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황정음과 롤코 정가은, 살가운 딸이 될까?
거침없는 인기가도를 달리는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는 두명의 신세대스타가 있다. 청순글래머 신세경과 엉뚱발랄녀 황정음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윤지윤과 최다니엘이 가세해, 4인4색의 러브라인을 새기며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떡실신녀’로 주목받은 황정음은, 어리버리한 캐릭터를 무기로 귀염성 넘치는 코믹 퍼레이드를 매회 연출하며, 하이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브라운관을 벗어나면 황정음 후드티, 황정음 스타일 등이 패션 키워드가 될 정도다. 바로 ‘황정음 따라잡기’로 압축된다. 황정음이 신세대들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계기는, ‘지킥’ 못지않게 <우결>의 영향이 크다.
정극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황정음은, 예능에서 가장 선호하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남친 김용준과 함께 한 <우결>을 통해 신세대 여성의 연애방정식을 제시한다. 보는 이에 따라 호감과 비호감은 교차하되, 솔직함과 당당함은 결국 가식을 이긴다. <우결>로 반전에 성공한 그녀는, <하이킥>을 통해 엉뚱한 매력을 선사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케이블방송의 최대 이슈는, <슈퍼스타K>와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다. 특히 ‘롤코-남녀탐구생활’의 경우, 리얼버라이어티와 시트콤 중간에 위치한 예능의 새로운 모델격이다. 리얼은 아니되, 리얼보다 더욱 리얼한 컨셉과 상황전개를 바탕으로 시트콤의 요소가 가미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화성남자 정형돈과 금성여자 정가은의 능청스런 코믹연기가 빛나며, 공감뿐 아니라 웃음과 재미까지 선사한다.
<무한걸스>등을 통해 예능의 간을 이미 본 정가은은, 망가지길 두려워 않고 몸사리지 않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송혜교의 얼굴을 닮고 싶어 성형을 했다는 그녀. 솔직 당당함이 때론 지나쳐 비호감을 사기도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싼티’에 포커스를 맞췄기에 부담이 적다. 또한 ‘롤코’에서 보여준 기대이상의 활약은, 예능판 송혜교로 가는 길을 터준 격이다.
예능의 블루칩 황정음과 정가은, <일밤>에 줄 효과는?
황정음과 정가은은, 개편된 <일밤>에 전격 투입되어, 신동엽, 김구라와 호흡을 맞춘다. 코너는 <우리 아버지>. 이들은 직장 퇴근길에 아버지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고, ‘양심냉장고’는 아니어도 즉석에서의 게임을 통한 선물도 마련한다.
‘대한민국 아버지 기(氣)살리기 프로젝트’ <우리 아버지>는, 직장인 아버지들과의 소통을 추구한다. 여기에 세대간의 격차를 줄이고자, 딸같은 황정음과 정가은이 투입된 것이다. 코너의 성패는 메인MC 신동엽과 김구라가 아닌 황정음과 정가은이 쥐고 있다. 아버지들과의 소통과 게임의 중심엔 그녀들이 있고, 낯선 카메라와 마주하게 될 아버지들을 이끌어주는 역할도 그녀들이다. 황정음과 정가은의 솔직함보다 적극성이 요구된다.
<우리아버지>의 성공가능성은, 같은 공익을 추구하는 <헌터스>나 <단비>에 비해 매우 높다. 이유는 피부에 와 닿는다. TV 안에 우리 시대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TV 밖에 가족들이 지켜보기 때문이다. 아버지들의 거창한 인생스토리를 담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일상속에 모습, 방송이란 낯선 환경에 대한 아버지들의 돌발상황은 웃음과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에 진부한 영상편지하나에도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1박2일>에 ‘집으로’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단한 세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족오락관 분위기만 연출해도 웃음이 폭발한다. 물론 하룻밤을 동거동락하는 <1박2일>과 퇴근길 저녁에 잠시 마주하는 <우리아버지>는 다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도 웃음을 줄 수 있는 돌발은 충분히 보장된다.
공익컨셉이 주는 감동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느끼는 감동은 대단한 것에서 찾지 않는다. <불가능은 없다>에서 두바이를 찾아간다고 잡히지 않는다. <단비>에서 아프리카로 떠나 우물을 파는 것도, 실질적인 감동은 미지수다. 낯설음과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주는 따뜻함은 다르다. 퇴근길에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코끝이 찡해진다. 계절도 추운 겨울이라 더욱 코드와 어울린다.
신동엽은 이미 <신장개업>, <러브하우스>, <진호야 사랑해>등으로 방송에 서툰 일반인들을 품을 줄 아는 능력을 보여줬다. <우리아버지>를 전체적으로 리딩할 자질이 충분하다. 김구라가 오버를 하지 않는다면 틀은 갖춘 격이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황정음과 정가은에게 대본은 없다. 리얼과 부딪히는 이들이 얼마만큼 아버지들에게 적극성을 띄고 살가운 딸 역할을 해내느냐가, 웃음과 감동을 예고한 <우리아버지>의 성공을 담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