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예능의 정석, 일박과 패떴, 일밤사이

바람을가르다 2009. 5. 5. 11:13


정석이라 칭하면 뭔가 거창할 거 같다.

그리고 정석(定石)은 돌()이다.

불변이 아닌, 깨지고 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주 일요일 프로를 보고나서 새삼 느낀 게 있다.

두가지인데,

바로 12일이 보여준 정(), 따뜻함.

그리고 일밤<퀴즈프린스>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산만함.

일요일 저녁시간을 갈라놓은 정석.


 

1박 2일에 대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혹자는 2년이 다 되가는 복불복이라는 아이템이 진부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는 복불복보다 더 큰 복이 베어있다.

복불복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진행되는 과정의 따뜻함.

 

<1 2>은 일반인들속으로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잔치를 거부하고, 웃음을 나누기 위해 일반인들과 호흡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누었던 웃음으로 시청자를 감싸듯 품에 안는다.

매번 진화하는 모습에서 예능의 최고봉이라고 평하고 싶다.

 

<패밀리가 떴다>가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온다해도

<1 2>을 붙잡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패떴>은 일반인들의 집으로 찾아가 일반인들을 고스란히 들어낸다.

그리고 그들이 대신 그 속에 들어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다.

캐릭터 놀이를 하고, 러브라인을 설정하며 잔재미에 몰두한다.

<1 2>과 달리, 일반인들과의 허물어지지 않은 경계선이 존재한다.

따뜻함보다는 웃음에 포인트를 맞춘 프로그램이다.

 

그게 <패떴>의 장점이기도 하다.

억지스런 감동을 짜내기보단, 그들만의 잔치로 폄하될지언정, 큰웃음 주고 있다.

웃음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 또한, 예능이 갖춰야 할 자격이다.

<패떴>을 자주 보진 않지만, 지난 원희가 게스트로 나온 편을 보고 감탄했다.

마치 스위스시계처럼 잘 맞춰진 멤버들의 치고 빠지는 호흡에 놀랐다.

적절히 깔아주는 효과음과 BG 또한 타이밍과 템포를 알고 분위기를 살린다.

대본이 존재하든 안 하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해도

그 웃음이 불편함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사견이다.



 

그리고 같은 선상에서 지난 주를 돌아본다.

4회만에 깔끔하게 덮어버린 <대망>의 멤버들속에

신동엽이란 에이스를 긴급수혈하여 <퀴즈프린스>라는 코너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MC종합선물세트다.

껍데기를 드러내자, 내용물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아무리 신동엽이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보려 해도,

요란하고, 시끄럽고, 난잡하다.

산만함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춘 고성방가 코너.

 

쓸데없이 MC급이 너무 많다.

너도 나도 달겨들어 한마디씩 해대니, 오디오가 겹치고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수시로 거품에 빠지면서 보는 눈마저 혼란스럽다.

시청자의 눈과 귀가 따로 논다.

젊은(?) 나도 그런데, 일요일저녁에 중장년층들이야 오죽할까?

 

그들의 기획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거품속에 빠져야 되는 건지, 안 빠지는 게 좋은 건지.

다들 웃기고는 싶은 거 같은데, 의도를 벗어난 이상한 몸개그를 하고 있다.  

의욕이나 개인기로 풀어서는 안 되는 데, 각자의 목소리에 컨셉이 묻힌다.

삼류 버라이어티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품에 빠지는 그들을 보니 꽤 어울리는 맛은 있더라.

비누 거품보다 더한 거품이 되어버린 MC.

코너 개편이 아니라, MC들의 개편부터 해야될 거 같다.



 

<1 2>에서 보여준 <시청자와 함께하는 12>

거기엔 무려 백명 남짓한 일반인들이 참여했다.

철저한 방송아마추어들이 떼로 버티는 그곳에 산만함이 느껴지던가?

강호동의 리딩엔 푸근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빛나고.

혹여 무거울까 다른 다섯명의 멤버들이 강호동의 짐을 하나씩 나눠 갖는 훈훈함.

그 여섯 명에게 의지하면서 녹아들어가는 일반인들을 보면 참 대단한 프로다 싶다.

 

<패떴> 또한 십여명의 멤버들이 베바 유재석의 지휘아래,

각자의 파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모습에 산만함이나 요란함은 없다.

끊임없는 잔재미가 있으며, 어울림속에 정감이 느껴진다.    

 

반면에 <대망>에 이은 <퀴즈프린스>를 보면,

예능의 최전선에 있는 프로들이 아마추어보다 못한 화면을 만들고 있으니.

따뜻함도, 웃음도 없다.

값비싼 베테랑(?) MC들과 지나친 소음뿐이다.

한 목소리로 <일밤>을 환자 취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또 하나의 환자가 바로 <남자의 자격>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