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탈남녀의 몸짱효과 본 천유, '아이리스'도 벗을까?
<천사의 유혹>의 성공비결은?
막장드라마의 플롯은 변하지 않는다. 그 고리타분한 정형성은 진부하다 못해 짜증이상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시청자의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부함이 주는 익숙함이다.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사실 막장드라마만큼 친절한 드라마도 없다. 머리를 굴려가며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엔 복잡한 거미줄처럼 엮인 인물간의 설정은 십분만 봐도 알 수 있는 시청자의 손바닥에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캐릭터는 뚜렷하고, 그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는 눈에 익다. 게다가 전개부터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까지 언제나 시청자가 미리 가서 기다린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빨리 터져주는 것. 진실이 밝혀지고, 사단이 나든, 사랑을 하든 끝장을 보는 것이다.
전개 역시 직진이다. 후진이나 좌회전이 없다. 장면의 연결고리는 거의 대사의 끝과 맞물린다. A->B->C 다. 기존의 막장드라마가 A-> A'-> a ->B 식으로 여러 유통경로를 거치는 데 반해, <천사의유혹>은 원클릭에 주문배송이 끝난다. 간결함과 맞물려 위치추적이 가능한 Cut-back은 빠르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사실 <천사의유혹>도 다른 막장드라마와 차이가 없다. 막장의 인물들이 늘 해왔던 것들을 빠짐없이 재현한다. 단지 할 만한 것은 다하되, 안 해도 될 것은 버린다. 상투적이되 효율적이다. 드라마를 홍보하는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드신과 키스신. 그리고 노출.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신현우(한상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텐프로 아가씨 주아란(이소연). 전형적인 팜므파탈로 남편 현우를 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미수로 그친다. 불길속에서 살아난 현우는 전신 성형을 통해 안재성(배수빈)으로 부활한다. 아내에게 배신당한 분노를 복수로 갚아주려는 옴므파탈. 파탈남녀의 치열한 두뇌싸움중에 터진 ‘배수빈 초콜릿복근’과 ‘이소연 비키니’.
배수빈은 권상우, 송승헌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탄탄한 복근을 선보여, 옴므파탈의 야성미를 드러냈다. 이에 뒤질세라 이소연이 비키니로 랑데뷰. 볼륨감을 극대화하고자 몇주전부터 단식까지 해가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는 그녀는, 지난 주 방영분에서 비키니차림으로 나타나 매력있는 팜므파탈의 포스를 보여줬다.
지난 10일 방송된 파탈남녀의 몸짱대결은 '이소연 비키니'라는 키워드를 낳았고, 고스란히 시청률로 이어져, 5%이상으로 요지부동했던 <KBS 9시뉴스>와의 격차를 1%까지 따라 잡는다. 그리고 그 여파는 16일 방송분으로 이어져 역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정형화된 플롯을 가진 드라마는, 결국 극중 캐릭터와 이를 소화하는 출연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색깔의 짙고 엷음이 결정된다. 여기에 배우들의 러브신과 노출은 드라마에 기름칠 수준을 넘어, 필수 전개과정에 포함되고 있다. 내용에서 차별을 주지 못할수록 인물로 차별을 준다. ‘누가 누구와 베드신을 찍었다.’, ‘누가 벗었다.’에서 시청자는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게 될 뿐, 장면이나 내용에 초점을 맞추진 않기 때문에 신선한(?) 한 컷이 된다.
드라마가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거나 경쟁작에 쫓길 때, 혹은 좀 더 탄력을 받기 위해선 러브신과 노출만큼 간단하고 능률적인 방법도 드물다. 스피디한 전개와 달리 막장이란 굴레로 인해 더디게 오르던 시청률. 결국 치고 나가야 하는 지점에서 <천사의 유혹>이 꺼낸 카드는 배수빈의 복근과 이소연의 비키니였다. 그리고 효과는 화끈했다.
잘 나가는 <아이리스>도 벗을까?
매니아층을 확보한 장근석, 박신혜의 <미남이시네요>보단, 이번 주부터 수목드라마 경쟁에 새롭게 가세할 이준기, 윤소이 주연의 <히어로>가 <아이리스>에겐 복병이다. <히어로>의 초반 시청률과 입소문의 추이에 따라, <아이리스>가 뽑아들 카드는 김태희나 김소연의 비키니 혹은 샤워신이 될 거란 예상도 무리가 아니다. <히어로>의 홍보효과를 잠재우기 위한 필살기는 고만고만한 액션보단 화끈한(?) 한컷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가수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곡을 홍보함에 있어서도, 선정이 가미된 영상은 필수가 돼버렸다. 노출은 단순히 극의 흐름을 위해서라는 차원을 벗어난 마케팅이며, 외부의 경쟁상대를 압박하는 선전포고다. 받아들이는 시청자에 따라 서비스라는 측면과 불편함이란 측면이 충돌하겠지만, 결국 관심이라는 통로를 벗어나진 않는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결국 <아이리스>에 김태희나 김소연의 노출신은, 일지매에서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좌충우돌 열혈 삼류기자로 돌아온 이준기의 <히어로>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재밌는 건 극초반 이준기와 윤소이 키스신이 방송을 탈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준기의 <히어로>에 맞설 <아이리스>의 여전사는 김소연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