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원더걸스, 선미 탈퇴와 문제의 카드 혜림?
바람을가르다
2010. 1. 24. 08:58
미국에서 활동중인 원더걸스 선미의 갑작스런 탈퇴는 국내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선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실정이나,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선미는 왜 탈퇴를 결심했을까?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보컬 선미의 탈퇴 이유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 대학생이 된 후, 연예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램을 소속사측에서 받아들인 결과로 나타났다. 표면상으로 보면 선미의 결정을 존중한 소속사의 배려로 보여진다. 그러나 몇가지 탐탁치 않은 게 사실이다.
네티즌들은 국내 최고의 걸그룹이 굳이 이국 땅에서 찬밥신세가 되어가며 고생을 자처하는 게, 순전히 대표 박진영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번 빌보드 HOT100 76위에 이름을 올린 'Nobody' 덕분에 금의환향한 원더걸스. 국내팬들의 칭찬이 쏟아졌었다. 그러나 당시 그간의 고생을 떠올리며 기자회견에서 흘린 선미의 눈물은 화제가 됐었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여 관련된 내막을 털어놓았을 땐 안쓰럽기까지 했다.
분명 장밋빛 미래를 위해 고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멤버들을 보며 안도할 수 있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그녀들의 불안감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 박진영의 욕심은 달랐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난무하는 미국시장에서, 반드시 원더걸스를 성공시켜 신화적인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드러난 것이다. 그 야심이 석달 남짓만에 흐트러진 것이다. 바로 선미의 탈퇴가 따랐기 때문이다.
과연 선미가 결정하고 JYP가 순순히 받아들인 결과물일까?
선미의 눈물이 있었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고된 미국생활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의 탈퇴를 이끌었다고 보게끔 마련이다. 계약관계인 소속사가 멤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선미의 결정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솔로가 아닌 그룹의 멤버라는 사실이다.
선미 자신만 탈퇴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선예,유빈,예은,소희가 당황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선미의 후폭풍은 남아있는 멤버들에게 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동거동락하며 같은 꿈을 향해 달리던 그녀들이 서로를 모를까. 힘이들면 달래주고 끌어주며 끝까지 함께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자칫 탈퇴가 아름답지 못한 배신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에 선미가 뛰쳐나오기는 쉬웠을까?
물론 투정을 부렸을 수 있다. 탈퇴를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정 혹은 고민에서 마무리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물로 나왔을 때에는, 이윤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JYP의 전략적인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선미를 붙잡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혹은 그녀의 투정을 '힘들면 나가'식으로 말리지 못하고 부추겼을 수 있다. 네티즌들이 의혹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원더걸스 미국진출 성공을 위한 JYP의 전략적 카드 혜림?
선미의 탈퇴와 맞물려, 원더걸스의 새멤버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동갑내기 혜림(Lim)을 전격발표했다. 3년간의 연습생 과정을 거친 그녀는 영어, 중국어, 광동어, 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팬들 다수가 반발하는 것은 선미에 대한 아쉬움도 크겠지만, 혜림이 국적은 한국이나 홍콩영주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혜림에 대한 국내팬들의 불만 혹은 비판은 JYP측에겐 소나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15억 차이나팬을 공략하기엔 그녀만한 카드도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해 빌보드 HOT100 76위의 성과를 낸 것에 비하면, 최근 원더걸스의 행보는 답보상태라고 볼 수 있다. 탄력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원더걸스의 인지도에 혜림의 가세는 분명 미국내에 거주중인 차이나팬들에겐 효과적인 카드임이 틀림없다.
JYP가 선미의 탈퇴를 종용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 그러나 방관 혹은 달래기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지난 해 2PM 재범의 탈퇴에서도 드러났듯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으나 소속사에서 보호하고 막아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불거진 재범의 문제가 2PM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미의 탈퇴 또한, JYP의 주판위에 놓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선미의 탈퇴가 다른 멤버들에게 줄 수 있는 심리적인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혜림이 선미에 비해 미국시장에서 플러스요인이라는 손익계산서가 나왔다면 굳이 탈퇴를 막을 이유는 없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사회복지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미의 탈퇴선언 직후, 그녀가 지난 20일 트위터에 남긴 'I'm starving'이 화제가 되고 있다. 'I'm starving'은 '나는 배고프다', '나는 굶주렸다'라는 의미다. 그녀가 왜 이런 글을 올렸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재밌게도 월드컵 4강신화를 쓴 히딩크가 했던 말이 오버랩된다. 4강 그 이상의 목표를 위해 내세웠던 히딩크의 말. 선미의 탈퇴가 100%, 아니 50%만이라도 그녀의 의지에서 출발했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선미의 탈퇴로 충격과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원더걸스의 남은 멤버들에게 더 큰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