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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개편을 말하다① - 김용만은 날방MC?

바람을가르다 2009. 11. 22. 12:12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일밤이 개편을 칼을 뽑아들었다. 29일 방송될 ‘선덕여왕 스페셜’로 분위기 전환을 꾀한 뒤, 내달부터 쌀집아저씨 김영희PD의 진두 지휘아래, <일밤>의 전통 ‘감동과 재미’의 공익버라이어티로 회귀한다. 21세기 환경버라이어티, 생활버라이어티, 감동버라이어티를 골자로 한 개편 방향을 잡고, 23일 첫 촬영이 들어간다.

<무한도전>, <1박2일>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인 현시점에, 트렌드를 벗어난 공익버라이어티가 어느정도의 향수를 불러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게 될 진 알 수 없다. 어차피 컨셉이란 예능에서 고만고만하다. 중요한 건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첫방송을 지켜봐야겠지만 그간 <일밤>이 보여줬던 코너들이 실망감을 줬기에, 스타PD ‘김영희'의 귀환과 함께 진행된 이번 개편은 적잖은 기대감을 동반한다.

개편하는 <일밤>의 MC들을 말하다.

메인 MC가 주는 이미지는 프로그램의 색깔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번 일밤 개편에 내정된 MC는 김용만, 탁재훈, 신정환, 김구라. 전체적으로 시청자의 눈엔 하자가 많은 MC 4인방이다. 상당히 게으른 이미지다. MC계의 양대산맥인 유재석, 강호동과 비교자체가 불가하지만, 레벨을 떠나, 일단 시청자의 눈에는 열심히 하는 MC와 대충하는 듯한 MC로 구분된다.

그럼에도 김영희PD가 고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이들 MC를 중심으로 일밤의 미래를 짚어볼까 한다.


날방MC 김용만?

<브레인서버이버>, <건강보감>, <대단한 도전>, <경제야 놀자>등에서 알 수 있듯이 김용만은 일밤의 터줏대감이자, 일밤의 살아있는 역사 ‘이경규’와 함께 유일한 진골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이경규가 일밤을 떠나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 둥지를 트긴 했지만, 그동안 다른 MC들이 방송 3사를 골고루 돌았던 것과는 달리, 이경규와 김용만 만큼은 ‘일밤’에 뼈를 묻었던 사람들이다.

지난 일밤 1000회 특집 설문조사 ‘일밤하면 떠오르는 MC?'라는 질문에서, 김용만은 이경규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는 것은, 대중들이 일밤에서 차지하는 김용만의 비중과 그간의 활약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경규도 없는 마당에 김용만 마저 없다면, 일밤의 전통적인 색깔이 지워진다는 점에서, 개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더군다나 이번 일밤의 개편은 공익버라이어티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더욱 김용만의 가치가 빛날 수 있다. 이번 개편을 진두지휘한 쌀집아저씨 김영희PD와 함께 이미 호흡을 맞춘 경력도 무시할 수 없다. 김국진 김용만의 <칭찬합시다>, 유재석과 함께한 ‘기적의 도서관’을 탄생시킨 <느낌표 - 책.책.책을 읽읍시다!>의 뒤에는 김영희PD가 있었다.

특히 <칭찬합시다> 경우, 명줄 끊기기 일보직전의 김용만을 살려놓은 프로그램으로 그에겐 의미가 깊다. KBS 희극인들과 마찰을 빚었던 감자꼴 4인방(김국진,김용만,김수용,박수홍)이 해체하고, 김국진과 도피성(?)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용만은 <테마게임>등으로 승승장구하던 김국진과 달리, <토토즐>등 여러 프로그램을 말아먹는다. 스스로도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을 패전처리용 MC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락하던 김용만을 살린 김영희PD의 궁합은 말할 것도 없고, 공익버라이어티속에 김용만은 안정감을 도모하기에 그만이다. 일전에 이경규가 말했듯이, “김용만의 캐릭터는 상대를 포용할 줄 아는 스펀지와 같다.” 김용만과 함께일 때 자신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익이란 컨셉은 김용만의 포용, 배려, 따뜻함과 일치한다. 여기에 <브레인서바이버>에서 보였듯이 집단게스트를 아우르는 리딩도 그의 장점이다.

김용만은 입담과 재치도 수준급이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성향의 김구라가 인파이터라면, 김용만은 철저히 아웃복싱 위주의 무하마드 알리를 닮은 수비토크를 지향한다. 이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에게 묻어간다는 소리도 자주 듣지만, 그의 맞받아치는 토크는 적중률이 높다.

문제는 그의 이미지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따뜻한 호빵MC’는 사라지고, ‘날방MC’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천장있는 방송’ 스튜디오를 선호하고, 분량은 다른 이들이 촬영한 준비된 비디오로 채운다. 어느 덧 녹화시간이 짧은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있다. 근래 진행을 맡거나 맡고 있는 <섹션TV 연예통신>, <신비한TV 서프라이즈>, <TV로펌 솔로몬> 등이 그러하다.

물론 그도 야외로 나가 진행을 했다. <라인업>, <일밤 - 고수가 간다, 대망, 몸몸몸> 등을 들 수 있다. <미스터리 특공대>의 경우 김구라의 말대로 MC가 아닌 출연했던 무당이나 환자들이 프로그램을 지배했다. 재밌는 건 최근 몇 년간 김용만이 야외로 나간 프로그램들은 시청률부진과 함께 줄줄이 조기종영의 쓴맛을 봤다는 점이다. 그나마 날방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선전중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김용만 = 날방MC’ 이미지를 굳히게 만들고 포용력 많은 ‘호빵MC’란 이미지를 죽였다.

날방이미지를 극복하고, 과거 <칭찬합시다>나 <느낌표>에서의 김용만을 어느정도 부활시키느냐에 그와 일밤의 키가 걸려 있다. 분명 김용만은 세간의 농담마냥 묻어가는 MC가 아닌, 일요일 저녁을 책임질만한 무게감이 담보된 MC이다. 그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김영희PD와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침체에 빠진 일밤을 재건하는 효과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아쉬운 것은 김용만의 파트너가 신정환이 될 거란 점이다. 컨츄리꼬꼬시절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탁신콤비는 오래전에 바닥이 드러난데다, <오빠밴드>를 통해 탁재훈과 김구라가 제법 어울렸기 때문이다. 물론 김용만과 신정환이 <라인업>,<대망> 등을 통해, 여러 번 호흡을 맞췄었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식상함이라는 과제를 남긴다.

조동아리 멤버(김용만,지석진,유재석)이자, 김용만의 오랜지기이며 사업파트너 지석진과 함께라면 어땠을까? 과거 <느낌표>에서 알 수 있듯이, 김용만과 유재석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해피선데이 <여걸식스>에서 벗어난 지석진을 잡아, 김용만의 옆에 붙였다면 시청자에게 신선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다줄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림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카드임에도 꺼내들지 않은 <일밤>제작진.

김용만과 신정환이란 주조연의 MC분배 공식을 따를 게 아니라,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내일을 향해 쏴라>를 떠올렸다면, 컨셉과 관계없이 개편된 <일밤>의 초반 시청률은 제법 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