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일밤, '우리아버지'가 흘린 눈물

바람을가르다 2009. 12. 7. 07:00




개편한 <일밤>이 '공익'과 '공감'을 모토로 6일, 첫선을 보였다. '쌀집아저씨' 김영희PD의 총지휘아래, 해외 자선 프로젝트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 <단비>, '아버지 기살리기' <우리 아버지>,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로 구성된 3개의 코너는, 시청자들로부터 재미와 감동이 전해졌다는 호평속에 앞으로 전망을 밝게 했다.

특히 개편 전부터 기대감을 품게 했던 <우리 아버지>의 경우, 가장 <일밤>다운 코너였고 김영희PD의 색깔이 뚜렷하게 녹아있었다. 단순히 이경규의 <양심냉장고>가 신동엽의 <아빠냉장고>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복잡하지 않은 공식으로 시청자에게 파급력을 준다. 재미와 감동도, 결국 쉬운 '공감'에서 비롯된다.


공감은 '어려운 게 아닌, 쉬운 것에서 찾기 쉽다.'

<우리 아버지>는 신동엽, 김구라, 정가은, 황정음이 퇴근 길에 아버지들을 만난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이라고 묻고, 대답이 "아버지!"란 말이 나오면 성공이다. 

6일 첫방송에선 청각장애 딸을 둔 아버지도 만났고, 아들이 군입대를 앞둔 아버지도 만났다. 또한 환경미화원으로 종사중인 아버지들도 볼 수 있었다. 자식들을 아끼고 걱정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한결같다. 그래서인지 회식자리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버지들, 딸이 성형했다고 털어놓는 아버지의 모습들이 더 신선하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우리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이다. 집안에서 강하고 무뚝뚝한 아버지가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면 누구보다 말이 많고, 즐길 줄 아는 한 명의 남자라는 사실. 자식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함을 느끼고, 때로는 섭섭해 할 줄도 아는 평범하고 똑같은 사람. 집안에서와 집밖에서가 다른 남자가 아버지다.


TV가 솔직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 자녀들의 모습이 공존한다. 평소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한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쉽게 하지 못한다. 부모도 다 큰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걸 굳이 말해야 아나?'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자녀의 입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 혹은 엄마'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섭섭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친 또는 여친'이란 대답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표현이 줄면 대화가 줄고, 대화가 줄면 부모와 자식사이에도 벽이 생긴다. 그 벽을 자녀는 부모가 깨주기를 바라고, 부모는 자식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벽은 높고 단단해진다. 이걸 대신 깨부수는 코너가 일밤 <우리 아버지>다. 대한민국 부모들과 자식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소통을 권유할 순 없다. 그러나 TV라는 매체가 주는 효과는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하다. 그 옛날 <양심냉장고>하나로 운전대를 잡은 많은 이들에게 자동차 정지선을 지키게끔 유도한 힘이 TV이고 <일밤>이다.     

<우리 아버지>를 보고,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됐다면 그것이 '공감'이다. <우리 아버지>를 보고 자신의 자녀를 떠올렸다면 같은 '공감'이 교차하는 것이다. 대화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수많은 부모와 자식들이, TV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 공중전화의 별 거 아닌 '전화 한 통'이 별 거가 된다. 손에는 늘 핸드폰이 있는데 전화 한통 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지 못했나 생각케 만든다.  


<우리 아버지>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꼭 집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아버지 옆에 어머니, 밑에 자식들과 연계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의 중요성과 그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세지가 있다. 만약 아버지와 자식간에 서먹서먹하다면 사랑이 아닌, 표현의 장애가 있다. 그리고 얼마든지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방송이 써포트를 한다면 그것이 '공익'이다.

첫방송에서 청각장애 딸을 둔 아버지가 영상편지를 띄우며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딸은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순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들을 수가 없다.
가족간에 말이라는 것, 표현이란 것, 아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