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연기대상', 김명민-송승헌 사태는 없다

바람을가르다 2009. 12. 29. 18:12



올해의 연기대상은 다른 해에 비해 오히려 복잡하지 않다. 그동안 대상의 컨택이 있어, 주안점을 놓았던 시청률, 화제성, 스타의 커리어 등을 방송사의 입맛대로 고려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단순하게 답이 나온다. KBS <아이리스>의 이병헌, MBC <선덕여왕> 고현정, SBS <아내의 유혹> 장서희.

물론 <솔약국집 아들들> 손현주, <내조의 여왕> 김남주,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 한효주 커플이 이들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로 인해 공동수상을 점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난 해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에덴의 동쪽> 송승헌에게 낯뜨겁게 나눠 준 대상으로 몸살을 앓았던 MBC연기대상을 고려할 때, 내년이면 모를까 올해만큼은 두명의 별을 낳는 추태를 재현하긴 힘든 여건이라 할 수 있다. 별은 뜨고 지게 마련이다. 새로운 별도 나타난다. 연기자 풀이 넘쳐 나는데, 굳이 방송사 간판에 먹칠해 가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공동수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왜?

연기대상을 앞두고 후보자의 참석여부가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상여부에 따라 참석을 저울질하는 연기자들과 한분이라도 더 모셔와 자사를 홍보하고, 차후 출연 약속을 담보받고자 하는 방송사간의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밀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있어 왔던 일종의 썩은 관행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년 쌍둥이 대상을 배출하지도 않았다. 작년 있었던 김명민, 송승헌 공동수상이 최근 일처럼 뇌리에 박혀 있고, 그 여파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까지 막장드라마가 연출된다면 단순히 '연기대상'이란 타이틀 뿐 아니라, 방송사의 권위도 함께 추락하게 된다. 스타위에 있는 힘이 시청자라는 단순한 진리를 외면한다면 방송국을 이끌어 갈 경영진으로 불합격이다. 다시 말해 경영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올해 대상은 어느 누가 상을 받아 논란이 될 지언정, 공동수상에서 만큼은 자유로울 전망이다.


연기대상이 막장드라마가 된 이유는?

해마다 공동수상을 남발했던 방송사의 책임을 1차적으로 들 수 있다. 신인상은 물론, 최우수상과 우수상은 두세명씩 뽑아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관례가 돼버렸다. 여기에 각종 조잡한 타이틀을 붙여 만들어진 상까지 합쳐지자, 후보에 오르고도 상을 받지 못한 연기자가 오히려 바보가 되는 기현상을 빚은 것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마저 공동수상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후보에 오른 연기자도 귀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상식을 코앞에 두고 참석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상을 주면 가고 안 주면 보이콧하겠다는 의사와 다를 바 없다. 단독대상인지, 공동수상인지, 최우수상인지 확실한 언질이 받고 나서, 상의 만족도에 따라 참석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상을 주는 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그들은 천상 연기자다. 시상식에 나타나 수상소감을 발표할 때면, 대체적으로 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멘트들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큰 상을...", 안 준다면 안 왔을 사람들이 "과연 내가 이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그리고 때에 따라 눈물 한방울 떨궈주는 과한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시청자의 눈을 속이는 이러한 행태는 막장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것이 없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차갑기 마련이다. 명예에 눈이 먼 배우는 연기뿐 아니라 로비까지 잘 해야 인정받는 어처구니. 연말광고 특수를 노림과 동시에 제식구 챙기기에 나선 방송사가 공익을 내세우는 아이러니. 결국 상이 주는 권위를 바닥까지 내몰았다.

현재 저급한 쇼로 전락한 연기대상. 실추된 권위를 찾기 위해선, 우선 수상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 또한 대상뿐 아닌 모든 상에 있어 공동수상을 근절하고, 후보자의 참석여부와 관계없이 철저하게 수상자를 비밀에 붙일 수 있는 보안이 요구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연기자는 매번 자신의 수상여부를 타진해 올 것이고, 참석을 놓고 상을 밀거래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당연히 알면서도 속아주는 시청자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