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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부른 콤플렉스 KCC

바람을가르다 2009. 4. 22. 12:47

<키가 부른 콤플렉스 KCC>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둔 지금, 매스컴은 오로지 하승진에 맞춰있다.

매게임 진화하는 하승진을 막는냐, 막지 못하느냐.


야구를 흔히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농구는?

다들 알다시피 센터진이 우수한 팀이 승리하는 공식이다.

승부는 대부분 리바운드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한 게임에서 슛을 쏴서 득점할 확률은 대략 세 번 공격에서 한번이다.

나머지 두 번은 골대를 맞고 나온다는 계산이 떨어진다.

리바운드.

리바운드는 위치 선정도 중요하지만, 키가 받쳐줘야 한다.

공격은 또 어떤가?

가장 확률 높은 공격이 바로 골밑에서 이뤄지는 센터의 득점.

그렇다면 결과는 높이의 KCC가 유리하다는 건 자명한 것.

필자는 3차전 여부와 관계없이 우승은 KCC의 몫이라고 단언한다.



하승진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이 버티고 있기에.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 추승균.

클러치 능력은 과거 조성원에 비해 떨어지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공격과 수비에서 제몫을 해주는 살림꾼.

무엇보다 큰 경기를 여러 차례 치러 본, 그의 경험.

천하의 하승진이 있다해도 추승균이 없었다면 KCC는 어떨까?

빠르고 노련한 삼성의 페이스에 KCC가 끌려 갈 공산이 컸겠지만,

삼성의 장점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무기, 바로 추승균이 버팀목이다.


아쉬운 건 KCC가 손쉽게 가져갈 수 있는 우승의 문턱에서

2년 전 상대편 삼성에게 야전사령관 이상민을 내줬다는 사실이다.

그가 KCC에 남았더라면, KCC팬들은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었을 거다.

그의 노련한 리딩이 KCC의 가드진에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민을 버리고

서장훈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KCC의 콤플렉스.


2년 전 농구명가 KCC는 꼴지의 수모를 격은 후,

서장훈과 임재현을 FA시장에서 쓸어담는다.

그리고 보호선수에서 이상민을 제외하는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평생 KCC맨으로 남겠다던 이상민의 배신감과 팬들의 거센 반발은

후폭풍처럼 KCC를 뒤덮는다.


필자 역시, 임재현이 아닌 이상민을 보호선수로 제외한 허재감독의 선택은

단순히 임재현에 비해 이상민이 노장선수이기 때문만이라기 보다,

이상민의 KCC가 아닌 허재의 KCC를 만들기 위한,

KCC 프런트와 감독 허재의 합작품이라고 감히 평가한다.


선수들의 친형같은 존재이자 이상민이라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는

선수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허재감독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의 입장이 그렇다고 해도, 그 선택은 옳지 않았고.

작년 정규리그 2위를 한 KCC는

정규리그 3위 삼성의 이상민에게 플레이오프에서 0:3으로 완패한다.

그리고 얄궂게 올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맞붙었다.

KCC가 달라진 게 있다면, 서장훈이 아니라 하승진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KCC는 이상민에서 서장훈, 하승진으로 변했다.

KCC는 빠른 농구에서 높이의 농구로 바뀌었다.


그 이면엔 KCC의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내재되어 있다.

농구 명가 KCC의 전신 (구 현대전자).

이충희라는 당대 최고의 슛터를 보유하고, 재계 라이벌 삼성전자에

매번 우위를 보였으나, 기아의 한기범, 김유택의 높이를 넘지 못했다.

이 때 부터 KCC의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진행된다.

이후, 허재와 강동희가 합류한 기아는 천하무적으로 농구대잔치를 휩쓴다.

그러나 연세대의 서장훈이 나타남과 동시에 기아의 전성시대도 막을 내린다.


프로농구가 개막을 하고, 용병의 시대가 도래한다.

용병만 잘 뽑으면 우승 1순위가 되는.

서장훈 프리미엄이 우승을 담보하던 시대는 지나간다.

오히려 이상민, 추승균, 조성원이라는 이성균트리오의 KCC는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별칭과 함께, 빠른 속공농구를 선보이며 승승장구.

챔피언 반지도 세 개나 보유한 농구명가로 부활한다.


그럼에도 KCC는 클러치슈터 조성원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포워드로는 작은 키인 180cm 조성원은 클러치 능력은 국내 최고이나

수비에선 미스매치를 극복하지 못한다.

KCC는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도 서장훈의 SK에게 발목을 잡힌다.


신산(?) 신선우의 엉터리 계산


신선우는 조성원을 LG 양희승과 맞트레이드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다.

193cm의 양희승이 조성원의 키를 메꿔줄 것이라는 착각.

양희승은 조성원에 비해 클러치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지는데다,

KCC 특유의 속공도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이후 챔피언결정전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에도 겨우 나가 얼굴만 비추게 된다.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고, 플레이오프엔 꼬박꼬박. 그리고 1회전 탈락.

적어도 한 번은 더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이었건만

중간에 조성원을 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로 세 번에 그치고 만다.


신선우의 오판이 부른 화근은 이뿐 만이 아니다.

재키존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SK에 넘겨주었다가 SK에게 발목을 잡힌 일.

이후 한물간 재키존스와 다시 재계약을 하는 신선우.

조성원도 양희승과 트레이드했다가,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불러들인다.

하지 말아야할 트레이드와 계약을 신선우는 여러차례 반복한다.

그가 어떻게 신산인가?

이상민과 추승균, 조성원이 만들어낸 KCC를 감독이 흠집 낸 꼴이다.


결정적인 또 한번의 신선우는 미스는 

TG 삼보 (현 동부)의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능한 센터 호프대신, 모비스의 바셋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차기 신인 1차 지명권을 보태어 모비스에 양도한다.

처음부터 용병을 준척급으로 뽑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바셋은 겨우 두달 쓰고, 다음시즌에 바로 퇴출시킨다)

결국 양동근이란 걸출한 가드를 모비스에 내주는 KCC.


이어, 이상민, 추승균, 조성원이 삼십줄을 훌쩍 넘기자.

좋은 선수들 다 팔고, 다 써먹고 KCC를 미련없이 떠나는 신선우.

신선우는 그 멤버 좋다는 LG에 둥지를 트고도 챔피언 결정전은 커녕

플레이오프도 간당간당한 지도력을 선보이다 퇴출당한다.

그 신산(?)이라는 신선우 덕분에, 명가 KCC는 리빌딩은 고사하고

허재감독이 부임한 다음해에 꼴지라는 수모를 겪게 된다.

덕분에(?) 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뽑는 쾌거를 맛보지만.


성적이 바닥치던 때에 허재감독 역시 자충수를 두는 데.

알토란 포인트 가드 표명일을 동부에 주고

2M 포워드 정훈을 받아들이는 어처구니 없는 트레이드를 감행한다. 


KCC의 트레이드 중심에는 모두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숨어있다.

키에 대한 KCC의 콤플렉스가

국내 최고의 클러치 슈터 조성원을 중간에 트레이드 했고.

김승현을 잇는 가드 양동근을 모비스에 내줘야 했으며,

2M 백업 포워드를 잡겠다고, 주전급 가드 표명일을 내주었으며. 

결정적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민을 내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KCC콤플렉스에 마침표를 찍어준 하승진.


하승진을 보유한 KCC는 더 이상 높이의 두려움이 없다.

미스매치에 대한 걱정은 상대편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더군다나 서장훈 대신 트레이드로 받아들인 슈팅가드 강병현은

하승진과 더불어 KCC의 미래가 되었다.

이상민을 떠나보내고 받은 서장훈이, 새내기 강병현을 불러다 주었다.

어찌보면 기가막히게 성공한 리빌딩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김승현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오히려 낫다는

혼혈가드 토니 엣킨스까지 가세한다.

추승균을 이을 포워드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향후 7,8년은

어쩌면 그 이상 KCC의 전성시대가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높이의 KCC보단 빠른 농구를 하던 시절이 그립다.

이상민, 추승균, 조성원으로 이어지던 그림같은 속공 플레이가

KCC의 전매특허였던 그 시절에 농구의 매력에 빠졌었다.

예전만큼 농구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사라지게 된 것은

그들의 플레이를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삼성과 KCC의 3차전이 벌어진다.

클러치 슈터 조성원은 코트를 떠나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으며.

KCC에서 최고의 야전사령관을 맡았던 이상민은 KCC에게 비수를

꽂기 위해 코트위를 나선다.

셋중에 막내였지만, 이제는 홀로 남아 KCC를 지키는 주장 추승균.


1등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프로스포츠의 세계.

치열한 땀의 흔적 뒤로 보이는 비정한 그림자.

지난 날 KCC의 정상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이상민과 추승균.

이젠 두사람의 표정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마지막을 향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