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발언 리에와 김장훈의 노고
한국과 일본을 두루 경험한 젊은 일본 여성들이 보는 한국과 일본은 어떨까. 정치나 사회, 역사적 이슈에 민감한 기성세대보다는 좀더 솔직하게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KBS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아키바 리에(22) 씨와 도키와 후사코(28) 씨를 만났다. 리에 씨는 니혼대(마케팅 전공)를 휴학하고 한국에 건너온 후 ‘미수다’에 출연해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최근엔 광고 모델로도 활약하며 전천후 외국인 예능스타로 사랑받고 있다. 후사코 씨는 후쿠오카 출신으로 충남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2009년 8월부터 ‘미수다’에 출연, 귀여운 외모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두 미녀는 2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보고 느낀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가치관 등을 솔직하게 전했다. 때로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한국 문화나 사고방식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마지막엔 “꼭 한국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이면서. 인터뷰는 다소 무거운 질문부터 시작했다. 역동적인 한국에선 정치, 사회 분야에서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방송이나 신문으로 24시간 보도되는 게 현실.
리에 : 한국 젊은이들은 대통령이 바뀌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일본 젊은이들은 이런 데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부모님 세대도 마찬가지죠. 일본 사람들은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몰라요.
후사코 : 일본 사람들은 정치 얘기를 잘 안 해요. 제가 서른 살 가까이 됐는데도 지금까지 투표 한 번 한 적이 없어요. 한국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국민적으로 반응하는 게 신기해요. 일본은 매스컴에서 보도는 하지만, 일반 국민은 별로 반응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
리에 : (매우 민감해하며) 사실 1945년 8월15일에 끝난 전쟁이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됐어요. 일본인으로선 (패전했으니)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밉지도 않아요.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사람들이 제게 독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때마다 거꾸로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물어봐요. 다른 뜻은 없고,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만 갖고 말하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독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는데 한국이 먼저 찾았더라고요. 그런데 독도가 어느 나라 소유인지 단정하진 못하겠어요. 먼저 찾은 건 한국인인데 이름을 지은 건 일본인이라.
후사코 :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길을 가다가도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욕을 듣는 경우가 있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죠. 일본 젊은이들은 독도 문제를 그리 중요시하지 않아요. 대부분 정부가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의식은 해야겠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마음만 답답해요. 두 나라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상호 발전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달 12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719호에 실린 아키바 리에의 인터뷰가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민감할 수 있는 독도에 관한 기자의 질문도 부적절했지만 그녀의 답변은 문제가 될 법 했다. 그녀는 독도가 어느 나라 소유인지 단정하진 못하겠다며, 먼저 찾은 건 한국인인데 이름을 지은 건 일본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삼일절 특집 드라마 <현해탄 결혼전쟁>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에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다음은 <주간동아>에 실린 인터뷰기사 중 관련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게재된 인터뷰전문을 살펴보면, 리에와 후사코의 한국 사랑이 곳곳에 베어있다. 그러나 그 애정을 싸늘하게 식게 만든 리에의 독도관련 발언은, 씁쓸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리에의 발언, 무식한 건 잘못이 아니다?
옛말에 무식한 건 죄가 아니라고 했다. 일본의 왜곡된 교과서를 바탕으로 잘못된 주입식 교육을 받은 리에에게 악플성 비난을 쏟는 건 옳지 않다. 그러나 틀린 것을 바로 잡지 못한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리에 뿐 아니라, 그녀를 올바르게 이해시키지 못한 리에 주변의 한국인들에게도 포함되는 사항이다.
리에는 <미녀들의 수다>의 원년멤버로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결코 짧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미수다>의 경우, 한국문화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졌던 토크쇼다. 독도에 관해 어떤 일본인들보다 피부로 체감하는 강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발언은 여타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인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리에의 발언이 무서운 것은, 일본인들 다수가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을거란 사실이다.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독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답하면서도, 독도는 정부에서 해결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만약 그녀들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을 만났다면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리에를 마녀사냥하듯 몰아부치는 건 자제되어야겠지만, 그녀의 발언을 문제삼지 않는다면 더욱 잘못된 것이다.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야 독도를 지킬 수 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국을 찾은 한 일본여성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 거 아니니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안이한 생각들이 지금의 말도 안 되는 독도분쟁을 만든 것이다.
당연히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고 우리가 안주하는 사이, 일본은 오래전부터 정부의 지원아래 세계각국에 로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왜곡된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쇄뇌시키는 현실이다. 머니외교도 모자라, 외국인들을 만나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왜곡하고 홍보를 이어간다면, 10년 뒤, 20년 뒤에도 독도라는 이름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세계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독도가 리앙쿠르 섬이라는 표기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 않은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인 올해 3.1절,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독도 및 동해관련 영상광고가 시작될 예정이다. 광고를 제작중인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교수는 CNN뉴스가 나오는 광고판을 빌려 30초짜리 영상광고를 1시간에 2번, 하루에 48회를 노출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경우, 4개월 계약을 연장시킬 계획도 있다고 한다. 광고제작비와 사용료는 전액 김장훈이 후원한다고 밝혔다.
본업이 가수인 김장훈과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야 할 서경덕 교수를 비롯, 반크의 독도지킴이들이 당연한 우리 땅과 우리 바다 독도와 동해를 지키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고 있다. 그들은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또한 왜곡된 교육을 받은 일본인들에게도 개념을 찾아주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과연 누구때문에, 무엇때문에 그들이 고생하는가? 결국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잘못 배운 리에에게 상처를 주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틀린 답을 들고 정답인양 생각하는 그녀를 못 본척 넘어가는 것은, 같은 문제에서 똑같이 틀리는 오류를 낳을 뿐이다. 그녀의 잘못된 인식이 논란이 되어, 국내에 거주중인 몇몇 일본인들이라도 독도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된다면, 리에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적 시각을 무조건 나쁘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일본의 독도사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치밀하고 저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보다 무서운 건, 우리들의 무사안일 그리고 무관심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