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송승헌, 유부녀 한가인 선택은 아쉽다?
바람을가르다
2010. 1. 18. 08:05
17일 방송된 KBS예능 <달콤한밤>에 한류스타 송승헌이 출연했다. 2002년 이후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실로 오랜만에 얼굴을 내비친 것이다. 출연한 이유도 영화나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닌, MBC시트콤 <남자셋여자셋>에 함께 출연한 이후, 돈독하게 연을 쌓아 온 <달콤한밤> MC신동엽의 적극적인 섭외에 응했던 것. 그래서인지 송승헌의 출연은 시청자로서 더욱 반가웠다.
방송초반은 송승헌의 인맥들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코너속에 코너로 송승헌이 뽑은 훈남은 이병헌이 낙점받았다. 여러 절친들중에 이병헌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멋있는 남자인 것도 사실이나,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해 쉽게 삐치는 성격이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녹화 중간에는 절친 권상우와 즉석전화연결을 시도해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유부녀 한가인, 송승헌의 이상형만들기?
송승헌은 최근 4년간 애인없는 솔로 신세였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더욱 이상형월드컵에 관심을 두고 지켜 봐왔으며, 출연을 흔쾌하게 수락했다고 한다. 서두에 깔아놓은 그의 멘트들 덕에,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송승헌의 이상형이 누구일까 관심이 모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리고 송승헌의 32강 이상형월드컵이 시작됐고, 그의 이상형으로 등극한 여인은 소녀시대 윤아를 누른 한가인이었다.
유부녀 한가인. 그것도 친구이자 동료 연정훈의 아내를 송승헌은 이상형으로 지목했다. 한마디로 맥빠지는 결과다. 그의 이상형이 진정 한가인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시청자로선 재미없는 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왜?
물론 한가인은 송승헌 뿐 아니라, 많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이상형이다. 그러나 32명의 여자연예인들중에 굳이 유부녀이자 친구의 아내를 지목할 필요가 있을까. 드라마가 아닌 예능에서 현실감이 결여된 판타지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니, 32강 이상형월드컵을 한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다.
송승헌은 중간에 송혜교와 이연희를 놓고, 이연희를 선택했다. 이유는 송혜교가 현빈과 사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마지막엔 사귀는 차원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한가인을 선택했으니, 그가 이상형월드컵에 임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이상형으로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면, 스캔들이라도 날 듯이 몸사린 한류스타의 인상만 남겼다.
이상형월드컵 유부남, 유부녀는 리스트에서 제외해야 하지 않나?
32명을 두고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속에, 참여한 게스트에게 중간중간 고민을 안겨주고, 때론 당황하게 만드는 게 이상형월드컵의 재미다. 시청자는 그 안에 웃음을 찾고, 누가 마지막에 뽑힐까를 예상하며 따라간다. 그리고 결국 시청자의 뇌리에 남는 건 누가 게스트의 이상형으로 뽑혔는가에 집중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과정에 누가 떨어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멀쩡한 총각 혹은 처녀가 유부녀, 유부남을 이상형으로 지목한다면, 속된 말로 이미지관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것이다.
무한도전, 1박2일이 그러하듯, 예능의 화두는 '고생'이다. 출연진을 곤혹스럽게 만들면서도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복불복, 선택해야 한다. <이상형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좀 더 게스트를 당혹스럽게 몰아갈 필요가 있다. 총각이나 처녀가 나왔을 때, 굳이 유부녀, 유부남을 선택 대상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말그대로 이상형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긴 하나, 시청자가 바라보는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우결>속 연인들이 진짜로 결혼한 커플이라서 시청하는 게 아니라, '진짜 사귀는 거 아냐?' 혹은 '사귀었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어느정도 시청자의 바램이 이입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오지호가 이민정을 이상형으로 선택한 것과 송승헌이 한가인을 선택한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유부녀가 리스트에서 없었다면, 그래서 한가인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송승헌의 <이상형월드컵>이 더 재밌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