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아이리스 불친절한 결말, 이병헌은 왜 죽였나?
바람을가르다
2009. 12. 18. 09:39
숱한 화제속에 평균 시청률 30%에 육박했던 인기드라마 <아이리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시청자에겐 끝나지 않은 드라마가 바로 <아이리스>다. 이유는 간단하다. 19회동안 이룬 공든 탑은 허상(虛像)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마지막회를 통해, 제작진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시청자는 그동안 무엇을 봤는지, 그 '무엇'에 대한 갈증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최악이었다.
불친절한 '아이리스', 결말도 불친절했다.
매회 반전을 꾀하던 스토리와 인물들간의 설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시청자들은 20부를 끝으로 <아이리스>를 떠나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회. <아이리스>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결말을 송두리째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 것이다. 전회를 걸쳐 '생략'을 기조로 삼아 시청자에게 친절한 이해를 돕지 못한 <아이리스>의 변명은, '스피드', '반전'을 위해서 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회는 쓸데없는 장면에 늘어질 때로 늘어져 '스피드'와 거리가 멀었고, '반전'이 아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소하지 못한 채 '생략'의 코드를 유지한다. 반전으로 치장했던 제작진의 '비겁한 변명'만이 남은 꼴이다.
끝내 드러나지 않은 아이리스의 수장 '미스터 블랙'의 지시로 진사우(정준호)가 제거되는 장면. 현준과 승희에게 할 말이 참 많았을 것이다. 사우가 총맞고 피를 흘리며 나누었던 이야기는 커피 한잔되도 될 티타임(?)을 가진 듯 했다. 그동안 고생한 정준호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제작진의 배려. 이것은 제작진이 아마추어라는 것을 뜻한다. 진정 사우의 죽음이 빛바래지지 않으려면, 아이리스와 관련된 단서가 나왔어야 했다. 영화 <LA컨피덴셜>의 케빈스페이시가 죽으면서 남긴 '롤로 토마시'와 같은 단서.
저격수로 등장한 아이리스 최승희(김태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누군가가 누구인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 지 밝혀지지 않았다.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연상시킨다. 살인자에 비밀첩보원이라는 두가지 누명을 쓴 주인공에게 CIA요원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항의 소음으로 뭔 얘기를 나눴는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생략이되, '아이리스'가 품고 있는 허술함은 실체도, 윤곽도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불친절함이 있다.
히트(?)는 승희가 현준에게 사실을 밝히려고 들자, 현준이 그녀의 말을 막는다. '내가 아니까, 시청자는 몰라도 돼.'라고 말하는 듯하다. 악몽같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19회 동안 쏟아부었던 '아이리스' 의혹들을 제작진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했음을 시인한다.
현준(이병헌)은 왜 죽었나?
'새드엔딩'이라고 예고한대로 누군가는 죽어야 했다. 진사우가 죽었고, 최승희가 아닌 김현준이 죽었다. 죽을 뻔한 김선화(김소연)은 기어이 살아서, 못볼 걸 보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의 목숨까지 구해줬건만, 꽃다발 받고 떨어지란다. 그 남자는 딴 여자와 침대에서 뒹군다. 김소연에겐 새드한 결말이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그녀가 되뇌이지 않았을까.
시청자에게 가장 논란을 남긴 김현준(이병헌)의 죽음. 누가 죽였을까? 총을 맞아도 살고, 비행기가 추락해도 살았던 불사조가, 누군가에게 저격을 당했다. 아이리스의 수장 미스터 블랙의 똘마니라는 추측만 남는다. 그 실체가 없다. 만약 빅(탑)이 살아 있었다면 모를까. 죽여버린 그를 살리지 못한 제작진은 결국 '누군가 죽였다'로 마무리한다. 이를 두고 넷상에선 이병헌에 소송을 제기한 '권모씨가 죽였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이병헌을 죽인 이유는 여러가지다. 시즌2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 소송을 당한 그에게 시청자들의 동정표를 주기 위한 것도 있을테다. 그리고 연말대상을 염두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극중에서 시청자에게 가장 여운을 남기는 배역은 마지막에 죽는 자이다. 다시 말해 김현준의죽음은 복합적으로 '이병헌'을 위해서 인 것이다. 문제는 허접하게 죽인 것이다. 죽은 이병헌은 멋있었지만 과정은 어디서 본듯 한데다,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시청자들로선 짜증스러운 것이다. 막장드라마보다 못한 결말이다.
한국 느와르 영화의 지평을 연 94년작 <게임의 법칙>에서 삼류 건달 박중훈은 상대 보스를 제거한 뒤, 오연수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전화 통화를 한다. 그러나 박중훈이 과거에 깔보고 무시했던 듣보잡에게 전화박스에서 총맞아 죽는다. 실체가 있고 이유가 있다. <아이리스>의 끝은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02년작 <이중간첩>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사랑을 위해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난 두사람. 외국인에게 총맞아 죽는 한석규. 그 외국인을 누가 고용했는지 알 수 없다. 실체는 있으되 이유는 불분명하다. <아이리스>가 최악인 건 실체도 없고, 이유도 없다는데 있다.
<아이리스>의 시즌2, 필요한가?
사실 <아이리스>는 인기만큼이 논란이 많았다. 200억을 쏟아부은 한국형 첩보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훈장을 달고 있었지만, '한국형'일 뿐이었고 짜깁기가 난무했다. 가장 웃긴 건 표절논란속에 누군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작자라면서 말이다.
실질적으로 <아이리스>는 미국드라마 <앨리어스>의 표절작에 가깝다. <앨리어스>의 시즌1은 <아이리스>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정도로 흡사한 구석이 굉장히 많다. 김태희가 NSS와 아이리스를 넘나들듯, 시드니(제니퍼 가너)도 CIA와 SD-6사이를 오가는 이중스파이라는 점에서, 승희에게 아버지같은 백산과 같은 요원인 시드니의 아버지, 'The Man'과 같은 선상에 '미스터블랙' 등의 인물설정 및 배경 등을 교묘하게 비튼 것에 불과하다. 아이리스의 시즌2가 궁금하다면, 앨리어스의 시즌2를 보면 대충 그림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이것은 <아이리스>가 해외시장에선 먹히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킬러컨텐트가 아닌 자막없이 볼 수 있는 국내용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시즌1의 마지막도 제작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해, 논란뿐인 결말을 낳은 <아이리스>의 시즌2를 제작한다? 시즌2가 시청자를 사로 잡으려면, 인기 배우를 출연시키고 제작비를 쏟아붓는 게 우선될 게 아니라, 결말부터 미리 써놓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맞다. 진정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국형 '미드자판기'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숱한 화제속에 평균 시청률 30%에 육박했던 인기드라마 <아이리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시청자에겐 끝나지 않은 드라마가 바로 <아이리스>다. 이유는 간단하다. 19회동안 이룬 공든 탑은 허상(虛像)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마지막회를 통해, 제작진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시청자는 그동안 무엇을 봤는지, 그 '무엇'에 대한 갈증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최악이었다.
불친절한 '아이리스', 결말도 불친절했다.
매회 반전을 꾀하던 스토리와 인물들간의 설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시청자들은 20부를 끝으로 <아이리스>를 떠나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회. <아이리스>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결말을 송두리째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 것이다. 전회를 걸쳐 '생략'을 기조로 삼아 시청자에게 친절한 이해를 돕지 못한 <아이리스>의 변명은, '스피드', '반전'을 위해서 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회는 쓸데없는 장면에 늘어질 때로 늘어져 '스피드'와 거리가 멀었고, '반전'이 아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소하지 못한 채 '생략'의 코드를 유지한다. 반전으로 치장했던 제작진의 '비겁한 변명'만이 남은 꼴이다.
끝내 드러나지 않은 아이리스의 수장 '미스터 블랙'의 지시로 진사우(정준호)가 제거되는 장면. 현준과 승희에게 할 말이 참 많았을 것이다. 사우가 총맞고 피를 흘리며 나누었던 이야기는 커피 한잔되도 될 티타임(?)을 가진 듯 했다. 그동안 고생한 정준호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제작진의 배려. 이것은 제작진이 아마추어라는 것을 뜻한다. 진정 사우의 죽음이 빛바래지지 않으려면, 아이리스와 관련된 단서가 나왔어야 했다. 영화 <LA컨피덴셜>의 케빈스페이시가 죽으면서 남긴 '롤로 토마시'와 같은 단서.
저격수로 등장한 아이리스 최승희(김태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누군가가 누구인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 지 밝혀지지 않았다.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연상시킨다. 살인자에 비밀첩보원이라는 두가지 누명을 쓴 주인공에게 CIA요원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항의 소음으로 뭔 얘기를 나눴는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생략이되, '아이리스'가 품고 있는 허술함은 실체도, 윤곽도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불친절함이 있다.
히트(?)는 승희가 현준에게 사실을 밝히려고 들자, 현준이 그녀의 말을 막는다. '내가 아니까, 시청자는 몰라도 돼.'라고 말하는 듯하다. 악몽같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19회 동안 쏟아부었던 '아이리스' 의혹들을 제작진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했음을 시인한다.
현준(이병헌)은 왜 죽었나?
'새드엔딩'이라고 예고한대로 누군가는 죽어야 했다. 진사우가 죽었고, 최승희가 아닌 김현준이 죽었다. 죽을 뻔한 김선화(김소연)은 기어이 살아서, 못볼 걸 보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의 목숨까지 구해줬건만, 꽃다발 받고 떨어지란다. 그 남자는 딴 여자와 침대에서 뒹군다. 김소연에겐 새드한 결말이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그녀가 되뇌이지 않았을까.
시청자에게 가장 논란을 남긴 김현준(이병헌)의 죽음. 누가 죽였을까? 총을 맞아도 살고, 비행기가 추락해도 살았던 불사조가, 누군가에게 저격을 당했다. 아이리스의 수장 미스터 블랙의 똘마니라는 추측만 남는다. 그 실체가 없다. 만약 빅(탑)이 살아 있었다면 모를까. 죽여버린 그를 살리지 못한 제작진은 결국 '누군가 죽였다'로 마무리한다. 이를 두고 넷상에선 이병헌에 소송을 제기한 '권모씨가 죽였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이병헌을 죽인 이유는 여러가지다. 시즌2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 소송을 당한 그에게 시청자들의 동정표를 주기 위한 것도 있을테다. 그리고 연말대상을 염두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극중에서 시청자에게 가장 여운을 남기는 배역은 마지막에 죽는 자이다. 다시 말해 김현준의죽음은 복합적으로 '이병헌'을 위해서 인 것이다. 문제는 허접하게 죽인 것이다. 죽은 이병헌은 멋있었지만 과정은 어디서 본듯 한데다,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시청자들로선 짜증스러운 것이다. 막장드라마보다 못한 결말이다.
한국 느와르 영화의 지평을 연 94년작 <게임의 법칙>에서 삼류 건달 박중훈은 상대 보스를 제거한 뒤, 오연수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전화 통화를 한다. 그러나 박중훈이 과거에 깔보고 무시했던 듣보잡에게 전화박스에서 총맞아 죽는다. 실체가 있고 이유가 있다. <아이리스>의 끝은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02년작 <이중간첩>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사랑을 위해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난 두사람. 외국인에게 총맞아 죽는 한석규. 그 외국인을 누가 고용했는지 알 수 없다. 실체는 있으되 이유는 불분명하다. <아이리스>가 최악인 건 실체도 없고, 이유도 없다는데 있다.
<아이리스>의 시즌2, 필요한가?
사실 <아이리스>는 인기만큼이 논란이 많았다. 200억을 쏟아부은 한국형 첩보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훈장을 달고 있었지만, '한국형'일 뿐이었고 짜깁기가 난무했다. 가장 웃긴 건 표절논란속에 누군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작자라면서 말이다.
실질적으로 <아이리스>는 미국드라마 <앨리어스>의 표절작에 가깝다. <앨리어스>의 시즌1은 <아이리스>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정도로 흡사한 구석이 굉장히 많다. 김태희가 NSS와 아이리스를 넘나들듯, 시드니(제니퍼 가너)도 CIA와 SD-6사이를 오가는 이중스파이라는 점에서, 승희에게 아버지같은 백산과 같은 요원인 시드니의 아버지, 'The Man'과 같은 선상에 '미스터블랙' 등의 인물설정 및 배경 등을 교묘하게 비튼 것에 불과하다. 아이리스의 시즌2가 궁금하다면, 앨리어스의 시즌2를 보면 대충 그림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이것은 <아이리스>가 해외시장에선 먹히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킬러컨텐트가 아닌 자막없이 볼 수 있는 국내용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시즌1의 마지막도 제작진 스스로 추스르지 못해, 논란뿐인 결말을 낳은 <아이리스>의 시즌2를 제작한다? 시즌2가 시청자를 사로 잡으려면, 인기 배우를 출연시키고 제작비를 쏟아붓는 게 우선될 게 아니라, 결말부터 미리 써놓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맞다. 진정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국형 '미드자판기'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