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스페셜, 알맹이가 없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의 모든 것이 밝혀진다?
MBC창사특집으로 마련된 ‘선덕여왕 스페셜’이 29일 저녁, <일밤>을 통해 155분간 방송된다. 선덕여왕 출연진들이 게스트로 참여하는 이번 방송은, 예능프로그램 ‘세바퀴’형식을 빌린 퀴즈쇼로 박수홍, 서경석, 박경림의 진행을 맡았다.
‘선덕여왕’ 스페셜, 알맹이가 없다?
인기드라마의 배역들을 예능을 통해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라는 점에서 시청자로선 매우 반갑다. 문제는 ‘창사특집’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주인공들이 대거 빠졌다는 점이다. 미실새주 고현정은 물론이고. 선덕여왕 이요원, 비담 김남길, 김유신 엄태웅, 김춘추 유승호 등이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촬영장에서 찍은 인터뷰 등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정웅인, 독고영재, 전노민, 이문식, 홍경인 등이 스튜디오에 출연한다고 하나, 분명 알맹이가 빠진 ‘스페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매주 2회씩 방영되는 빠듯한 촬영의 강행군속에 주연급 배우들의 녹화분량이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비담 김남길에 이어, 알천랑 이승효까지 신종플루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린 상태다. 또한 극을 이끄는 주연들의 캐릭터가, 자칫 예능프로그램에서 뭉개질 수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다. 특히 고현정이 떠난 뒤, 이요원의 연기논란이 재점화되는 시점이라, 섣부른 예능출연은 되레 역효과만 줄 수 있다.
반면 극중 무게감이나, 캐릭터, 연기논란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조연급 배우들의 경우, 시청자에게 드라마 외적인 부분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동시에 예능을 통해 솔직함과 인간미까지 드러날 경우, 호감도를 더욱 상승시키며 인기의 또 다른 토대가 된다. 스페셜에 참여한 배우들의 활약에 따라, 드라마의 시청률에도 기름칠을 할 수 있다. 비록 알맹이가 빠진 특집처럼 보일 수 있으나, <세바퀴>에서 알 수 있듯이, 톱스타가 없어도 예능은 굴러간다. 오히려 인기와 별개로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스트가 많을수록, 볼거리가 많은 예능이 된다.
선덕여왕의 ‘일밤 일병 구하기’?
사실 한창 인기리에 방송중인 드라마의 출연진들이, 예능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대거 참여한다는 건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시작하기 전이나 종영한 뒤에 출연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편성을 두고 뒷말이 오갔던 것도, 바로 저조한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밤>을 구하기 위해 <선덕여왕>이 나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만약 <선덕여왕 스페셜>이 대박까진 아니어도 두자릿수 이상의 시청률을 쏴준다면, <일밤>과 경쟁중인 프로그램에 일시적인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시청의 연속성에 빈틈이 생기고, 일주일 뒤 개편된 <일밤>을 통해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줄 수 있는 간접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선덕여왕 스페셜’이 <일밤>자체 코너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순 없다. 아무리 스페셜이 시청률의 상승효과를 낳더라도 말이다. 단지 다음주부터 ‘공익전도사’ 김영희PD에 완성된 <일밤>을 선보이기 전, 시간의 텀을 주는 것은 필요했다. 올해 실망감을 주었던 <일밤>의 코너들과 단절을 의미하는 터닝포인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밤>이란 간판만 내리지 않았을 뿐, 일주일 뒤에 오픈할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색깔임을 강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방송되는 <선덕여왕 스페셜>은 시청률의 여부를 떠나, <일밤>뿐 아니라, 드라마 <선덕여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윈윈 편성이다. 물론 <1박2일>이나 <패떴>등의 경쟁코너에 타격을 주고자 급조한듯한 인상을 피할 순 없겠지만, 작정하고 개편한 <일밤>에겐 짧게라도 텀을 줄 필요가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 스타랭킹>이나 <패러디극장>으로 의미없는 일주일을 낭비하기 보단, 시청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특집이라면 안 좋게 볼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