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혹한기 '폭소'캠프, 이수근의 운수좋은 날!
바람을가르다
2009. 12. 14. 07:04
해피선데이 <1박2일> 멤버(강호동,은지원,김C,이승기,이수근,MC몽)들이 '제3회 혹한기 대비캠프'를 맞아, 유쾌한 신고식을 가졌다. 강원도를 찾은 그들은, 추운 겨울 건강한 심신으로 이겨내자는 모토아래 의욕적인(?) 모습으로 임한 결과, 대폭소 퍼레이드를 연출했다.
혹한기 '폭소' 캠프의 최대 희생양은?
1. 모래시계 최민수가 된 '은지원'
시작과 동시에 나PD의 간단하고 기습적인 미션을 넋놓고 있다가 당하고만 은초딩 지원은, 그자리에서 건장한 남자 둘에게 잡힌 채, 혹한기 대비캠프로 가는 첫번째 희생자가 된다. 영문도 갈 곳도 모른 체 끌려간 그의 뒷모습에선, 모래시계 태수(최민수)가 사형장으로 향하는 장면이 오버랩되어 큰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홀로 떠난 그를 더욱 잔혹하게(?) 낭떠러지로 몰아넣은 건, 핸드폰으로 낚아버린 강호동의 순발력이었다. 핸드폰 통화중에 은지원이 선택한 멤버가 그를 곧바로 뒤따를 것이라고 잔뜩 기대감을 안겨준 강호동. 한껏 들뜬 은천재는 "5,4,3,2,1!"과 동시에 바보가 되버렸다. 그러나 다리 풀릴 정도의 좌절감을 맛본 은지원의 희생은 약과였다.
2. 밥상을 100mm 앞에 두고, '이승기'
은지원이 빠진 다섯명의 멤버들에게 식사가 제공된다. 따뜻한 밥, 강된장과 콩비지찌개 등 자연의 맛 그대로를 어머니의 정성으로 빚은 훈훈한 밥상을 두고, 한사람을 대비캠프로 보내자고 제안한 앞잡이 이수근. 이에 동조하며, 빈 밥그릇을 집는 자를 떨어뜨리자며 복불복 룰을 즉석에서 만들어 낸 이승기. 본인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잊은 듯한 위험한(?) 발언이다.
밥상이 차려졌고, 밥그릇을 집는 순간이 다가왔다. 강호동을 비롯 차례로 밥이 든 밥공기를 찾아내고, 최후의 2인은 공교롭게도 복불복을 제안하고 구체화시킨 이수근과 이승기. 그리고 이승기의 선택은 밥공기가 아닌 싸한 공기를 불러온다. 김상배의 "100m 앞에 두고"라는 노래가 떠오를 정도로, 밥상을 10cm, 100mm앞에 두고 돌아설 수 밖에 없는 두번째 희생자.
3. 혹한기 대비캠프를 '폭소' 캠프로 만든 최대 희생양, 앞잡이 이수근!
3,6,9와 구구단, 가위바위보를 통해, 차례대로 대비캠프로 향하게 된 MC몽, 강호동, 김C.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1인, 이수근. 그는 말한다.
"혼자 있으니까, 이게 벌칙같애."
사람의 예감이란, 정말 무서운 것.
이수근을 두고 떠난 김C 역시, 이수근에게 지길 잘한 것 같다며 '혼자보다 나은 다섯'안에서 위안을 삼을 무렵, 첫번째 희생자 은지원의 제안이 떨어진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자나, 한명 흩어졌잖아." 그리고 이어진 다섯명의 치밀한 계략. 이들의 발칙한 시나리오에 동참한 제작진. 이수근 몰카. 일명 '수근의 운수좋은 날.'
<수근의 운수좋은 날 시나리오>
강호동이 밥을 굶은 은지원과 이승기를 위해 라면걸고 제작진과 즉석대결 제안 -> 강호동이 나PD에게 가위바위보를 진다 -> 벌칙을 부여받은 멤버들은 가위바위보로 1등을 가려냄 -> 1등이 벌칙예상번호를 수근에게 부여하면, 제작진이 그것에 맞는 사다리타기를 내놓는다 -> 이수근 낙찰, 웃통벗고 냉수마찰.
이 사실도 모른 체, 추운 겨울 멤버들을 위한답시고, 겁없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타난 수근. 그리고 이어진 시나리오. 은지원과 이승기의 오스카급 연기속에 낚여버린 앞잡이의 최후. 두차례나 몰카를 당하고서야 밝혀지는 전모. 허탈한 이수근의 웃음. 대폭소의 피날레.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 비극으로 끝났지만, 혹한기 대비캠프를 혹한기 '폭소'캠프로 이끈 <수근의 운수좋은 날>은 희극으로 막을 내렸다. 혹자는 몰카를 통해, 한 사람을 바보만든 과정이 불편하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걱정해서인지, 메인MC 강호동은 밥굶은 은지원과 이승기를 걱정한 이수근의 동료애를 칭찬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칫 논란이 될까 걱정하는 뉘앙스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1박2일>이 단순히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수근의 몰카를 통해 느낀 것은, 그들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는 점이다. '추억'이란 이름아래 말이다. 친구간에 골탕먹이는 것도 추억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잠든 친구 얼굴에 낙서를 하고, 겨울바다속에 빠뜨리기도 하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어느새 <1박2일>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예능프로그램을 벗어나, 그들만의 추억을 만드는 여행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들간에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부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