래고 지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엄마들, 아내들 힘들죠?
그들이 그렇게 기진맥진하는 거 보면,
남자들은 오히려 아이 돌보기가 더 꺼려지진 않을까?
단지 시청률을 잡고 싶은 마음에 조급하게 잡아버린 아이템이었고.
그래서 무난한 소재는 낡은 포맷으로 재생산되고
결국 살리지 못한 허술함 있었다.
소재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같은 소재라도 다르게 풀 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자꾸 예전 거 써먹는 버릇은 누구 아이디어인지 궁금하다.
이러다 그 다음주엔 번지점프하겠다고 달려드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왜 신선한 컨셉을 자꾸 삭혀서 내놓는가?
트렌드를 앞서가진 못해도 적어도 맞춰갈 수 있어야 되지 않는가?
<남자의 자격>이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될 101가지다.
남자들이 일상에 매몰되어 잃어버린 것들을 그들이 보여주길 바란다.
버라이어티가 잃어버린 걸 다시 찾아다 쓰려고 거창한 이름을 지었나?
사실 컨셉 자체가 알고보면 예능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그만큼 참신한 아이템이라는 반증이다.
살리고 싶으면 제작진과 멤버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없으면 과감히 컨셉을 버려야 한다.
<일밤>이 헤맨다고 장단 맞추고 있을 때인가?
아직 시작단계라고 보기때문에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앞선 호평이 무색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을 살리지 못하고 캐릭터가 잘 잡힌 이경규, 김국진 등이 카메라를 독점하면
오히려 프로는 침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