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승승장구, 유일한 볼거리는 김남주
바람을가르다
2010. 2. 3. 08:48
'상상플러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승우쇼 <승승장구>가 2일 첫방송을 탔다. 남편 김승우가 메인MC였던 만큼, 내조의 여왕 김남주가 게스트로 출연해 힘을 보탰다.
10년만에 토크쇼 출연이라고 밝힌 김남주는, 시원스런 말투와 솔직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띄웠으며, 세간에 떠돌던 두 아이와 관련된 루머를 해명할 땐 눈물을 훔치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진행자가 남편 김승우였기에 원활한 소통속에, 김남주의 매력을 보여줘 시청자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해준 시간이었다.
그러나 <승승장구>의 유일한 볼거리가 김남주였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어차피 게스트로 승부하는 토크쇼라면, 양으로 승부하는 <강심장>에게 고전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릎팍도사>와 같이 차별화된 <승승장구>만의 색깔이 나타나야 한다. 제작진은 시청자와의 소통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의도는 좋았지만 매끄럽게 살리는 데엔 실패했다.
승승장구의 문제점
제 2의 '박중훈쇼'가 되지 않겠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제작진은 여러군데 포인트를 준 듯 보였으나 흡입력은 없었고, 오히려 전체적으로 산만함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몰래 온 손님 코너에 첫 테이프를 끊은 윤상현. 등장도 신선했고, 드라마 촬영기간동안 겪은 김남주에 대한 그의 귀여운(?) 폭로는 일품이었다. 그러나 맥을 끊듯이 연이어 김남주의 초등학교 짝사랑, 스타일리스트의 등장은 산만함으로 변질된다. 게스트 수가 늘어난 것도 생각해 볼 대목이지만, <TV는 사랑을 싣고>를 찍으려면 차라리 윤상현이 깜짝 등장할 때 그들도 함께 나타났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60초 동안 시청자들의 질문을 최대한 많이 말해야 하는 코너도 굳이 필요했을까. 패널들을 수다맨 강성범으로 만들어 시간을 잡아먹은 것도 문제지만, 늦은 밤 시청자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아주 특별한 약속 '우리 지금 만나'는 시청자로 하여금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결정체였다. 분명 취지는 좋은데 토크쇼에 어울릴 만한 그림은 아니었다. 김승우가 어색한 표정으로 양복에 장구치는 엇박자를 내고, 댓글을 달았던 네티즌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명동 한복판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이것이 제작진이 말한 신개념 공감 토크쇼인가. 바보 분장만 안 했을 뿐, 김승우표 콩트로 보였다.
굳이 메인MC를 망가뜨려 가며 어설프게 장구를 치게 하고, 네티즌들을 엮은 건 작위적이란 느낌마저 풍겼다. 그 옛날 <서세원쇼>에서 선보였던 '공부합시다' 코너가 그리울 정도였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법은 많다. 토크쇼에 슬랩스틱을 접목시킨 듯한 유치함이 질을 떨어뜨린다.
패널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서툴렀다. 오프닝을 승승장구 밴드로 시작한 건 합격점이다. 문제는 토크에 들어가서 였다. 준비된 질문을 골고루 부여받은 듯, 별다른 리액션없이 기계적인 질문을 이어간다. 최화정의 경우, 김승우의 <승승장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비중이 높았던 반면, 소녀시대 태연은 병풍에 가까웠다. 그나마 주목할만한 패널은 2PM 장우영. 의외의 센스를 발휘하며, 기대이상의 역량을 선보였다.
마지막에 방청객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었었다. 아무리 약속된 질문이라도,
"김남주씨의 인생에 보물은 무엇입니까?"
당연히 가족이 아니겠는가? 방청객의 입을 빌렸다면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가이드라인에서 보다 직설적인 질문으로 접근을 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게스트에게 형식상 던지던 "당신의 최종 꿈은 무엇입니까"가 고급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그 질문 하나가 프로그램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색깔이 없다는 것.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 아닌, 프로그램을 위해 억지로 짜맞추고 길게 늘어놓은 느낌.
시청자와 소통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맛있게 살리지 못했다. 식상할 수 있다. 산만함은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재미마저 없다면, <상상플러스>가 그리울 것이다. 첫손님이 김남주가 아니었다면 채널을 끝까지 지켰을 시청자가 얼마나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