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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유혹, 악녀 이소연은 기억상실증?

바람을가르다 2009. 11. 25. 10:23




팜므파탈 주아란(이소연)은 기억상실증?

물새틈없는 전개속에 숨가쁘게 달려가는 <천사의 유혹>에도 <아이리스>의 불친절이 엿보인다. 주아란과 안재성(배수빈)간에 이뤄지는 상황적 생략이, 치열한 긴장감속에 코미디를 부르기 때문이다. 이소연이 맡은 주아란은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다. 외적인 매력을 바탕으로, 상대 남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치명적인 여인. 그만큼 굉장히 치밀하고, 영악하다. 위기에 몰려도 수습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주아란에게도 헛점이?

완벽한 악녀 주아란은 안재성(배수빈)에게 매번 농락을 당하면서도, 그에게 전혀 의심을 품지 않는다. 24일 방송된 13회를 보면 더욱 악녀의 헛점이 드러난다.

안재성을 유혹하기 위해 콘도 욕실에서 샤워중인 주아란. 치명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욕실문을 나섰을 땐 재성은 없고, 남주승(김태현)이 서 있다. 아란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남주승을 부른 건 핸드폰을 통해 음성을 남긴 재성이다. 갑자기 나타난 주승에게 오히려 반격의 독설을 뿜어낸 악녀는, ‘콘도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후, 로비를 빠져 나와 대기중인 안재성의 차에 올라타는 주아란.

문제는 
차안에 나란히 탄 재성과 아란사이에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게 예정되있던 수순인 양, 일말의 의심이 없이 장면이 컷팅된다. 주아란은 분명 보기좋게 따돌린 남주승이 어떻게 유턴해서 돌아왔는까, 의심을 품을만 하다. 의혹은 둘째치고라도, 아란은 재성에게 주승으로 인해 불편을 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수도 있었다.

이런 장면들이 전혀 없다. 재성은 아란의 운전기사인양 뻣뻣한 표정으로 출발하고, 아란 역시, 안재성을 안기사로 보는 사모님의 포스만 있다. 재성을 유혹하기 위해 샤워를 한 아란이 뜻밖에 옛남자 주승과의 혈전을 벌여야 했던 긴박한 상황 뒤에 이어진 장면치곤, 김이 빠진다. 지나친 생략이, 마치 아란을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처럼 만든다. 팜므파탈의 치밀함은 공중에 떠 버린다. 

나름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재성도 마찬가지다. 뻔뻔한 두남녀의 차안 재회는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그리고 아무일 없다는 듯 파탈남녀로 돌아가는 재성과 아란. 반면 주승의 친엄마가 아란의 시어머니였다는 사실은 필요이상으로 설명한다. 주아란이 사진을 들여다보면 정확한 사실이 적혀 있다. 이것도 모자라 주아란의 입을 통해 재차 확인된다.

두 시퀀스를 비교하면 '명품 막장'에서 그냥 '막장'이 된다. 스피드가 장점인 드라마이기에 이해는 한다지만, 중간중간 드러나는 빈틈은 결국 막장수준을 벗지 못한 싸구려 느낌을 주고 만다. 


이소연은 <천사의 유혹>이 낳은 최대수혜자다. 매력적인 팜므파탈 주아란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녀는,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를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안재성 역을 맡은 배수빈 또한, 강렬한 눈빛연기가 바탕이 된 옴므파탈로 손색없다. 두남녀의 호연이 종종 빛을 잃는 것은, 스피드는 있되 디테일이 떨어지는 몇몇 장면들에 있다.

드디어 안재성(배수빈)의 실체가 남주승(김태현)에 의해 벗겨졌다. 안재성이 신현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한번의 국면전환을 맞는다. 다음 주부터는 복수의 화신 배수빈과 이소연의 불꽃튀는 전면전이 시작된다. 여기에 윤재희(홍수현)와 주아란(이소연)이 친자매라는 사실도 밝혀질 예정이다. 이렇듯 인물간에 끝없는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 빛나는 <천사의유혹>에도, 몰입을 방해하는 바람빠진 장면들이 있다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