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김태희-이다해, 저주받은 트로이카?
KBS수목드라마는 묘한 징크스를 겪고 있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들이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윤은혜, <아이리스>의 김태희에 이어, 최근 <추노> 이다해까지 네티즌들의 과도한 지적 및 관리대상이 되버린 것. 이쯤되면 논란인지, 저주인지 헷갈릴 정도다. 재밌는 건, <아이리스>, <추노>는 말할 것도 없고, <아부해> 또한 시청률 10% 중후반을 오가며 나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였다는 사실이다.
윤은혜-김태희-이다해, 3인 3색 논란
<아가씨를 부탁해> 윤은혜, 발연기보다 무서운 발대본에 울었다?
연기자에게 있어 정확한 대사전달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엔 혀짧은 사람도 많다. 드라마속 여주인공 캐릭터의 혀가 짧다고 생각하면 용서가 된다. 그만큼 발음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고, 표정 및 감정을 연출하는 배우의 연기력 우선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은 윤은혜의 고질병인 발음논란을 잠재울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부해>의 강혜나는 캐릭터 자체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했다. 무미건조한 대사와 한 회당 두세번씩 오락가락했던 캐릭터의 우유부단함은, 윤은혜의 발음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캐릭터에 집중할 수 없으니, 시청자는 윤은혜의 발음이 더욱 거슬린다. 발대본이 만든 발연기가 <아부해>의 윤은혜다.
윤상현이 맡았던 서동찬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부족한 대본은 그의 연기로 커버가 될 정도였다. 반면 강혜나는 어떤 여배우가 맡았어도 욕먹게 되있었다. <궁>,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안방극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윤은혜는 강혜나라는 캐릭터를 잘못 만난 덕에, 밑천이 드러나는 수모를 겪는다.
<아이리스> 김태희, 멍태희만 기억하고 암바태희는 잊었나?
엄친딸 김태희는 CF퀸을 고수하며 톱스타대우를 받았지만, 연기력만큼은 낙제점을 받아왔다. 발음, 표정. 어느 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신은 공평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배우다.
그러나 <아이리스>에서는 달랐다. 비록 멍태희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연기만큼은 분명 전작에 비해 나아졌다고 평할 수 있다. 몸사리지 않는 그녀의 액션연기는 '암바태희'라는 빛나는 훈장을 얻었다. 굴욕사진이 떠돌 정도로 그녀는 예쁜 배우이기를 포기하고, 열의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병헌에게 얻어맞고 떡실신 당한 장면은 두사람의 절제된 눈물연기속에 명장면으로 손색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연말 우수상이 김소연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을 그녀의 탓으로 회자했다. 이유는 김태희가 아니라 상대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말할 것도 없고, 김소연마저 김태희의 진일보한 연기를 파묻어버렸다. 경쟁사회의 상대평가가 김태희를 또 다시 눈물짓게 만든 격이다.
<추노> 이다해, 민폐녀가 아니면 칼이라도 들란 말인가?
노출과 화장으로 연일 이슈로 떠오르는 이다해. 그녀는 윤은혜나 김태희와 달리, 연기력이 아닌 캐릭터가 민폐라는 이유로 도마위에 올랐다. 그 예로, 송태하(오지호)가 위기에 빠진 혜원(이다해)에게 미친 척 하라고 언질을 주었음에도, 양반집 규수 흉내를 낸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여기에 그동안 노비가 지나치게 예뻤다는 것을 얹혀, 이다해의 캐릭터는 용서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다해는 제작진에게 건네 받은 대본대로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다. 제작진을 탓할 문제이지, 이다해를 욕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또한 민폐녀라는 것도 드라마상 필요한 캐릭터일 수 있다. 모든 드라마에서 여성이 원더우먼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송태하가 미친 척 하라고 해서, 정말 미친 척을 했다면 그 장면은 코미디가 되고 오히려 논란은 더욱 거세게 나타났을 것이다. 마치 모자이크처리한 노출신처럼 말이다.
혜원이란 역할이 나약한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대길(장혁)과 송태하를 힘들게 하면서 빛난다. 여자의 눈물은 날카로운 칼보다 강하다. 그것이 남자를 흔들고 갈등을 낳게 한다. 추노꾼 대길이 언년이와 재회할 때, 그녀의 손에 칼이라도 들고 있어야 그림이 살 거라고 생각하나. 또한 혜원이가 강해지면, 송태하가 그녀와 동행할 이유가 없다. 스토리에도 큰 줄기란 게 있다. 곁가지로 흔들어서 샛길로 빠뜨려야 되겠는가.
'윤은혜-김태희-이다해'는 KBS수목극에 바통을 이어가며 논란의 트로이카가 되고 있다. 물론 드라마가 인기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기대치도 커지게 마련이다. 인기가 없다면 그 배우가 무슨 캐릭터를 손으로 연기하는 지 발로 연기하는 지 알게 무엇인가. 다만 관심이 부른 논란이 길어서 좋을 건 없다. 지속된다면 그것은 저주로 비춰지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