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김종민, <1박2일> 판도라의 상자?

바람을가르다 2009. 12. 28. 12:39



해피선데이 <1박2일>에 논란의 김종민이 복귀했다. 2년간 국가 부름을 받고 법원에서 공익근무를 해온 그를 소집해제와 동시에 유쾌한 납치 들어간 멤버들(강호동, 김C, 은지원, 이수근, MC몽, 이승기). 경기도 가평 혹한기 실전캠프에 합류하면서 <1박2일>은 7인체제로 또 다른 변신을 시작했다.

김종민, <1박2일> 판도라의 상자?

그의 복귀를 둘러싸고, <1박2일> 시청자들 사이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종민의 합류가, 자칫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에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그리고 27일 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해피선데이의 시청률은 27%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패떴>과 <일밤>은 지난 주에 비해 떨어진 시청률을 받아든다. 이것을 '김종민효과'라고 단정짓긴 힘들다.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으로 구성된 해피선데이는 그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봐야 타당하다.  


그렇다면, 김종민이 합류함과 동시에 <1박2일>엔 어떤 변화가 있었나? 27일 방송분만 떼어놓고 볼 땐, 분명 마이너스였다. 사람 한 명 늘었을 뿐 인데, 화면이 지나치게 꽉 차 보였다. 여백의 '미'까진 아니어도 '재미'를 주기 앞서, 시청자로서 심리적으로 불편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엉성해진 팀플레이다. 여섯명이 일곱명으로 늘자, 이미지게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답 오픈 시간이 길어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이다. 템포가 강약으로 조여지지 못하고, 느슨하고 늘어지는 현상을 빚는다. 김종민 한명을 추가했을 뿐인데, 1박2일이 '2박3일'이 된 듯한 느낌이다. 

김종민의 예능감이 돋보였다고 볼 수도 없다. 그는 2년전 모습과 변한 게 없다. 퀴즈를 풀 때 알 수 있듯이 예전보다 유식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어리버리한 태도는 여전했다. 보다 달라진 캐릭터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게, 식상한 이미지로 돌아온 것이다. 변화를 원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흐름에 영악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기존 '1박2일' 멤버들과 동 떨어진 듯한 컨셉. 놀리면 당하는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린 김종민. 


김종민과 '1박2일'엔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 합류한 김종민은 27일 방송된 <1박2일>을 느슨하게 만든 주범이다. 그렇다면 김종민이란 혹을 달고 계속 방송을 해야 하나? 이것이야 말로 위험한 발상이다. 이제 막 소집해제 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김종민이다. 그의 역할이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김종민의 합류를 두고, 네티즌을 중심으로 논란을 생산하는 형국이다. 최소한 한달은 지켜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은 일을 미리부터 'YES' or 'No'로 접근한다.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평가하려 드는 듯 보인다. 부족함이 보이면 메꿀 기회를 주는 것이고, 과한 면이 있다면 덜어낼 기회도 줘야 맞다. 이제 방송 한번 나온 것을 두고 누구를 병풍 만들었다는 둥,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정당한가? 사람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물론 시작부터 잘 할 수도 있다. 빵빵 터트려가며 기존의 멤버들을 들었다 놓을 수도 있다. 반대로 사정없이 망가지고, 프로그램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김종민 뿐 아니라, '1박2일'의 어떤 멤버라도 가져올 수 있는 문제다. 지금의 이승기가 허당에서 황제까지 한번에 이루어진 역사였던가? MC몽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적응해서 흡연 등의 논란을 낳았나. 이수근이 앞잡이로 완성되기 까진 병풍에, 운전수로 시작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집해제와 동시에 방송을 시작한 김종민이다. 그는 물론, 멤버들조차 김종민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지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다. 제작진 또한 아직은 새롭게 꾸려진 7인체제에 적응하지 못했다. 우는 아이를 때려서 타이를 타이밍이 아니다. <1박2일>을 즐겨 본다면, 부족함 보이더라도 달래듯 너그럽게 봐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좀 더 지켜볼 줄 아는 시청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리부터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놓고 비판의 도마위에 김종민을 올려놓는 것은,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심보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제작진과 강호동을 비롯한 기존 멤버들의 역량을 함께 깍아 내린 것에 불과하다. 시청자에겐 여유가, 그들에겐 시행착오를 겪고 이겨낼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