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만든 예능MC의 장벽
왜 개그맨들에게 메인MC로 가는 진입 장벽은 높을까?
현재 유재석, 강호동을 필두로 김국진, 김용만, 신동엽, 이휘재, 서경석,
남희석, 박수홍, 지석진 등 개그맨출신 버라이어티 2세대 MC들이
여전히 예능계를 장악하는 가운데,
그들을 잇는 개그맨출신 MC로는 이혁재를 빼고 뚜렷히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변방 레크레이션 강사출신 김제동이 주목을 받게 된다.
유재석, 김국진, 김용만, 남희석 등은 KBS 개그맨 공채 7기다.
현재 KBS개그맨 공채는 20기를 훌쩍 넘어섰다.
SBS의 신동엽이나 MBC의 강호동, 이휘재 등도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다.
그렇다면, 그들 이후로는 3사 개그맨 출신으로
메인 MC에 진입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십년 넘게 개그맨 MC들의 명맥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황금세대라 부를 수 있는 2세대 MC들의 재능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콩트에서 버라이어티로 변해가는 과도기에 출현했다는 점과
사실상 작금의 버라이어티를 주도한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주병진, 이경규, 서세원이 기초공사를 하고, 2세대가 집을 지은 격이다.
유강세대가 현재 예능판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십년이 지났다. 십년이 지났음에도 주인자리는 변한 게 없다.
여전히, 2세대 MC들에게 더 집중되고 있는 예능판.
왜 이런 현상을 빚게 됐을까?
버라이어티의 트렌드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그 중심에 캐릭터가 있다.
캐릭터.
캐릭터는 예능의 관점에서 볼 때, 콩트코미디에서 추구되는 것이다.
그 캐릭터가 버라이어티로 넘어온다.
그 시점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던 2000년대 초반.
<강호동의 천생연분>의 돼랑이 강호동.
주접 이성진 등 출연진들 사이에 캐릭터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어 아예 예능프로 전체 멤버에게 캐릭터가 입혀진 <대단한 도전>
덤앤더머 형제 이경규와 김용만, 국민약골 이윤석, 태릉인 윤정수 등.
물론 그전 버라이어티에서도 캐릭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투MC체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톰과 제리의 캐릭터는 있었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사용될 뿐, 프로그램내내 캐릭터를 유지하진 않는다.
MC와 패널들은 캐릭터없이 재량에 따른 만담이나 애드립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천편일률적인 MC들의 진행스타일이
리얼버라이어티라는 붐을 타고 캐릭터MC로 진화한 것이다.
현재 <무한도전>,<1박2일>,<패밀리가 떳다>,<우결> 등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는 캐릭터버라이어티의 진화된 모습이다.
<무릎팍도사>,<라디오스타>등 토크쇼마저 캐릭터가 부여되며.
<미녀들의 수다>의 출연진들, 심지어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출연하는
아이들에게까지 캐릭터를 입힌다.
MC와 패널할 거 없이 거의 모든 예능프로에 캐릭터가 입혀지고 있다.
버라이어티가 캐릭터를 추구하면, 개그맨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개코미디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일이 누구보다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반면에 개그맨이란 직업이 캐릭터의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약점도 있다.
개그맨보다 가수나 탤런트가 캐릭터를 구축할 때 눈에 더 띄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캐릭터가 밋밋하거나 겹치게 되면 인정받기 힘들다.
김제동의 경우, 캐릭터가 워낙 밋밋해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한다.
캐릭터가 독특하고 강하며 진한 맛이 나야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 프로에서 강하게 어필한 캐릭터는 그대로 이미지로 굳어져
다른 프로에서 그 캐릭터를 쉽게 바꾸기 힘들게 된다.
본업이 있는 가수나 탤런트의 경우와 달리,
메인MC를 목표로 하는 개그맨들에겐 진한 캐릭터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메인MC로 프로그램 선택을 잘못한 호통 박명수의 케이스가 잘 보여준다.
여기서 메인MC 강호동과 유재석을 주목하자.
<1박2일>의 강호동은 본인의 캐릭터보단 다른 이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허당 이승기, 은초딩 은지원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
그 둘로 인해 자신의 캐릭터는 적당하게 표현하고, 리더로서 충실한다.
<무릎팍도사>와 차별을 두며, <스타킹>에서 일반인들을 리딩하는 역할로의
변신이 자유롭다.
<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 또한 본인보단 다른 이들의 캐릭터를 살린다.
천데렐라, 김계모, 효리의 까칠함 등 멤버들의 캐릭터를 이끌어 내며
자신은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한다.
<무한도전>에서도 아버지 명수와 돌아이 홍철, 진상 형돈, 식신 준하등
다른 캐릭터를 살려주며 진행과 동시에 웃음을 유발시킨다.
토크프로인 <놀러와>,<해피투게더>에서도.
사실 배려를 바탕으로 한 연금술사 유재석의 유연한 진행이
그의 모든 프로에서 같은 방식을 보인다는 이경규의 해석이 일리가 있다.
강호동과의 간접 비교를 해봐도 프로를 리딩하는 방법은 강호동이 다양하다.
다만 MC로서 어느 프로그램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건 유재석이 최고지만.
다시 본론으로,
유재석과 강호동은 메인MC로서 여러 패널과 게스트와 함께할 땐
상대의 캐릭터를 부각시키지, 절대 자신의 캐릭터를 위에 놓지 않는다.
이것은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의 변신을 용이하게 만들고
식상함을 깨는 바탕이 된다.
이쯤에서 돌이켜 봐야할 부분이,
90년 대 중후반에 대거 나타난 버라이어티 2세대 MC들.
이들은 캐릭터로 MC자리를 꿰찬 게 아니다.
그들은 기존의 가수나 탤런트출신의 MC들이 해 온 진행방식을 쫓아
그들보다 뛰어난 재담과 화술로 MC의 자리를 잠식해 간 것이다.
2세대 MC들은 아나운서이상으로 안정된 보이스에 진행이 매끄럽고,
프로그램의 이해도가 높아, 애드립과 액션으로 재미까지 연출해낸다.
기본적으로 토크쇼나 연예정보프로, 퀴즈프로, 교양이 가미된 프로나
<느낌표>와 같은 공익프로를 맡아도 능수능란하게 해보인 선수들이다.
이러한 기본바탕이 전제된 MC들이 캐릭터의 트렌드까지 소화하며
과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지석진과 박수홍, 서경석 등 캐릭터가 없거나 밋밋한 MC들도
리얼예능이 아닌 오락프로, 예능이 가미된 정보나 교양프로로 진출한다.
여전히 방송국내에 어떤 아나운서보다 입담이 좋은 그들을 선호하고
T.O가 존재할 정도로 MC로서 검증된 코스를 밟아 온 안정감이 있다.
당연히 신인이 메인 MC로 가는 문은 비좁다.
비범한 재능을 뽑내지 않는 한 말이다.
현재 버라이어티로 진출하여 예능MC를 꿈꾸는 차세대MC군을 보자.
건방 유세윤, 진상 정형돈, 싼티아나 붐, 돌아이 노홍철.
대부분이 캐릭터부터 잡고 프로그램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집단버라이어티에서 한 명의 멤버로서 캐릭터에 불과하다.
그들이 MC로서 검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굳어진 캐릭터가 메인MC로 가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워낙 독한 캐릭터를 잡고 가다 보니,
어느 정도 젠틀함과 유연함, 안정된 보이스가 담보되어야 하는 메인MC와
반대방향에서 시작한 것이다.
2세대 MC들이 정착할 때와 다른 포지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잘 잡은 캐릭터가 진행실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세대MC들이 선보였던 안정된 진행솜씨를 그들이 보여줄 수 있을까?
이미 정통MC코스를 밟아 캐릭터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는 업그레이드된
멀티플레이어 2세대MC들의 틈바구니속을 헤집을 수 있는 자질이 있을까?
무엇보다 스스로를 가두게 만든 캐릭터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건방을 떨던 친구가, 진상짓을 하던 녀석이, 싼 티에, 돌아이 짓을
서슴지 않는 친구에게 무게감이 느껴지는 메인MC의 자리를 선뜻 내주었을 때,
진행을 우선순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시청자에게 심어 준 캐릭터에 투영해 진행과의 밸런스 맞춰보게 된다.
건방 떨던 놈이 왠 젠틀한 척?
진상 짓 하다말고 깔끔한 진행을 하겠다고?
오히려 이수근의 캐릭터가 메인으로 가기엔 무난하지 않나 싶다.
메인MC로 기용될 때, 우려가 되는 상황을 불러온 것이 바로 캐릭터이다.
진행은 둘째치고 자짓 캐릭터에 갇혀, 보조MC나 패널로 굳어질 수도 있다.
문득 심현섭의 경우를 떠올린다.
<개그콘서트>로 인기를 얻고 버라이어티에 진출하지만,
서툰 진행솜씨로 적응하지 못하고 공개코미디로 돌아간다.
만약 그 시절에 MC가 지금 같은 캐릭터를 추구했다면,
그는 캐릭터MC로 버라이어티에 녹아들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진행실력은 떨어졌다는 것이다.
캐릭터는 차세대 MC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다.
잘 잡은 캐릭터는 버라이어티에서 빠르게 적응하게 만들지만,
더 높이 날기 위해선 자신의 캐릭터를 부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진행능력 등 MC로서의 기본자질은 말할것도 없고.
리얼 붐을 타고 재능있는 신인들이 버라이어티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3세대 개그맨 메인 MC의 출현가능성은 확실히 높다.
유세윤이 <일밤> 새 코너에 투입된다.
개인적으로 차세대MC군에서 가장 가능성이 돋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보이스에 군더더기가 없고 시원하며, 애드립도 수준급이상이다.
여러 명의 집단체제인 리얼버라이어티보단 <무릎팍도사>의 건방진 도사로
무릎팍도사의 옆에서 서브로 진행의 한축을 담당했다는 것.
<퀴즈육감대결>에선 건방이 아닌 몰상식캐릭터로 자신의 캐릭터를 분산시킨 것.
독한 캐릭터를 반쯤 벗고 <뮤직뱅크> MC로서 무리없이 소화한 것.
소녀시대를 데리고 어느 정도의 진행솜씨를 보여줄 지 알 수 없으나,
일단 그의 행보를 지켜볼 때, 기대를 하게끔 만든다.
그가 얼마만큼 자신의 캐릭터를 벗어내고, 소녀시대의 끼를 받쳐줄 수 있는
메인으로서 진행을 선보이느냐에 MC유세윤의 비행시간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