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정석, 일박과 패떴, 일밤사이
정석이라 칭하면 뭔가 거창할 거 같다.
그리고 정석(定石)은 돌(石)이다.
불변이 아닌, 깨지고 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주 일요일 프로를 보고나서 새삼 느낀 게 있다.
두가지인데,
바로 1박2일이 보여준 정(情), 따뜻함.
그리고 일밤<퀴즈프린스>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산만함.
1박 2일에 대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혹자는 2년이 다 되가는 복불복이라는 아이템이 진부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는 복불복보다 더 큰 복이 베어있다.
복불복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진행되는 과정의 따뜻함.
<1박 2일>은 일반인들속으로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잔치를 거부하고, 웃음을 나누기 위해 일반인들과 호흡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누었던 웃음으로 시청자를 감싸듯 품에 안는다.
매번 진화하는 모습에서 예능의 최고봉이라고 평하고 싶다.
<패밀리가 떴다>가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온다해도
<1박 2일>을 붙잡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패떴>은 일반인들의 집으로 찾아가 일반인들을 고스란히 들어낸다.
그리고 그들이 대신 그 속에 들어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
캐릭터 놀이를 하고, 러브라인을 설정하며 잔재미에 몰두한다.
<1박 2일>과 달리, 일반인들과의 허물어지지 않은 경계선이 존재한다.
따뜻함보다는 웃음에 포인트를 맞춘 프로그램이다.
그게 <패떴>의 장점이기도 하다.
억지스런 감동을 짜내기보단, 그들만의 잔치로 폄하될지언정, 큰웃음 주고 있다.
웃음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 또한, 예능이 갖춰야 할 자격이다.
<패떴>을 자주 보진 않지만, 지난
마치 스위스시계처럼 잘 맞춰진 멤버들의 치고 빠지는 호흡에 놀랐다.
적절히 깔아주는 효과음과 BG 또한 타이밍과 템포를 알고 분위기를 살린다.
대본이 존재하든 안 하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해도
그 웃음이 불편함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사견이다.
그리고 같은 선상에서 지난 주를 돌아본다.
4회만에 깔끔하게 덮어버린 <대망>의 멤버들속에
한마디로 MC종합선물세트다.
껍데기를 드러내자, 내용물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아무리
요란하고, 시끄럽고, 난잡하다.
산만함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춘 고성방가 코너.
쓸데없이 MC급이 너무 많다.
너도 나도 달겨들어 한마디씩 해대니, 오디오가 겹치고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수시로 거품에 빠지면서 보는 눈마저 혼란스럽다.
시청자의 눈과 귀가 따로 논다.
젊은(?) 나도 그런데, 일요일저녁에 중장년층들이야 오죽할까?
그들의 기획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거품속에 빠져야 되는 건지, 안 빠지는 게 좋은 건지.
다들 웃기고는 싶은 거 같은데, 의도를 벗어난 이상한 몸개그를 하고 있다.
의욕이나 개인기로 풀어서는 안 되는 데, 각자의 목소리에 컨셉이 묻힌다.
삼류 버라이어티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품에 빠지는 그들을 보니 꽤 어울리는 맛은 있더라.
비누 거품보다 더한 거품이 되어버린 MC들.
코너 개편이 아니라, MC들의 개편부터 해야될 거 같다.
<1박 2일>에서 보여준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
거기엔 무려 백명 남짓한 일반인들이 참여했다.
철저한 방송아마추어들이 떼로 버티는 그곳에 산만함이 느껴지던가?
강호동의 리딩엔 푸근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빛나고.
혹여 무거울까 다른 다섯명의 멤버들이 강호동의 짐을 하나씩 나눠 갖는 훈훈함.
그 여섯 명에게 의지하면서 녹아들어가는 일반인들을 보면 참 대단한 프로다 싶다.
<패떴> 또한 십여명의 멤버들이 베바
각자의 파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에 산만함이나 요란함은 없다.
끊임없는 잔재미가 있으며, 어울림속에 정감이 느껴진다.
반면에 <대망>에 이은 <퀴즈프린스>를 보면,
예능의 최전선에 있는 프로들이 아마추어보다 못한 화면을 만들고 있으니.
따뜻함도, 웃음도 없다.
값비싼 베테랑(?) MC들과 지나친 소음뿐이다.
한 목소리로 <일밤>을 환자 취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또 하나의 환자가 바로 <남자의 자격>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