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수삼', 여검사와 경찰의 생뚱맞은 블루스?
바람을가르다
2010. 1. 27. 07:20
극중 김이상(이준혁)과 주어영(오지은)사이의 러브라인에 불청객으로 등장해, 묘한 삼각관계를 만들고자 발버둥 중인 여검사 이태백(윤주희). 이상의 어머니 전과자(이효춘)의 눈에 들어, 급부상한 캐릭터다. 그러나 이미 김순경(박인환)과 주범인(노주현)사이에 자식들의 결혼날짜를 확정 지은 상태로, 태백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볼 형편이다.
그러나 이태백은 전과자가 이상과 어영을 반대하는 명분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의 입장에선 능력있고, 조건 좋은 여검사 태백이 어영에 비해, 며느리로 흡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찰인 아들 이상에게 검사 태백은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최상의 카드가 아닌가. 태백 또한 이상에게 연정을 품은 상태라, 과자에겐 어영이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다. 막상 이상과 어영이 결혼한다해도, 태백이 덕분에 어영의 시집살이는 결코 만만치 않음을 예고한다.
여검사 이태백과 경찰의 김이상의 생뚱맞은 블루스?
<수상한삼형제>는 제목답게 수상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지난 30회 방송분에서는 검찰과 경찰 합동단합자리에서 벌어진 여검사 태백과 경찰 이상의 쌩뚱맞은 블루스가 그러했다.
검찰과 경찰사이에 앞으로 더욱 소통하고 협조해가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회식자리. 연장선에서 검찰대표 이태백과 경찰대표 김이상의 러브샷이 이어졌다. 러브샷이 끝나자 만나자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블루스 타임을 가지라는 한 경찰의 의견이 터져 나온다. 말이 끝나자마자 검찰대표는 자신이 하겠다는 태백, 그리고 이상을 쳐다보며 경찰대표 나오라고 말한다. 서로 하겠다는 경찰들을 뒤로 하고, 어영이 있음에도 못이기는 척 따라가는 이상.
스테이지에서 블루스를 댕긴 태백과 이상. 태백은 이상을 잡아먹을 듯이 뇌쇄적인 눈빛을 쏴댔고, 이상은 불편한 듯 시선을 회피한다. 마치 직장내 성희롱을 당한 남자인 양 쥐구멍을 찾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나갈 때는 환한 웃음을 짓던 이상이 막상 스테이지에선 기가 눌린 것. 그 시각 어영은 이상에게 사랑의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문제의 장면이 생뚱맞게 보인 것은, 없으면 죽고 못살겠다는 결혼을 약속한 어영을 두고 경찰대표로 굳이 나선 이상의 태도도 그렇거니와, 검찰과 경찰간에 화합을 위해 러브샷으로 마무리해도 되는 일을 블루스로 확장시킨 불필요함이 그러하다. 아무리 태백과 이상을 엮어보려는 드라마상 장치라 하더라도, 그간 어영을 향한 대쪽같은 해바라기 이상의 캐릭터를 감안할 때 납득하기 힘든 설정이다.
또한 직장내에서 근절되어야 할 잘못된 회식문화 중에 하나가, 상사와 부하직원간에 블루스 타임이다. 화합을 핑계로 사욕을 채우려는 이러한 행위는, 의도를 떠나 성희롱으로 번지기 쉽다. 최근 모 명문대 남학생이 예비 신입여학우 20여명을 상대로 술자리 등에서 성추행을 일삼은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었다. 학교측에서는 재발방지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학생에 대해 무거운 징계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극중이라지만 공적인 업무를 다루는 검사와 경찰이 회식자리에서 블루스타임을 갖는 것도 문제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상황 설정은 생각해 볼 사안이다. 마치 관행이니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 따라 '그럴 수 있다'와 '불편하다'로 나뉠 수 있다. 불편한 시각에선 드라마가 잘못된 관행을 조장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KBS 주말연속극 '수상한 삼형제'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억지설정과 불륜 등의 막장코드로 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 드라마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용서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간대도 그렇거니와 파급효과가 큰 TV프로그램인 만큼 부정적인 수단을 이용한 억지 연출은 자제했으면 한다. 차라리 블루스 타임을 갖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검사 태백과 경찰 이상이 앞장서서 잘못 관행이라며 꾸짖는 장면이 나왔다면, 막장드라마 취급을 덜 받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