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개편②-스타PD, ‘강호동-유재석’이 절실했던 이유
12월 6일, 대수술을 단행한 <일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개편의 총책을 맡은 김영희PD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청률 두자릿수를 자신했다. 그 배경속에는 76박 77일을 휴일없이 새벽을 넘겨가며, 고민과 고생의 흔적으로 기획한 땀에 대한 자심감이다. 그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며, 전공과목인 ‘재미와 감동’으로 공익버라이어티의 부활을 예고했다. 리얼버라이어티 <1박2일>, <패떴> 등과의 차별에 중점을 둔 포석이다.
<일밤>의 김영희PD가 야심차게 내놓은 세 개의 코너는,
1.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 - 멧돼지잡기 프로젝트 >
국내엔 약 17만마리 정도의 멧돼지가 살고 있다. 4만마리정도가 적정 수용치라는 점에서, 생태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선 인위적인 포획이 불가피하다. 스타들이 환경을 지키기 위한 사냥꾼으로 나선다. 일밤 MC군단에 김현중과 정용화가 합류한다.
2. <우리 아버지 - 아버지 기 살리기 프로젝트>
직장에서 퇴근하는 아버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예능의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시간이다. 김영희PD가 가장 자신하는 코너다. 황정음, 정가인이 도우미로 나선다.
3. <단비 - 무한감동 프로젝트>
‘나눔’이란 모토아래, 매주 다른 아이템을 MC들이 수행하는 코너. 이미 김용만, 탁재훈 등에 한지민이 게스트로 출연해, 아프리카로 촬영을 떠났다. 첫번째 미션은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해 우물 뚫기에 도전한 것. 한효주, 차인표 등이 게스트로 예약되어 있다.
제2의 ‘느낌표’라고 불러도 될 만큼, 공익버라이어티의 색깔이 뚜렷하다. 문제는 짙은 다큐도화지에 어떤 질감의 예능으로 그려낼 것인가에 달렸다.
스타PD 김영희, ‘강호동-유재석’이 절실했던 이유?
김영희PD는 개편을 준비하며, 절친한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을 가장 아쉽다고 고백했다. 특히 강호동, 유재석을 잡을 수 없음에, 자신감속에 불안감을 심는다. 단순히 <1박2일>의 강호동, <패떴>의 유재석과 경쟁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김영희PD가 준비한 ‘공익’버라이어티의 약점에 있다.
‘공익’이란 컨셉은 웃음을 집어넣기가 상당히 힘들다. 10초마다 빵빵 터져주길 바라는 시청자의 기대치에 모자라다. ‘공익’컨셉은 호흡이 굉장히 길다. 길게 봐야 재미의 완성도를 느낀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재미라는 선물을 하나씩하나씩 끊임없이 주는 데 반해, 공익버라이어티는 마지막에 선물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과정을 보지 않으면 선물이 주는 감동도 없다. 한편의 장편소설이다.
러닝타임 초반이 중요하다. 처음이 재미없으면 채널이 돌아간다. 아무리 과정이 훌륭해도 시청자가 보지 않으면 끝이다. 초반에 시청자를 붙잡는 것이 ‘공익’컨셉의 숙명이다. <1박2일>의 경우, 중간에 봐도 관계가 없다. 장편이 아닌 여러 개의 단편소설로 묶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익컨셉에는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초특급MC가 필요하다. 이들은 초반에 시청자를 끄는 힘이 담보됐을 뿐 아니라, 늘어지기 쉬운 과정을 쪼이고 살리는 재주도 뛰어나다.
<양심냉장고>가 뜰 수 있었던 건, 정지선을 지켜 준 장애인부부의 공이 90%다. 그러나 아름다운 끝을 보기위한 과정의 지루함을 견디게 한 건, 이경규의 힘이다. 시청자는 당시 최고라 불리던 이경규의 원맨쇼로 지루함을 달랬고, 장애인부부를 통해 감동의 결실을 맛봤다. <칭찬합시다>도 마찬가지다. 김국진이란 슈퍼MC가 있었기에 초반뿐 아니라 과정에도 웃음을 배달할 수 있었고, 훈훈한 감동은 보너스였다.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스타PD의 좋은 기획이 갖춰줘도, 과정을 보지 않으면 재미는 줄고, 감동은 없다. 시청자의 시선을 끝까지 붙드는 것은 MC의 브랜드 파워다.
<노다지>의 참패에는 김제동의 몫도 적잖다. 과거 느낌표 <눈을 떠요>시절의 그는 MC계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프로그램 못지않게 신선한 그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김제동의 인기는 예전보다 하락한 게 사실이다. <노다지>의 시작과 끝이 3%의 시청률로 일정했다는 것은, 코너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MC의 매력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만약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노다지>를 맡았다면 성공은 몰라도, 시청률의 편차는 훨씬 높게 나타났을 것이다.
공익컨셉으로 돌아온 김영희PD로선 유재석과 강호동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만약 둘중에 한사람과 손을 잡았다면, 최고MC와 스타PD의 만남이란 홍보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고, 시작과 동시에 시청률 두자릿수를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내놓아도, 시청자들이 봐줄까를 걱정해야 한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도움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들이 산처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이 갖는 전통적인 색깔로는 힘들다. 최근 <1박2일>안에 종종 다큐를 심어 호평을 받고 있다. 공익버라이어티도 캐릭터는 물론, 리얼예능이 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접목시킨 업그레이드판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스타PD 김영희를 거친다해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분명 그가 내놓은 차림표는 구미가 당긴다. 문제는 진행하는 요리사와 스토리텔링의 맛이다. 12월 6일, PD계의 미다스손 김영희와 MC계의 양대산맥 유재석, 강호동간에 ‘스타워즈’가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