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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연기대상, 고현정 '미친거아냐' 왜 나왔나?

바람을가르다 2009. 12. 31. 07:34



"미친 거 아냐?"

2009 MBC연기대상에서 터져 나온 고현정의 돌발 발언이 넷상을 중심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 미실 역으로 이날 대상을 거머 쥔 고현정은, 시상식 2부 중간에 대상후보들을 인터뷰하던 이휘재에게, "이휘재씨 표정이 마음에 안들어요. 미친 거 아냐?"라고 내뱉은 것. 
이에 당황한 MC 이휘재는, "생방송 중에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막말입니까, 저한테?"라고 그녀를 나무랐고, 고현정은 "죄송합니다"라며 웃으며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이휘재는, "고현정씨가 저한테 농담삼아  얘기는 안영미씨 따라한 거에요. 실제로 저하고 고현정씨 친합니다. 문자 주고 받는 사이에요. 맞죠, 누나(고현정)? 누나 고마워요."라며, 사적으로 고현정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생긴 해프닝이었음을 재차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난 후, 이를 두고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중심으로 네티즌간에 설왕설래가 오고 가며 파문을 낳고 있다.


고현정, '미친아냐' 왜 나왔나?  

선덕여왕련기사나 메이킹필름을 공개한 프로그램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현정은  촬영장에서 연기자, 스텦 등 동료들에게 개그우먼 안영미의 유행어 "미친 거 아냐?"를 종종 사용해 왔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촬영 전 자칫 긴장하기 쉬운 본인은 물론 동료들을 릴렉스시키고, 지루하거나 딱딱해지기 쉬운 촬영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영미의 유행어를 흉내내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연기대상>에서 발생한 고현정의 발언은 같은 선상에서 봐야 옳다. TV화면속에 비친 이날 현장분위기는 다른 연말시상식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차분한 나머지, 시청자의 눈에 굉장히 루즈하고 경직돼 보였던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시상식을 앞두고 고현정 참석여부 및 고현정, 이요원, 김남주의 3파전을 예고한 대상을 둘러싸고, 언론을 중심으로 잡음이 흘러나온 것도 분위기를 차갑게 흐르게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 때 마침, 메인MC 이휘재와 박예진이 즉석에서 인터뷰를 갖은 것이다. 침체된 현장분위기를 살릴 좋은 타이밍이다. 그러나 이휘재와 박예진은 역량이 다소 부족했다. 그들이 주도해서 분위기를 살려내야 했지만, 형식적인 질문으로 배우들의 무미건조한 답변을 이끌어내고 만다. 그나마 이휘재가 할 수 있었던 게, 김남길에 앞에 두고 강남길로 친 말장난에 불과했다면 말 다한 것이다.  


이를 참지 못한 고현정이 총대를 멘 것이다. 선덕여왕 촬영장을 떠올리며 웃고 편안해지자고 의도한 멘트가, 이휘재의 표정을 걸고 넘어간 "미친 거 아냐?"였다. 실제로 조각상처럼 굳어있던 배우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현장분위기는 달아올랐다. 그제서야 연말시상식답게 릴렉스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일각에선 고현정의 돌출 발언을 언짢게 보았을 수 있다. 더군다나 고현정이 평소 안영미 유행어를 즐겨쓴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휘재의 표정이 맘에 안 들어서일까? 물론 고현정의 속내까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휘재의 말대로 둘사이에 어느정도 친분이 없었다면, 제 아무리 여장부 고현정이라해도 쉽게 내뱉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미친 거 아냐?"를 터트린 고현정의 표정이나 이휘재가 받아드리는 순간이 어색하거나 심각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격이 없는 사이로 비춰졌다.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는 "미친 거 아냐?"를 동반한 고현정의 정색과 썩소는, 개콘 <분장실의 강선생님> 안영미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색한 표정으로 "미친 거 아냐?"를 해야 느낌이 사는 유행어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 그녀라 이 부분까지 오해를 살까 걱정된다. 그리고 고현정의 한마디가 없었다면, <2009 MBC 연기대상>은 시작과 끝을 줄곧 초상집 분위기로 치뤄야 했다.    


생방송 도중이라, 고현정의 발언을 듣고 불편했던 시청자가 나올 수 있다. 고현정의 의도와 달리, 희생양이 된 이휘재도 상처를 받았을 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후 고현정도 마음이 편해 보이진 않았다. 그녀가 대상의 영광을 안고도 수상소감을 짧게 마친 것도, 이와 연계되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라고 해서, 왜 생각나는 사람들이 없고,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었겠는가.

경직된 시상식 분위기에, 다함께 웃고 편하게 즐기자며 유행어를 따라 한 고현정의 한마디가, 실수로 바뀌고, 논란을 낳고 있다. '천박하다', '대상 자격이 없다'는 말과 함께 고현정의 인간성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나오는 형국이라 안타깝다. 

대상받은 고현정을 축하하며, 의도와 다른 엉뚱한 논란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여 김남주, 이요원, 윤상현 등 수상하신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