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논란의 스포일러 해피투게더, 추노제작진이 몰랐을까?

바람을가르다 2010. 1. 29. 07:50



추노 9회에서 백호(데니안)이 죽는다?

28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데니안과 공형진이, 추노 9회에서 혜원의 호위무사 백호가 죽는다는 사실을 말해, 스포일러가 되버렸다. 스포일러(spoiler)는 영화나 드라마의 줄거리나 주요 장면 따위를 미리 알려 주어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람으로, 현재 <추노>에 출연중인 데니안과 공형진이 시청자에게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른 격이 된 것이다. 그리고 편집에서 걸러내지 못한 해투의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비판과 원성을 사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웃지마 사우나 코너에서, MC유재석이 데니안에게 이다해랑 함께 출연중이지 않냐고 했고, 박명수가 전화번호 아느냐고 질문을 얹었다, 이어 박미선이 이다해랑 친해지고 싶냐고 물었다. 이에 데니안은 “난 못 친해져 이제, 난 추노 촬영 끝났어.”라고 대답했고, 공형진이 "9부에서 죽어."라고 거들어 스포일러에 마침표를 찍었다. 

<추노>의 8회가 끝난 직후 <해피투게더>가 방송됐다는 점에서, 다음주에 드라마를 통해 방송될 주요 상황을 발설한 <해피투게더> 제작진은 추노의 시청자들을 기만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해피투게더> 제작진의 실수일까?

<해피투게더>는 네다섯시간 가량의 녹화 내용을 한시간 분량으로 편집한다. 굳이 데니안과 공형진의 발언을 내보낼 필요는 없다. 다른 에피소드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투제작진이 <추노>를 보지 않는다면 모를까. 추노에 대한 스포일러는 실수가 아닌 마케팅을 위한 의도적인 편집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또한 <해피투게더>와 <추노>가 같은 방송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백호 데니안의 죽음은 시청자로선 상당히 놀랄 만한 일이다. 특히 지난 8회 방송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언년이의 오빠 큰놈이가 백호에게 대길을 반드시 죽이라고 명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로선 극중 대길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 줄거라 예감케 했던 백호가, 9회에 죽는다면 상당히 허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9회 때 백호의 죽음은 반전이라면 반전이 될 수 있는 카드다. 그 카드를 예능프로그램에서 소비한 것이다.

 
'추노' 제작진은, <해피투게더>에서 백호의 죽음이 알려진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해피투게더의 녹화를 한 시점에 이미 데니안은 본인의 촬영은 끝났다고 밝혔다. 추노의 제작진과 연락이 안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업복이 공형진은 다르다. 여전히 '추노' 촬영에 합류하고 있다. 더군다나 9회에 죽는다는 것을 폭로할 만큼 제작진의 편집과정까지 알고 있다.

추노 제작진이 철저한 보안속에 줄거리가 외부에 새어 나가는 것을 금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공형진이 방송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제작진에게 말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해투 녹화중에 이러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방송에 나가도 괜찮겠냐?'는 식으로 말이다. 추노 제작진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넘어갔다면, 줄거리에 대한 그동안의 보안과 상충된다.  
 
소통의 부재였을까? 아닐 것이다. <해피투게더>제작진이든, <추노>제작진이든 어느 한쪽에서는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투라면 방송에 내보내기 위한 양해를 구하는 측면일테고, 추노측이라면 언제 어떤 식으로 방송에 내보낼 것인가에 대해 사전 협의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추노의 제작진이 스포일 사실을 알고도 허락했다면, 노이즈마케팅을 통한 홍보효과를 누리고자 했음을 방증한다. 추노 제작진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백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과 '해피투게더'와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지는 것과는 홍보효과가 다르다. 또한 논란으로 번지면 그만큼의 효과를 거두게 되있다.

공중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과, 인기 절정의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이, 백호의 죽음을 예고한 스포일러로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될 것을 모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방송을 처음 만들어 본 초짜들이 아니다. 방송국에 종사하는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예상하고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논란을 피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어 홍보로 이용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란 얘기다. 물론 이같은 추측이 틀렸을 수 있다. 다만 스포일러가 된 <해피투게더>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추노>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 오히려 백호가 죽는다는 사실이 노이즈마케팅 형식으로 홍보가 됐고, 그로 인해 시청자를 더 끌어 모을 수 있는 효과를 낳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실수든, 의도든 간에, '추노'의 시청자들만 김빠지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백호가 대길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채, 다음주에 제거될 것이란 설정을 알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