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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웃어요>, 이민정은 남자들의 판타지!

바람을가르다 2009. 11. 23. 06:51

유쾌한 웰메이드 코미디 <그대웃어요>는 막장의 홍수속에 빛나는 무공해 드라마다. 강만복(최불암)과 서정길(강석우),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집안의 동거를 통해, 가족과 이웃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를 찾고, 한국사회가 가장 중요시하는 정(情)이라는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이 드라마에도 러브라인이 존재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강현수(정경호)와 서정인(이민정), 서정경(최정윤) 자매간에 이뤄지는 삼각관계다. 그리고 시청자가 원하는 그림이 드디어 탄생했다. 강현수와 서정인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로맨틱에 등돌린 남자들을 TV로 끌어들인 힘은?

드라마는 주로 성인여성들을 위해 스토리가 짜여 진다. 당연히 여자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가 완성된다. 순정만화에 토대를 두고, 어떤 왕자님을 탄생시킬까 작가는 고민한다. 가장 흔한 게 재벌 2세. 경제력은 물론, 잘 빠진 외모, 만능스포츠맨에, 성격 쿨하고, 매너는 필수. 철저히 판타지 스타만이 주인공이 된다. 대부분 의 로맨틱장르를 보면, 재벌2세가 아니면 루저남이다. 보통남은 연애도 못할 것 같다.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자가 사랑받는 게 아닌, 출생신분, 경제력이 바탕이 돼야 사랑도 할 수 있는 세상이 드라마에 그려진다. 반면 여자들의 캐릭터는 경제력이나 출신은 평범하거나 바닥수준이어야 하고, 절대 자존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드라마에서 만큼은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남자들이 <대장금>, <선덕여왕>과 같은 사극은 즐겨보면서도, 로맨틱 장르라면 알러지부터 느끼는 건 현실감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여자들처럼 판타지에 열광하진 않는다. 오히려 쓸데없이 이벤트를 남발하는 남자주인공을 보면 괜한 심술부터 난다. “드라마에서 저러니까 여자들이 눈만 높아진다, 다른 남자와 비교를 해 가며 이벤트니 선물을 요구하며 생떼를 쓴다.”식으로 왜곡된 반감부터 산다.

이런 까칠남들이 <그대웃어요>에 빠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민정이 있다.

남자들은 왜 이민정에 빠져 드는가?

엄밀히 따지면 이민정이 맡고 있는 서정인이란 캐릭터에 빠졌다가 맞다. 서정인은 재벌2세 이한세(이규한)가 아닌, 사원이자 팀장 강현수(정경호)를 사랑한다. 성격 좋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으며, 능력을 인정받은 진정한 엣지남이다. 재력빼면 볼 것 없는 이한세보단 훨씬 매력적인 남자.

남자들이 빠져드는 건 단순히 드라마속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서정인의 태도다. 솔직하다. 남자를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 자기 사랑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있는 여자다. 언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거나 저울질 하지 않는다. 사랑에서 만큼은 뚜렷한 일관성을 보인다. 남자를 시험에 빠지게 만들지 않는다. 남자들이 서정인(이민정)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주인공의 캐릭터들은 요리조리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생각이 굉장히 많다. 맑았다 흐렸다 짓궂은 날씨같다. 오늘은 사랑, 내일은 이별을 얘기한다. 밀당의 고수들이다. 모든 게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단순공식에 대입하고, 고민속에 사랑을 이루는 남자를 배제한다. 남자를 상당히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남자가 알아서 붙잡아 주길 원한다. 아주 로맨틱한 방법으로.


그러나 서정인은 다르다. 느리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알고 소소한 데이트를 즐길 줄 알며, 남자의 작은 배려에서 사랑을 찾을 줄 안다. 그리고 싼티없이, 감정표현을 귀엽고 솔직하게 담을 줄 안다.

서정인은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 자신을 어필해가며 강현수라는 남자속에 스며든다. 현수는 자신의 마음이 서정인이란 비로 흠뻑 젖었음을 알았을 때, 놓칠 리가 없다. 일련의 과정에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남자들은 서정인이란 캐릭터대신 이민정을 그 안에 넣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가 된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테리우스나 장동건을 찾듯이, 많은 남자들이 바라는 이상형은 이민정이 맡은 서정인과 같은 여자다. 남자들은 <그바보>에 톱스타로 나온 김아중에게 판타지를 느끼지 않는다. 진정한 판타지는 평범한 듯, 절대 평범하지 않은 서정인, 그리고 이민정에게서 찾는다.

<그대 웃어요>는 모든 출연진이 뚜렷한 캐릭터를 통해,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민정은 로맨틱알러지를 느끼던 남성팬들 마저 사로잡은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