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보다 무서운 한예슬?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의 사랑이 이뤄진 26일 방송을 끝으로, SBS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만해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를 떠올리며, 남장여자 고미남으로 출연하는 박신혜에게 집중됐던 포커스가, 출발과 동시에 카리스마를 작렬한 황태경에게 넘어갔다. 결국 <미남이시네요>는 박신혜가 아닌, 장근석의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장근석보다 무서운 한예슬이 온다?
<미남이시네요>의 후속작, 한예슬 주연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멜로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어린시절 슬픈 사건으로 인해, 사랑을 포기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운명적인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한예슬이 맡은 역은 지역유지인 한의원집안의 외동딸로, 씩씩하고 밝은데다, 오지랖까지 넓은 한지완이다. 그녀는 싸움이든 공부든 1등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술집작부의 아들 차강진(고수)과 사랑에 빠진다. 이들 러브라인에 재벌가집안의 남녀가 얽힌다. 또한 <내조의여왕>으로 스타덤에 오른 선우선이 가세한다.
고수와 선우선이 지명도가 있더라도, <미남이시네요>의 장근석이 그랬듯,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간판은 누가 뭐래도 한예슬이다. 사실 <환상의 커플>을 제외하면 뚜렷한 히트작이 없는 그녀로서도, 제2의 전지현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엔 보여줘야 한다. ‘환커’와 전혀 다른 캐릭터와 드라마의 색깔속에, 어느 정도 녹아드느냐에 따라 한예슬 본인 뿐 아니라, 드라마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예슬보다 무서운 이경희 작가
배우들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호연을 이끄는 것은 대본의 힘이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기대되는 이유는, 한예슬이 아닌 이경희 작가에 있다. 수많은 미사폐인을 낳았던 <미안하다, 사랑한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서신애를 에이즈 환자로 둔갑시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고맙습니다>등을 집필한 스타작가다.
사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뻔한 멜로드라마다. 그러나 뻔한 드라마를 감각적으로 그릴 줄 아는 작가가 이경희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입양아를 다룬 다룬 드라마는 많다. 그러나 총맞은 입양아 차무혁(소지섭)의 복수속에는 따듯한 진실이 숨어있다. 여기에 고은채(임수정)와의 지독하고도 슬픈 사랑이 숨쉰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 <고맙습니다>도 마찬가지다.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걸린 한 아이(서신애)와 그 아이의 엄마(공효진)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편견과 차별, 선입견이 주는 또다른 폭력을 자극적이지 않게 그릴 줄 안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미사’의 임수정, ‘고맙습니다’의 공효진이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한예슬은 이미 톱스타다. 그러나 명성과 다르게 반쪽자리에 머물고 있는 ‘톱’이란 타이틀 뒤에는 여전히 한예슬에 대한 거품과 불편함이 존재한다. 한예슬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이러한 편견을 깰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도 드라마와 같이 계절을 탄다. 겨울엔 <아이리스>와 같은 액션물보다, 따뜻한 사랑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멜로물이 시청자에게 어필하기 좋다는 것도 한예슬에겐 보너스다. 홍자매를 통해 장근석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한예슬은 장근석을 이루지 못한 절반을 채울 이경희를 등에 업고 있다. 다만 아쉬운 건 상대배우가 고수라는 점이다. 한예슬에게 무서운 건 <아이리스>도 아니고, <히어로>의 이준기도 아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파트너 고수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아킬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