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MC의 변천사 - 주병진에서 유강까지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오면서도 여전히 진행의 중심.
MC는 젠틀한 이미지에 입담 좋은 가수나 탤런트, 아나운서의 몫이었다.
가수출신의 이문세, 이택림, 임백천, 왕영은 이나,
탤런트출신의 이덕화, 송승환, 최수종 등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는다.
그 힘에 균형을 비집고 들어온 사람이 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이다.
주병진이 없었다면, 현재 예능을 장악하는 개그맨 MC들의 진입도
그만큼 더 힘들고,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1세대 MC <일밤> 주병진.
기존의 콩트코미디가 유행하던 시절에 토크와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일밤>은 진행자로 주병진을 내세우면서 브라운관에 센세이션을 불러온다.
심형래로 대표되는 바보연기와 슬랩스틱이 주류를 이루는 콩트코미디와
차별화되는, 테이블을 놓고 점잖게 앉아서 이경규와 나눈 시사풍자토크.
코너는 기억 안나나 고정게스트 김흥국과 터트린 “아, 응애에요.”
노사연과 함께 <배워봅시다>를 진행하며 버라이어티 코너의 틀을 잡아간다.
주병진은 MC로서 넘지 말아야 할 오버의 경계선 철저히 지켜가며
“개그계의 신사”라는 별칭과 함께 최고의 MC로 거듭난다.
아나운서도 가수도, 탤런트도 아닌, 당시 모험에 가까운 개그맨이
예능프로의 진행자로 나서 첫단추를 기가막히게 잘 꿰어 놓는다.
부딪히고 넘어지는 몸개그를 하지 않아도,
얼굴에 사납고 추잡한 분장을 하지 않아도,
정장차림에 입담만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사실 콩트연기는 젠틀한 진행을 요구하는 MC와 상극인 포지션이다.
그 당시엔 콩트가 유행이었고, 어쩌면 MC의 몫이 개그맨이 될 수 없는
두터운 편견의 장벽을 깨고 나온 토크의 달인, 개그계의 신사.
이후, 서세원과 이경규가 주병진의 뒤를 잇는다.
주병진과 같은 단독 MC가 가능했던 서세원과 달리,
당시 이경규는 고질적인 부산사투리와 젠틀한 외모라고 볼 수없는
이미지로 인해, 최수종, 임백천 등과 주로 투MC로 활약한다.
이경규의 입담은 서세원보다 뛰어났고 주병진과 쌍벽을 이루었으나,
외양적으로 볼 때, 젠틀한 이미지가 받쳐주질 못했다.
그 이미지를 최수종, 임백천으로 메꾸는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는 이경규.
MC에겐 재미만큼이나 정갈하고 젠틀한 이미지는 필수였던 시기였기에.
이경규의 약점을 보완하고 나타난 이들이 바로 2세대 MC들이다.
2세대 개그맨 MC들의 등장.
김국진, 김용만, 신동엽, 이휘재.
이들의 등장은 개그맨, 탤런트, 가수와 삼등분한 예능 MC의 지분을
개그맨쪽으로 서서히 끌어오는데 일조한다.
이어, 남희석, 유재석, 강호동, 서경석, 박수홍, 지석진 등이 연이어 나오며
탤런트와 가수들을 밀어내고 개그맨들이 예능계를 완전히 접수한다.
현재는 가개맨이라 불리우는 꼬꼬 탁재훈, 신정환만이 살아남은 정도.
2세대 MC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가수와 탤런트 뺨치는 젠틀한 이미지에 뛰어난 입담과 애드립,
말을 버벅대지 않는 깨끗하고 정갈한 보이스를 바탕으로 한 언어전달력,
센스있고 매끄러운 진행솜씨와 안정감.
그만큼 2세대 MC들은 황금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젠틀한 이미지를 갖춘 이들로 인해
당연히 입담에서 처질 수밖에 없는 가수와 탤런트들은 MC에서 멀어진다.
10년이 넘도록 장기집권한 2세대 MC들의 진행솜씨는
연륜이 더 해질수록 농이 익는다.
특히나 지단의 조율을 선보이는 유재석과
카리스마의 강호동으로 대변되는 유강체제속에
2세대 MC들의 영역은 교양과 예능을 넘나들며 더욱 세분화되고
개그맨의 영역을 확장, 발전시킨다.
개그맨들의 예능MC로의 유입을 더욱 가속시키는 발판이 되어준다.
그럼에도 왜 3세대 개그맨 MC들의 출현은 요원한가?
개그맨 출신이라 볼 수 없는 김제동.
MC라기엔 2%가 아닌 2,30% 부족해 보이는 이혁재.
고만고만한 보조MC들은 눈에 띄나, 아직은 설익은 3세대.
그들이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안정감을 보이는 2세대 MC들의 틈안에서
차세대 MC들의 출현과 자립을 찾아보기는 점점 더 힘들다.
다음편에선 차세대 MC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