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조작설에 대한 변명

바람을가르다 2010. 2. 6. 07:45



해피선데이 <1박2일>을 두고, 최근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잇따라 조작설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 어떤 점들이 조작으로 보였길래, 그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했던 것일까.

'리얼' 컨셉에도 조작은 있다?

<1박2일>뿐 아니라, <무한도전>, <일밤>, <패떴> 등 리얼버라이어티라고 부르는 모든 프로그램이 조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조작이라는 건, 단적으로 말해 오프닝에 들어가기 전이라고 볼 수 있다.

리얼 예능에 출연하는 멤버들은, 촬영 당일 무슨 장소에서 어떤 이유로 참여하는 지 제작진으로부터 미리 듣게끔 되있다. <1박2일>뿐 아니라, <무한도전>, <일밤>, <패떴> 등 리얼버라이어티라고 부르는 모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멤버들은, 큰 밑그림을 촬영 전에 숙지하고 참여한다. 이것조차 모른다고 부정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연기고 조작이다. 


출연자가 사전에 알고 있는 밑그림이란 무엇인가?

지난 주 방송된 <1박2일> 경북 안동 편을 짚어 보자. 오프닝에서 제작진은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에게 현금카드를 건네며, 게임을 통해 비밀번호를 먼저 알아 맞추는 팀이 용돈 3만원을 얻게 될 것이라는 미션을 준다. 이 미션 내용과 대강의 이동경로는 촬영 전에 멤버들이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다. 이를 모르고 시작하면 오프닝뿐 아니라 과정이 길어진다. 리얼예능에서 시간안배는 굉장히 중요하다. 쓸데없는 부분에서 시간을 소모하면 용돈만 찾다가 하루가 간다.

멤버들은 미션의 내용은 알지만 오프닝을 통해, 시청자가 룰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작진에게 질문하는 연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각 멤버들은 이 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룰을, 한사람당 한가지씩 제작진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했다. 바로 시청자도 알아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미션을 아는 것과 게임을 수행하고 용돈을 찾기 위한 방법은 별개다. 과정은 멤버들의 역량, 즉 리얼로 진행된다.


강호동의 실수

강호동이 안동찜닭의 남은 국물을 놓고, 은지원을 비롯한 YB팀에게 제안을 하는 장면을 보자. 그는 YB팀에게 한시간 동안 머슴을 하면 국물을 주겠다고 말한다. YB팀은 수락한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베이스캠프에서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은 '양반과 머슴'놀이다. 강호동과 멤버들은 전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만약 이 계획을 사전에 몰랐다면, 식당에서 강호동의 입을 통해 '머슴'이란 단어가 나올 수 없다. 더군다나 자기보다 동생인 YB들을 굳이 머슴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것도 한 시간 동안이라고 약속하는 연속된 우연은 상식적으로 발생하기 힘들다. '머슴' 부분은 명백한 강호동의 실수다. 편집에서 거르지 못한 제작진도 안이했다. 설사 이것이 나PD의 말처럼 정말 놀라운 우연이었다해도 조작의혹을 부풀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작 여부를 떠나 출연자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밑그림이며, 이런 상황들을 바탕으로 다른 에피소드들에 조작을 덧씌우면 곤란하다.    
  
밑그림들은 리얼 컨셉의 모든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출연자들에게 사전 고지하는 사항이다. 이것은 작가들이 쓴 대본에 포함된다. 이를 두고 조작의 근거로 삼는다면, 조작에서 자유로운 리얼예능은 없다.


시청자가 리얼로 봐야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한마디로 프로그램 전체라고 보면 된다. 그들은 분명 리얼을 찍고 있다. 과정은 모두가 제작진의 의도가 아닌, 개인의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본에 없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멤버들간에 두뇌싸움과 행동들을 통해 만들어 진다. 특정 멤버가 웃음을 위해 일부러 오답을 말하는 것도 리얼이며, 김C나 MC몽과 같이 통장비밀번호를 유추하는 것도 리얼이다. OB팀이 은행을 먼저 찾은 것도, 은지원을 비롯한 YB팀이 제작진을 매수하려 한 것도 개인의 즉흥적 발상에서 시작된 리얼이다.

단지 밑그림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과 상대의 캐릭터를 계산에 넣고, 치고 빠지는 게 자연스럽다. 역으로 은행으로 돌진한 강호동 뿐 아니라, 은지원의 죽지 않은 감도, 이수근이 앞잡이 노릇을 해왔던 것도, 밑그림을 숙지한 상태에서 일어날 상황을 개인의 예능감에 의해 예측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지, 멤버들이나 제작진과 구체적인 그림까지 미리 상의했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의 오랜 경험이 눈치코치를 통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방법을 매끄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만약 이런 과정들 마저 짜고 친다고 지적한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서 왜 저들이 진짜로 사귀지 않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결>에서 리얼은 제작진이 제시한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행동과 멘트로 표현한다. 주어진 상황은 대본에 있지만, 대사를 읽거나 지문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스타일을 표현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가식이든 리얼이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등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에 출연자들은, 속된 말로 밥만 먹고 예능하는 사람들이다. 눈치가 9단이다. 굳이 짜고 치지 않아도, 멤버들은 예능의 목적인 재미를 위해, 때때로 속아줄 때 속아줄 타이밍을 알고 지적할 때 지적할 줄 안다. 약속이 아니라 개인의 재량이다. 오히려 짜고 치면 자연스런 리액션을 방해한다. 너무 호흡이 잘 맞다보니 어처구니없게도 매번 조작논란을 낳고 있다. 시청자가 왜 너희들은 어색한 장면이 없냐고 의심하는 꼴이다. 앞뒤가 안 맞아 뒤틀려야 리얼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야 말로, 얼마나 촌스러운 발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