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미스터리 '고수', 여복이 있다, 없다?
바람을가르다
2010. 1. 23. 08:51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차강진으로 열연중인 고수. '고수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그의 연기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중반 이후 온통 한예슬(한지완)의 캐릭터와 연기력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아이리스>에 이어, <추노>까지 돌풍을 일으키자, 한예슬은 없고 이다해만 남았다. 그리고 현재 '고수앓이'가 아닌 '시청률앓이'를 하고 있다.
시청률이란 무서운 것이다. 때론 드라마를 쥐고 흔든다. 아이리스에 된통 당한 <클스>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반전을 꾀했지만, 오히려 스토리는 산으로 가버렸고 쓸쓸한 종영을 코앞에 두고 있다. 웰메이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의 작가가 쓰긴 썼나 싶을 정도다. 고수 역시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기에 비상을 꿈궜겠지만, 안타깝게도 연기력과 무관하게 다시금 존재감없는 배우로 유턴하는 실정이다.
미스터리 '고수', 여복이 있다, 없다?
그동안 고수의 드라마를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여배우 복이 많다는 것이다. 당대 내놓으라는 인기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시청률은 신통치 않았다. <클스>의 한예슬 뿐 아니라 얼마전 개봉했던 <백야행>에선 손예진을 파트너로 맞이 했지만 결과가 안쓰럽다. 거슬러 올라가면,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현주와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드라마의 퀸 김희선과 했던 <요조숙녀>가 쓴 잔을 마셨다. 쥬얼리 박정아의 희생양이 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그가 출연해 히트 친 작품도 있다. 현재 적으로 만난 꼴이 됐지만, 이다해와 함께 한 <그린로즈>는 꽤나 사랑을 받았고, 오누이 김하늘과 애틋한 사랑을 나눴던 <피아노>는 초대박을 쳤었다. 안타깝게도 조재현이 최대수혜자가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히트를 치지 못했던, 혹은 쳤던 드라마에서도 고수의 존재감은 다른 남자배우들에 비해 유독 미약하다.
흥행의 성패를 떠나 포커스는 온통 고수가 아닌 여배우들의 몫이 되었었다. 현재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도 종영후엔, 고수의 재기작인 아닌 한예슬의 멜로 변신 실패작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여배우 복이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성공이든 실패든 여배우의 그늘에 가리기 쉽다. 이것은 배우로서 존재감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고수에게 반가운 상황은 아닌 것이다.
실패한 드라마에서 고수는 항상 초반에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 중반이후엔 드라마와 함께 쉽게 잊혀졌다. 배우 고수의 존재감을 기억하는 대중들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연기력과 관계없이 흥행과는 거리가 먼 배우로 낙인 찍힌 것이다. 고수는 소모되고 있는데, 어디에 소모되는 지 알 수 없고, 가치는 떨어지게끔 되있다. 여배우들의 기피대상 1호가 고수의 몫이 되지 않을 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물론 드라마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건 연출과 대본이다. 여기에 배우가 캐릭터에 알맞게 연기의 포스를 뿜어낼 때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반면 부족한 대본을 채우는 것도 연기자의 몫이다. 연기력을 논외로, 연기자가 가진 스타성으로 메꿔 나가는 케이스도 많기 때문이다. 원톱배우로 클 수 있는 스타성이 고수에겐 아직 부족하다. <클스>를 통해 반전을 꾀했으나, 결국 껍질을 벗지 못했다.
고수를 보면, 여배우 복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정작 그렇지 못하다. 고수에게 필요한 건, 여자의 화려함을 보는 눈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시놉과 대본을 간파하는 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