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이민정vs오지은, 같은 인기 다른 행보?

바람을가르다 2010. 2. 1. 15:43



지난 하반기 최고 이슈의 드라마가 MBC<선덕여왕>과 KBS<아이리스>였다면, 올해는 KBS수목드라마 <추노>가 이어받은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추노'의 히로인 이다해는 연일 네티즌들의 이슈 중심에 서며, 논란과 인기를 실감중이다. 그녀에게 가려서 눈에 덜 띌 뿐 새롭게 주목받는 여배우들도 물론 있다. 바로 <그대웃어요>의 이민정과 <수상한 삼형제>의 오지은이다.


같은 줄리엣, 다른 포지션?

최근 <수상한삼형제>는 시청률 40%를 넘어섰고, <그대웃어요>는 20%안팎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드라마에서 오지은과 이민정은 나란히 원수지간에 가까운 부모들로 인해, 졸지에 줄리엣이 되고 마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드라마에서 빛나는 법. 극중 주어영(오지은)은 연하의 훈남 경찰 김이상(이준혁)과 결혼에 골인했고, 서정인(이민정) 역시 양가 허락안에 센스만점에 자동차연구원 강현수(정경호)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 둘은 비록 줄리엣의 탈을 썼었으나, 철저하게 포지션은 달랐다. 어영이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연하 이상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무너진 반면, 정인은 때론 소심하지만 만두남 현수에게 먼저 텔레파시를 보내 신세대적인 사랑방정식을 풀어냈다. 또한 어영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다면, 정인은 사랑앞에서 자존심은 물론 계산하지 않는 순수함을 추구한다. 시댁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르다. 어영은 전과자(이효춘)에게 잔소리를 듣기라도 하면, "너네 엄마..."식으로 편을 나눈다. 반면 백금자(송옥숙)가 싫은 소리를 해도, "내가 앞으로 잘하면 돼."라는 정인은 현모양처로 거듭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드라마의 색깔과도 연계되어 있다.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수삼'에 출연중인 오지은은 갈등의 꼭지점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캐릭터상 불만이 많아야 하고, 욕심이 많아야 한다. 언제든지 분란을 일으킬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반면 착한드라마로 불리는 '그웃'에 이민정은, 보기 드문 처자 소리를 들으며 안방극장에 착한 바이러스를 옮기는 아이콘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향후 엇갈리기 쉬운 두 사람

오지은과 이민정은 캐릭터가 다를 뿐,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얼굴만 믿는 여배우들이 흔히 접하는 연기력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날 뚝 떨어진 배우가 아닌 중고 신인에 가깝다. 그리고 <수상한삼형제>와 <그대웃어요>의 인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안방극장을 책임질 여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행보는 엇갈리기 쉽다고 할 수 있다. 오지은의 경우, 8시대인 주말드라마에서 빛을 본 만큼, 앞으로도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막장드라마로 인지도를 높인 만큼, 막장이 사랑하는 여인으로 찍히기 쉬운 것. 이수경이 <하늘이시여>,<며느리전성시대>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미니시리즈 <대한민국 변호사>등에선 쓴잔을 마셨다. 최근 <천만번사랑해>로 다시 부활한 그녀를 보면, 주로 주부들에게 흡입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민정은 트렌디드라마에서 러브콜이 쇄도할 듯 싶다. <그대웃어요>가 젊은 시청자층을 많이 확보한 점도 있는데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꽃보다남자>에서 시동을 걸어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대웃어요>를 통해 한층 성숙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데에서, 향후 인기드라마에 잘 맞는 캐릭터를 입는다면, 톱스타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여배우들의 경우, 출세작이 대중들에게 심어주는 이미지가 크다. 그걸 깰 수 있는 내공의 소유자들은 톱배우로 성장하지만, 틀에 갇히면 특정 드라마에, 특정 캐릭터를 소화하는 전문배우 이미지가 쌓이게끔 되있다. 이민정과 오지은은 제대로 터를 닦아놓은 상태라 할 수 있다. 향후 이들이 무슨 드라마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