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추노, 숨막혔던 명장면과 앞으로의 전개
바람을가르다
2010. 1. 8. 07:03
첫방부터 시청자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았던 액션사극 추노. 2회에서도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가 만족스런 결과물을 내놓았다. 특히 마지막을 수놓았던 쫓는 자 추노꾼 이대길(장혁)과 쫓기는 자 도망노비 송태하(오지호)의 칼끝을 겨눈 승부는, 앞으로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운명을 예고하며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왜 이대길(장혁)은 추노꾼이 되었을까?
최장군(한정수)이 대길에게 마음속 언년이(이다해)를 그만 놓아주라고 말할 때, 그는 눈물을 흘린다. 그에게 궁중 암투니, 세상이 앞으로든 거꾸로든 어떻게 돌아가든 지 관심없다. 오직 사랑했던 언년이를 찾는 것. 그가 추노꾼이 된 이유다. 대길의 기억속에 언년이는 노비다. 혜원이란 이름을 가진 규수가 아니다. 대길은 여전히 언년이가 노비일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사라졌기에 도망노비로 살아갈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언년이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비를 쫓는 추노꾼이 되는 것이었다.
2회의 명장면들과 앞으로의 전개
1. 일당백 대길(장혁)의 몸사리지 않는 액션 & 천지호를 살려 둔 실수
대길은 측근 왕손이(김지석)에게 언년이의 거처를 듣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같은 추노꾼인 천지호(성동일)의 패거리들이 놓은 덫이었던 것. 패거리에 둘러싸여 목숨을 위협받지만, 대길은 비트의 정우성도 울고 갈 '17:1' 에도 끄덕없는 사내. 홀로 천지호 패거리들을 일망타진한다.
대길은 언년이를 미끼로 자신을 속인 천지호의 목을 베려 하나, 뒤늦게 도착한 최장군이 살인은 안 된다는 만류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모래시계>의 최민수가 정성모를 살려두었다가, 마지막에 고현정을 납치해 최민수를 위기에 빠뜨렸듯이, 마찬가지로 가증스럽게 목숨을 구걸했던 천지호의 싹을 자르지 못한 것은, 그가 훗날 언년이를 납치해 대길을 위험에 빠지게 할 공산이 높음을 암시한다.
2. 대길과 언년이의 눈발 속 추억의 키스
노비에서 벗어나 혜원이로 살아가는 언년이는, 경강 최고의 거간꾼 최사과(안승훈)의 재취자리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혼례를 올린 첫날밤 그녀는, 8년 전 불길속에 휩싸여 죽었을 거라 믿는 도련님 대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나는 말이다. 살 거다, 평생. 너랑 같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양반과 노비라는 신분차이로 인해 벽에 가로 막힌 두 사람. 그러나 대길은 언년이에게 꽃신을 신겨주며, 끝까지 그녀와 함께 할 거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그리고 감동받은 언년이의 입술 대시. 눈발을 녹이는 두 사람의 뜨거운 키스.
8년 전 언년이에서 현재 혜원이가 된 그녀는, 최사과의 첫날밤을 치루기 직전에, 도망쳐 나와 정처없는 길을 떠난다. 사랑했던 대길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서...
3. 혜원의 호위 무사 백호(데니안) vs 미녀 자객 윤지(윤지민)
모래시계 혜린(고현정)에게 재희(이정재)가 있었듯이, 이다해에겐 데니안이 있다.
최사과는 자신의 가슴벅찬 첫날 밤을 망쳐 놓고 떠나버린 혜원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현상금을 걸고 검객들을 모으는 한편, 섹시 자객 윤지를 고용한다. 그녀는 혜원을 산채로 잡아올 생각이 없다는 듯, 돈을 받고 목만 따올 심산이다.
그리고 혜원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나선 또 한명의 검객이 백호다. 노비였던 자신을 무사로 거두어 따뜻하게 대해 준 혜원에 대한 은혜뿐 아니라, 마음 한켠에 연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모래시계의 이정재와 같은 코스를 밟을 예정이다.
4. 우둔했던 조선 16대 왕 인조, 아들 소현세자를 독살시켰다?
병자호란의 패배로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던 인조(김갑수)의 아들 소현세자(강성민)는, 청나라의 발전된 문물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 돌아온다. 그러나 적국에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소현세자를 못마땅하게 여긴 인조. 인조가 이를 두고 대노한 3일 뒤에, 소현세자는 학질에 걸려 죽고 만다.
극중 평민 방화백(안석환)의 입을 빌려, 3년 탈상을 해야하는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3일만에 장례가 끝났고, 시신을 본 사람들의 말로는 얼굴이 흙빛이고 아홉 구멍에서 진물이 흐르는 것으로 미루어 소현세자는 독살당했을 거란 예상이 맞물린다. 민초들 사이에서도 이미 소문이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엔 왕권을 둘러싼 간신배들의 중상모략이 담겨 있음이 차례로 이어졌다. 종묘사직을 지켜내려는 신하들은 역적으로 몰아 잡아들이고, 이를 뒤에서 지시한 간신은 기생의 치마폭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5. 소현세자를 지키던 최고 무사에서, 노비로 전락한 송태하(오지호)의 부활
소현세자의 죽음은 태하에게 가려 2인자에 머물었던 무사 황철웅(이종혁)에겐 기회였다. 그는 소현세자의 충신이었던 태하에게 누명을 씌워 노비로 전락시킨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태하는, 철웅의 눈을 속여서라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절름박이인 척 살아왔던 것이다.
바닥으로 내몰려 구차한 인생을 살던 어느 날, 저잣거리에서 누군가 죽은 소현세자의 친서를 태하에게 건네준다. 역모를 꾀했다는 모략속에 소현세자의 가족들이 참수당하고, 유일하게 남은 새자의 아들 석견을 지키기 위해 태하는 칼을 뽑아든다. 앞으로 그는 간신배 이경식에게 석견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은 철웅과 맞서야 하고, 도망노비 신분으로 추노꾼 대길에게 쫓기는 이중고 속에 놓인다. 그와중에 뭇사내들에게 욕보일 위기에 빠진 혜원을 구해준 뒤, 함께 동행하며 로맨스를 꿈꾼다.
훼이크였던 절름발이를 버리고 멀쩡한 두다리를 바탕으로, 뛰어난 무예실력을 뽐내며 관노를 탈출한 태하. 석견과 혜원을 만나기도 전에 대길과 운명적인 1라운드를 갖는다. 대길 또한 자신이 잡아야 할 상대가 태하 뿐 아니라, 혜원이라는 여자가 될 것이란 점. 혜원이가 언년이인지도 모르고 쫓게 되는 운명. 그리고 지독하게 얽힌 세사람의 실타래를 풀기도 전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 칼끝으로 서로의 심장을 겨누는 두 사람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