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삼형제, '도우미죽이기' 왜?
7일 방송된 '수상한삼형제'에서는 쌓이고 쌓였던 가족간에 불만과 갈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다 명절밥상에서 마저 폭발해,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이상(이준혁)에게 무조건 양보를 요구하는 '무한이기주의' 셋째며느리 주어영(오지은)과 가족들로부터 '끝없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둘째며느리 도우미(김희정)의 상반된 입장이 가장 눈에 밟혔다고 할 수 있다.
직장다니는 며느리를 대표하는 어영은, 회사 일을 핑계로 한 거짓말을 대가며 제사에 올릴 음식을 준비중인 우미의 부탁을 한 귀로 흘린다. 그리고 남편 이상(이준혁)과 시댁, 친정 따져가며 갈등을 빚는다. 급기야 설 아침, 시댁으로 가던 길에 남편을 두고 친정으로 돌아가는 어영.
친정아버지 주범인(노주현)이 홀로 차례를 지낼 생각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못이긴 남편 이상이 너그럽게 이해하긴 했으나, 어영의 행동은 옳지 못했다. 형님인 우미의 부탁대로 미리 찾아와 음식장만에 도움을 줬다면 모를까. 설사 어영의 입장이 곤란하다해도 결혼하고 첫번째 맞는 명절인데, 자기 입장만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고집하는 모습은 시청자로서 불편할 수 있었다.
돈벌겠다는 핑계로 우미의 부탁을 흘려버린 것은 맏며느리 엄청난(도지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실질적인 맏며느리 우미는 평소대로 명절음식을 홀로 차려야 했다. 우미가 목에 파스를 붙여가며 골병드는 지도 모른 체, '누군가 차렸겠지.' 하며 고마운 표시는 커녕 당연하게 음식을 먹고, 밥상에, 술상에 끊임없이 요구하는 남자들. 차리자마자 돌아오는 설거지거리. 쏟아지는 우미의 눈물. 한마디로 명절은 둘째며느리 '도우미죽이기'와 다를 바 없었다.
명절을 앞둔 '도우미죽이기'?
우미를 바라보는 시청자로선 화가날 수 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그녀를 희생시킨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날 도우미를 고생시키고 눈물 쏟게 한 일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현실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도우미를 불쌍하게 느끼고, 드라마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설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며느리들은 음식준비를 해야 하고, 손님을 받아야 한다. 특히 대가족에 제사를 지내는 집들은, 며느리가 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발에 땀나도록 장을 보고, 음식만들고, 여러번에 걸쳐 상차리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산더미같이 늘어나는 설거지를 생각하면, 극중 도우미의 말처럼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무리가 아니다.
'수삼'은 명절을 앞두고, 도우미를 눈물 쏙 빼도록 고생시켰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우미가 안쓰럽지 않냐고 물었다고 볼 수 있다. 한사람만 고생시켜서 되겠냐는 반문이다. 말로는 분담하고 서로 도와가며 명절을 준비하자고 해놓고, 막상 사적인 일이 생기자 얌체처럼 빠져 나가는 셋째며느리 어영(오지은)과 맏며느리 청난(도지원)을 보여주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이기적이고 안이한 생각들이 둘째며느리 우미를 죽인 꼴이다.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미리 상황을 저질러 놓은 것이, 오히려 현실에선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도우미의 고생을 보았던 시청자라면 그녀와 같은 입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명절엔 어떤식으로 대처하고 반응해야 할 지, 한번쯤은 미리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다.
이날 방송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내 속을 누가 알어."라는 푸념섞인 대사였다. 우미와 어영을 비롯한 며느리들은 물론, 극중에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속만 끓여서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자신이 처한 상황만 생각한 채,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몰라주는 가족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살다 보면, 자신이 힘들 때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힘들다고 해서, 상대방은 속편할 거란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가벼운 것인가. '수상한 삼형제'의 명절은 도우미에서 시작해서 도우미로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맺힌 그녀의 눈물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도우미는 브라운관속에만 있는 가상의 인물인가. 명절을 앞두고 막장드라마가 던진 화두를 생각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