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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시스템을 적용해서 하라감독을 바꿀 순 없나?

바람을가르다 2009. 5. 1. 14:29

이승엽의 부진을 다루는 여러 글을 접한다.
단순히 실력이 떨어졌거나 컨디션 난조로
몸에 밸런스가 잡히지 않는다는 등에 타자 이승엽을 문제.
플래툰시스템을 적용하여 들쭉날쭉한 출장을 시키는 하라 감독의 기용미스.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하라가 이승엽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자는 실전을 통해, 투수의 공을 눈에 익혀야 한다.
아무리 좋은 타자도 연습배팅과 실전에서 투수공을 보는 시각적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머신기계에서 삼백개씩 때려내는 연습보다
실전에서 투수의 공을 치기 위해 세번의 타석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타자앞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0.47초 가량 걸린다고 한다.
0.47초의 싸움이다.
거의 타자는 감에 의해 칠 수 밖에 없다.

머신 기계처럼 일정한 포지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키가 큰 투수, 작은 투수, 왼손투수, 오른 손투수, 언더핸드, 사이드암 등.
그 뿐인가?
직구, 커브, 슬라이더, 투심, 스플리터 등
구질은 또 얼마나 다양한가?
덧붙여 와인드업과 셋포지션이 천차만별인 투수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직접 타석에서 맞붙어 눈에 익혀야 한다.
감이 떨어지면 감을 찾기 위해서 자꾸 부딪혀야 한다.
미스하고 있는 부분을 몸에서 감각적으로 피드백해야
잘못된 스윙궤도와 몸애 밸런스를 잡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기껏해야 대타로 들어서는 이승엽은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나쁜 공에 손이 나가도 어쩔 수 없다.
눈에서 멀어진 공, 감이 잡히질 않는 낯설음.
0.47 초다.

과거 삼성시절에도 슬럼프를 겪는 이승엽을 배제한 적이 없다.
슬럼프는 어느 선수에게나 올 수 밖에 없다.
경기에 규칙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 슬럼프의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승엽이 왼손투수에게 약하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
일본식 야구의 선입견이다.
왼손타자가 왼손투수들에게 약하다는 일본야구의 곪은 데이터야구가
한국의 간판타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플래툰시스템은 테이블세터나 하위타선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지,
중심타자에게 적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야구에서도 심지어 일본야구도 중심타자에게
플래툰시스템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이승엽이 왜 문제가 되어야 하나?

일본에서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투수들이 여전히 낯설 수 있다.
그것이 문제라면 왼손투수와 자꾸 붙여놔야 공략방법을 찾아낼 것이 아닌가?
타자는 항상 낯선 투수와의 대결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투수의 공이 익어지면 타자는 더 이상 투수의 공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중심타자를, 60억짜리선수를 믿지 못하고,
몇 경기 못쳤다고 라인업에서 배제시키는 조크를 감독이 범하고 있다.
백게임이 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중심타자가 한두경기 찬스를 못살리고
심지어 그로 인해 그날 게임을 날려버렸다 해도
다음을 위해서 선수를 믿어줘야 한다.
그것도 감독의 능력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도
WBC에서 추신수도 감독의 믿음으로 슬럼프를 날리는 홈런으로 답하지 않았던가.

야구이전에 선수와 감독의 신뢰문제이다.
하라감독의 얕은 수읽기로 하여 간판선수의 자신감마저 죽이고 있다.


지난 날 2군행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며 선수의 목을 죄고 있다.
상대방투수가 중심타자를 얕보게끔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감독이 하고 있다.
눈앞의 몇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강한 타자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도
강한타자를 평범한 타자로 전락시키는 것도 감독의 재주다.

이승엽은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선수에 대한 컨트롤이 수준이하인 하라감독을 뛰어넘어야 한다.
용병이란 이유로 소심한 일본야구에 발목이 잡힌 이승엽을 보면 안타깝다.
 
감독에게도 플래툰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면
하라감독을 빼고 요미우리에 김경문감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