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를 놓친 '일밤'의 법칙
스타PD 김영희를 앞세워 개편을 통한 대반전을 노렸던 <일밤>이, 결국 고향같은 시청률 5%로 회귀했다. 공익이란 모토아래 재미라는 토대를 세우고, 눈물과 감동을 심고자했던 <일밤>의 수술은 실패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물론 <1박2일>이나 <패떴>등과 포맷의 차별화를 두며, 공익버라이어티라는 메뉴를 내놓은 <일밤>은 칭찬할 만하다. 시청자의 입맛에 맞게 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끔, 예능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다양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복제보다는 개발 혹은 변신있어야 예능도 발전하고 새로운 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다만 기존의 룰을 깨고, 새로운 법칙을 세울 땐 두가지다. 성공과 실패. 나머지는 쏟아지다 사라지는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일밤>이 세운 룰은 있다. '시청률 5%의 법칙'
황금비를 잘못 적용한 <일밤>
소위 황금비라는 것은 '1:1.6'을 의미한다. '피보나치'라는 수학자에 의해 발견된 수열공식은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느낀다는 황금비율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비례 등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우리가 쓰고 있는 명함, 신용카드, 담뱃갑,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검반의 수에도 (1:1.6)의 황금비를 찾아볼 수 있다.
황금비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속에 친근하게 뿌리잡고 있다. 히트한 코미디영화를 봐도 70분동안 웃기고, 30분동안 감동작업에 들어간다. 현재 일밤은 황금비의 공식을 잘못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15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중에 100분을 감동에, 50분을 웃음에 투자한 것이다. 예능의 공식에서 재미가 감동에 눌려버리면 다큐가 된다.
일밤개편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바로 유재석, 강호동이란 국민MC의 부재였다. 호흡이 긴 공익이란 컨셉은 MC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초반에 시청자를 붙들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마지막 감동을 맛보기위해 지루한 과정을 시청자가 견딜 수 있느냐다. <일밤>은 유강의 공백을 MC군단이라는 다수로 메꾸려 했다. 이것이 오히려 화면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가장 볼만한 프로그램이 신동엽, 정가은, 김구라 세명만으로 이끌어가는 <우리아버지>다. 그리고 <우리아버지>가 감동의 마지노선이어야 한다. <단비>는 지나치게 무겁다. '일밤'이 아니라 'MBC스페셜'로 풀어야 한다. 한지민, 남상미 등 여자배우를 아프리카까지 데려 가서 눈물을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분들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취지는 좋으나, 예능으로 풀기엔 MC들이 오히려 훼방꾼으로 전락한다.
<단비>와 <우리아버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면, <에코하우스>에 이르러 선 웃음이 나질 않는다. 이상한 악순환이 되고 말았다. 일밤이 예능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한계는 <우리아버지>다. 시청자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친근하게 줄 수 있는 재미 그리고 감동.
에코하우스는 방향이 틀렸다. 내용도 식상하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지난 주 박휘순이 제대로 짚었다. "이건 리얼인데 왜 콩트를 찍어?" MC 이휘재를 필두로 멤버들 한명 한명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액션과 멘트를 날린다. 환경친화적인 예능만들기는 없고, 개콘도 아니고, 무한도전도 아니다. 일요일 저녁에 내놓기 민망할 정도다.
얼마전 MBC스페셜 '북금곰을 위한 일주일'이란 프로그램에서 박진희와 이현우가 전기,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지 않은 채 원시적인 일주일을 살았던 적이 있다. 분명 재미가 있었다. <에코하우스>를 살리려면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
멤버수를 2,3명으로 줄인 뒤, 원룸에 집어넣고, 그 안에서 촛불키고, 손빨래하고, 밥짓고, 출퇴근은 자전거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닭도 키우고, 나무도 심으면서 소소한 일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떼로 모여서 고기굽겠다고 페달 돌리는 게 무슨 재미가 있나?
문명의 혜택없는 생활속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짜증도 나고 멤버간에 갈등도 생긴다. 그러다 화해도 하는 거고. 물론 출연자의 스케줄로 인한 촬영의 제약을 받겠지만, 일주일 찍고 4주 분량을 만들면 오히려 나은 게 아닐까. <에코하우스>는 몇몇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두세명을 띄워 놓고 승부를 봐야지, 8명씩 불러다가 화면을 채우면 이슈도 안되고, 죽도 밥도 안 된다.
일단 <일밤>은 MC들의 수부터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아버지>를 감동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단비>는 폐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세개의 코너를 가능한 두개의 코너로 줄이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MC도 많고, 코너도 많다. 다다익선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전제적으로 <일밤>은 황금비와 먼 산만함의 악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