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꾼 대길, 도망자로 전락하나?

바람을가르다 2010. 1. 15. 08:56



14일 방송인 <추노> 4회는 볼거리가 많았다. 군더더기없는 전개속에 영화 <매트릭스>와 <야마카시>를 넘나드는 화려함과 최철호의 깜짝등장과 함께 <비트>의 정우성과 임창정을 떠올리게 하는 코미디가 엇갈린 액션뿐 아니라, 수려한 절경이 화면을 채웠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드라마가 가고자하는 이야기속에 찰지게 엮여지며, <추노>가 나아갈 밑그림이 4회를 통해 완성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흥미로움을 더한다.


4회속 주요 등장인물들의 활약상

대길(장혁)은 업복이(공형진)의 화승총에서 날라온 총알을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리브스)를 연상시키듯 피한다. 이마에 살짝 스치고 간 순간은 명장면이다. 모르는 상태에서 빗맞는 경우는 기존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지만, 날라오는 총알을 알고 피하는 주인공은 거의 없다. 과한 설정같지만 분명 신선한 시도다. 이어, 익스트림 '야마카시'를 연상시키는 최장군(한정수)과 왕손이(김지석)가 업복이를 찾는 추격도 볼만했다.

화살을 맞은 채 사경을 헤매던 송태하(오지호)는 꿈속을 걷듯이, 청나라 군사들에게 아내와 자식을 잃은 슬픈 과거속을 헤맨다. 혜원(이다해)의 간호 덕에 의식을 찾은 그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태하는 혜원의 호위무사 백호(데니안)에게 씻기 힘든 굴욕을 안겼고, 석견을 찾아 보호해야 하는 과중한 임무속에, 미모의 혜원을 동반해 도망길조차 지루하지 않은 달콤 아슬한 여정을 떠난다.

왕손이와의 엽전키스로 주목받으며, 추노패에 화려하게 합류한 설화(김하은)는 대길에게 골칫덩이가 아닌 추노패가 커버할 수 없는 여성의 힘을 불어넣었다. '낯선 남자에게서 여자의 향기를 느꼈다.' 특히 땡중에 가까운 스님(이대연)에게서, 지분의 향을 맡은 설화의 도움으로 언년이에서 혜원으로 신분상승한 대길의 그녀와 태하를 쫓을 수 있는 단서를 찾게 된다. 반면 팜므파탈 미녀자객 윤지민의 활약은 미미했다.

  

추노꾼 대길, 도망자로 전락하나?

'추노' 4회의 엔딩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길이 송태하에게 활을 겨누다가, 천천히 활을 내려 놓는 장면. 언년이(이다해)를 보아서 일까? 언년이를 발견해서는 아닐 듯. 여자를 보긴 했어도 말이다. 워낙 원거리라 언년이와 닮은 처자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이유는 언년이를 너무 쉽고 빠르게 발견하면, 앞으로 두사람이 극적인 재회를 하는데 쏟아부어야 할 소스의 맛을 잃기 때문이다. 즉, 대길도 남자기 때문에 갑자기 태하옆에 붙은 처자가 누구인지 의아해, 활을 잠시 내려놓은 것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4회의 핵심은 좌상 이경식과 대길이 나눈 흥정이다. 셈이 밝고 영리한 추노꾼 이대길의 흥정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오천냥을 건넨 이경식. 대신 대길이 달포(한달이 좀 넘는 기간)안에 송태하를 잡아오지 못할 경우, 목숨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자신만만한 대길이지만, 달포안에 잡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왜?


추노(노비를 쫓다). 대길은 현상금이 걸린 도망노비를 추적해서 잡는 추노꾼이다. 그 추노꾼이 도망노비로 전락하는 순간이 드라마의 중반에 닥칠 반전소스다. 좌상의 군사들에게 쫓기는 신세로 전락해야 갈등이 더욱 증폭된다. 그 때 쯤이면 언년이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다. 대길은 애증관계인 언년이를 쫓는 동시에 그녀를 보호하는 태하와 맞서야 하고, 좌상의 수하들에게 쫓기는 아슬아슬한 칼끝 위를 달리게 되있다.

드라마의 제목이 <추노꾼>이 아닌, <추노>인 이유도 결국은 대길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추노꾼이자 도망노비가 될 수 밖에 없는 대길. 시청자를 숨막히게 할 그의 눈부신 활약을 예고하는 위험한 거래가 4회에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