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피곤하게 만든 의리타령!
국민MC 유재석이 전남 보성 강공마을에서 SBS 일요일은 좋다 <패밀리가 떴다>의 마지막 촬영을 가졌다. 이효리, 윤종신 등을 비롯한 패밀리들과 시즌1을 마감짓는 아쉬운 작별을 시간을 보낸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그의 <패떴> 하차설이 현실이 되었다.
유재석은 이제 일요일 황금시간대만큼은 자유계약신분이 된 것이다. 프로선수들과 마찬가지로 FA자격을 취득한 것이고 어떤 방송사와도 계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 했다. <일요일은 좋다>와 재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해피선데이>나 <일밤>에 입성할 수도 있다. 선택은 본인의 몫으로 남은 것이다.
유재석을 피곤하게 만드는 의리타령!
SBS에서 연말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다음날 그가 <패떴>에 남는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다. '의리남 유재석'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유재석의 소속사측은 결정된 바 없다며 즉각 반박하는 인터뷰를 내놓았고, 한 주가 지난 뒤 유재석은 <패떴>을 하차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유재석의 <일밤> 입성을 기정사실화 했고, 그의 측근은 전부터 일밤으로 가겠다는 유재석의 심경을 들었다며, 정체불명의 인터뷰를 따와 기사로 짜맞추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유재석은 아내 나경은의 출산시기에 맞춰 잠시 공백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재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섣불리 <일밤>으로 이적할 리 만무하다. 이적을 해도 개편과 맞물려서 할 것이다. 그것이 봄개편이든 가을개편이든 말이다. 큰 틀에서 몸을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개편시기도 아닌 상황에 유재석이란 거물이 단독적으로 이적을 감행할 경우, 뒷말이 무성하고 동시에 부담감은 증가한다.
만약 정기개편도 아닌 애매모호한 중간시점에 홀로 <일밤>에 자리를 틀 경우, 그가 <일밤>을 살릴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일밤>의 프로그램 컨셉과 무관하게, 유재석의 능력치가 타겟이 되버린다. 또한 <패떴>을 하차한 선택이 <일밤>에 가기 위한 의도로 비춰지는 것도, 좋은 모습이라고 볼 순 없다.
이 상황에 유재석이 최근 SBS와 신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시기는 4월 개편 때인 것으로 알려졌고, 프로그램컨셉과 방송시간대는 미지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소속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 <일밤> 입성은 없다느니, 의리의 유재석이니 하는 불필요한 여구가 붙어나온다. 왜 확인되지 않은 계약과 관련되어 의리가 붙어 나오는가?
유재석에게 의리는, 칭찬이 아니라 독이다. 그는 방송사가 아닌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MC다. 자신이 원하고 소화가능한 컨셉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유지해야,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MC가 된다.
방송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프로그램과의 궁합을 따져야 봐야 하는 문제다. 그러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기획안을 수렴하게 되있고, 제작진을 찾게 되있다. 때로는 방송사 한 곳에 편중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SBS가 아닌 다른 방송국과 계약하면 의리가 아닌 배신이라고 표현할 것인가? 이경규가 한동안 MBC에서 편중했다고 해서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으로 가면 배신인가? 이경규가 자신이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갔듯이, 유재석도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것이다. 거기엔 의리도 배신도 없다.
자꾸 유재석에게 의리를 강요하면,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사에 묶이게 된다. 그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다. <일밤>이나 <해피선데이>에 자신과 맞고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윈윈코너가 있다면 입성하는 당연한 것이고, <일요일은 좋다>도 마찬가지다. MC의 가치는, 의리가 아닌 결국 프로그램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안타까운 것은, 신동엽처럼 영악하지 못한 것에 있다. 특히 전성기 때의 신동엽을 돌아보면, 그가 여유를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가며 정상을 유지하고 몸값을 높여 왔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타이밍을 알았고, 전성기를 누리는 방법을 알았다. 예능MC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 섰던 사람이 바로 신동엽이다. 수준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억지로 맡아가며, 자신을 함부로 소모하지 않았다.
정상에 위치한 유재석에겐 현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하다. 남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브랜드를 돌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방송트렌드에서 의리라는 말은 한 번 읽고 버리는 가쉽에 불과하다. 언론이 뽑아낸 미사여구는 유재석의 선택 폭을 줄이는 족쇄가 되며, 그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