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 조선은 미인천국? 이다해가 너무 많아
바람을가르다
2010. 1. 16. 07:42
<추노>를 시청하면, 눈이 즐겁다. 드라마의 소재, 배경, 구성을 비롯한 전체적인 내용도 만족스럽지만, 그에 못지 않게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비쥬얼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초콜릿복근의 장혁과 한정수, 오지호 등을 보며 흡족해 하듯이, 남자들은 이다해, 김하은, 윤주희 등을 보며 브라보를 외친다.
조선중기엔 미인들이 넘쳐 났다?
걸그룹 포미닛의 핫이슈란 노래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라는 가사가 있다. 드라마 <추노>엔 주인공 이다해는 물론, 주모, 자객, 노비까지 절색에 핫바디를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규수에서 노비까지 핫미모'들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드라마상 중요하건 소소하건 간에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연결고리가 된다. 그러다보니, 우연의 일치로 미모의 여성들로 꾸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팩션(Fact+Fiction)드라마 <추노>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팩트보단 픽션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어떻게 대길이를 비롯한 추노의 남자들이 발길 닿는 곳엔, 미모의 여성들만 존재하는가. 진정 조선중기는 미인천국이었단 말인가?
반면, 남자배우들은 다르다. 장혁과 오지호를 비롯한 주조연들이 대부분 호남형에 꿀복근인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개성있는 외모를 갖춘 조연진들이 적당하게 자리잡음으로써 균형감각을 보이고 있다.
<추노>의 여배우들도 캐릭터가 다양한 만큼, 미모에도 차별화를 주는 연기자들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미추를 떠나고 나이를 떠나, 주요 배역들인만큼 개성 강한 마스크들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장혁뿐 아니라 대한민국 남성시청자들애 혼을 빼놔야 하는 여주인공은, 클래스가 높은 이다해가 당연한 캐스팅이다. 설화 김하은도 사당패출신이니 깜찍하고 고운 외모가 캐릭터상 얼추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주모들이 너무 예쁘다. 큰주모 조미령도 그렇지만, 새침한 윤주희는 주모계의 젊은 피이자 얼짱으로 손색없다. 여기에 노비로 나오는 초복이 민지아에, 자객 윤지민까지 '미녀' 타이틀이 따라 붙는다. 더군다가 출연진 나이대가 모두 젊다. 아무리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짧았다하나, 여배우중 연장자가 한 미모하는 조미령이니...
이들을 모아 걸그룹을 만든다면 대박이 터지고도 남을 정도로 느껴진다. 현재 <추노>에 출연중인 모든 여배우들이 네티즌은 물론,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녀시대가 아닌 '추노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이다. 덕분에 남자조연배우들이 인상깊은 활약에도 묻히고 있지만 말이다.
다행히 얼굴도 예쁜 배우들이 연기까지 빈틈없이 소화하니 불만이 없다. 화면에서 눈뗄 시간이 없으니 오히려 남성시청자들은 감사할 따름이다. 단지 지나치게 중복된 미인들의 향연은 현실감이 동떨어진 조선시대 여성의 판타지를 불어넣을 뿐, 100점짜리 캐스팅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람을 낳는다. 필요이상으로 이다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역대 드라마에서 주모들이 보여온 나이와 미모에 편견을 깬 조미령과 윤주희의 캐스팅은 신선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자객은 미녀가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왜 영화나 드라마마다 여자가 자객이나 스나이퍼로 나오면, 늘씬한 몸매에 미녀들 뿐인가. 킬러나 자객이나 오히려 평범하게 생겨야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직업상 활동폭이 자유롭고 넓어지는 거 아닌가?
자객 윤지는 한미모, 한몸매에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화려한 복장을 입고 나온다. 마치 이마에 '자객'이라고 써붙인 것처럼, 저잣거리 민초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 쉽다. 굳이 미스캐스팅을 꼽으라면, <아이리스>에 김소연이 이미 단물 다 뽑아먹고 간 자리에, 미녀자객 명분으로 심어놓은 윤지민은 너무 식상해 옥에 티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