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웃음,기적,감동' 박찬호 3종세트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안방극장에서도 통했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등판해 호투하며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던 그가, 이번엔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아름다운 구원투수로 나서 시청자를 재미와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오랜 기간 마운드를 오르내리며 완급조절이 몸에 밴 베테랑 박찬호의 감각은, 예능이란 무대에서도 빛났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로 풀어 본, <1박2일> 혹한기 실전캠프 3편
종종 인생을 야구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 안에 벌어지는 일상의 한 단면도 마찬가지다. <1박2일> 녹화장도 예외일 순 없었다.
박찬호 3종세트 - 1. 웃음 (김종민과의 탁구대결)
사람에게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투수가 가장 조심해야 할 상황은 첫번째로 상대할 타자다. 때론 첫타자와의 승부가 그 날의 게임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OB팀 (강호동,박찬호,김C,이수근)과 YB(은지원,MC몽,김종민,이승기)로 나뉜 4:4 잠자리복불복. 제로게임에서 1승을 거둔 OB팀. 이번엔 탁구대결이다.
박찬호 VS 김종민의 소림탁구
서브룰도 제대로 모르는 김종민을 상대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박찬호는 볼을 난사한다. 허허실실로 나오는 김종민에게 심리전에서 완전히 말린 것. 덕분에 21세기 최고의 저질탁구가 완성된다. 마치 개구리가 뛰듯이, 탁구공보다 높이 날아오르는 두 사람의 승부욕이 절묘한 몸개그를 연출하며 웃음폭탄이 작렬한다. 결과는 박찬호의 0:3 완패.
박찬호-이수근 VS 은지원-MC몽 복식경기
저질 김종민을 요리못한 박찬호는 자제력을 잃고 동요했다. 그를 안정시켜줘야 할 파트너 이수근은 박찬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복식룰조차 숙지하지 못해 1점을 헌납한 은지원과 MC몽. 상대 실책에 반전의 기회를 잡는 듯 했으나, 은지원에 분노의 빈볼성 스매싱은 이수근의 얼굴을 강타하고 녹화장은 대폭소로 초토화된다.
김종민과의 리턴매치, 위기의 찬호를 구한 건 은지원과 이수근?
탁구게임은 YB팀의 승리로 끝났으나, 박찬호의 명예회복을 위해 번외경기로 김종민과의 리턴매치가 펼쳐진다. 그리고 박찬호는 복수에 성공한다. 흔들렸던 박찬호를 잡아준 건, 은지원과 이수근이었다. 그들이 터트려 준 웃음덕분에, 박찬호는 방송촬영중이라는 필요이상의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박찬호 3종세트 - 2. 기적 (역전만루홈런)
야구에서 9회는 종료를 의미한다. 그 때쯤이면 대부분 승패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설중에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벼랑끝에 몰렸다가도 기사회생하는 게 인생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최고의 스릴을 주는 '병뚜껑 멀리보내기'로 실내와 야외취침이 결정난다. 아이들 딱지치기 수준의 게임에 시청자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이른다. 멤버들은 마치 4라운드 18홀 마지막 퍼팅을 남겨 둔 골프선수들마냥 극도로 긴장한 모습. 그리고 은지원의 샷이 YB팀을 따뜻한 온돌방에 재울 정도의 위치로 떨어졌다.
OB팀의 마지막 희망 강호동의 손가락에서 병뚜껑이 떠났다. 소위 말하는 깻잎 한장차이로 승부가 가려질 무렵에 터진 아비규환, 조직적인 깽판에 가담한 박찬호가 그간 쌓아올린 명성대신 메이저초딩(?)을 택한 순간이다. 얼어죽을 판에 체면따위가 뭐가 중요하리. 인간미(?)가 드러난 박찬호는 어느새 <1박2일>에 완전히 동화되고 있었다.
9회말 2사후에 터진, 박찬호의 기적같은 역전만루홈런!
패자부활전을 통해 OB팀의 한사람이 야외취침에서 구제된다. 이때 이수근과 강호동은 불가능한 제안을 한다. 만약 맨끝 사선에 병뚜껑이 걸칠 경우, 네명 모두 실내취침을 허락해 달라는 것. 의미없는 제안이다. 백번을 해도 한번 성공할까말까한 미션이다. 그것을 단 한번의 기회로? 그리고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투수인 박찬호는 이따금씩 타석에서 홈런을 치곤해 관중들을 놀라게 만든다. 그 홈런보다 더 힘든 병뚜껑의 기적을 그가 쏘아 올렸다. 진정한 스타는 위기에서 빛난다는 말이 성립되는 장면이다. <1박2일>의 전설같은 영웅담으로 남을 박찬호의 기적. 덕분에 모두가 실내취침을 할 수 있게 됐다.
박찬호 3종세트 - 3. 감동 (약속지킨 입수퍼레이드)
사람간에 지켜야 할 수많은 것들 중에, 어쩌면 가장 힘들고,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역설적으로 그만큼 가치있는 게 바로 약속이다. 거기엔 의지도, 믿음, 애정도 필요하다. 약속이란 건 웃고 즐기는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걱정과 두려움, 눈물이 교차하는 곳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속이란 건 쉽게 다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박찬호가 <1박2일>에 남아 복불복을 하고 밤을 보내는 조건으로 걸었던 건, 다음날 멤버들 모두 힘께 계곡에 입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킬 시간이 왔다. 밤새 다른 멤버들의 코골이소리에도 불평없이 홀로 밤을 꼬박 세운 박찬호는, 얼음장으로 돌변한 계곡을 돌덩이와 삽으로 깨기 시작한다. 거기엔 그들과 나눈 약속뿐 아니라, 시청자들과 맺은 보이지 않는 약속도 함께 존재했기 때문이다.
절대 들어갈 것 같지 않던 은지원이 가장 먼저 입수하자, 다른 멤버들이 줄줄이 계곡속에 몸을 담근다. 나비효과를 부른 은지원의 반전도 보기 좋았지만, 그를 움직이게 만든 건 박찬호였다. 끊임없이 설득했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하나다. 바로 사람안에 마음. 그 마음을 향해, 박찬호는 정확한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화답하듯 은지원은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 것이다. 그리고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 마음이 통하는 명승부를 지켜보며 감동의 박수를 쳐주었다.
<1박2일>이 떠나는 여행속에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인연. 월드시리즈보다 아름다운 인연시리즈가 박찬호를 통해 완성됐다. 그는 야구시즌 끝난 겨울에 <1박2일>로 돌아와 제 8의 멤버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덕분에 시청자는 '웃음,기적,감동'의 3종세트를 맛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박찬호와 강호동이 끌어안으며 뜨겁게 외쳤던, "대한민국 화이팅!" 이란 말이
지켜보는 내가슴에도 훈훈하게 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