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과 함께하는 1박2일, 너는 내운명?
1년 만에 다시 내놓은 아이템,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 코너에 신청한 참가자가 무려 백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반가움보다는 놀라움, 놀라움보다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섭기까지 하다. <1박2일>의 '힘'을 느꼈다기보단, <1박2일>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담긴 시청자의 ‘힘’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하늘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수많은 별을 찾아 떠난 강원도 영월. <1박2일>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손에 닿기 힘든 별보다 손을 맞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빛났던 시간.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15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올빼미 투어’로 시작되었다. 운전할 사람을 뽑는 자동차 리모컨 복불복을 통해 이수근 간만에 핸들을 놓았고, 드라이버 은지원은 말없이 새벽길을 달렸다. 평이한 듯 보이나, 순조로운 스타트다.
휴게소에서 펼쳐진 야식을 위한 제작진의 미션을 받아 든 멤버들. 키홀더를 바라보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어리버리, 허둥지둥 MC몽이 실패하자 성공의 기대치는 제로까지 떨어진 회전판. ‘과연...? 안 돼.’란 생각이 스치기 무섭게, 다큐 김C가 회전판을 정중앙에 돌려놓는다. MC몽과 김C의 극과극 수행능력은 한편의 롤러코스터와 같다.
그리고 결정타는 <비어캔치킨>논란을 빚었던 이승기. 김C보다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MC몽을 능가하는 스피드와 영민함이 있다. 역시나 과정이 순조롭다.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집어든 것도, 3000원, 6000원짜리 메뉴로 나눈 것도 좋았다. ‘근데 우동이 아닌 해물철판볶음밥?’ 이것은 이승기 본인과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마저 긴장케하는 김C와는 또다른 재미를 부른다. 여유롭게 철판에서 볶음밥을 요리하는 아줌마가 압권이다. 다급한 이승기와 교차되며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했다. 1박2일 멤버들의 '야식 운명'은 결국 일반 시민들이 쥐고 있었던 것이다.
예능이 줄 수 있는 긴장감을 그동안 <1박2일>은 복불복과 미션을 통해 여러차례 보여주었다. 그리고 간단한 룰을 진화시킨 미션은 멤버들만이 아닌 휴게소의 시민들이 더해져 완성된다. 잔돈을 거슬러 주는 계산원, 철판요리를 하는 아줌마 등. 그분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재미도 긴장감도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계산한, 제작진의 노련함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1박2일은 내운명?
영월에 도착한 그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강이 아닌, 서강 주변의 관광명소인 청령포, 선돌, 선암마을을 차례로 찾아갔다. OB팀 (강호동,김C,이수근), YB팀 (은지원,MC몽,이승기)로 나뉘어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 미션이 부여 됐다. 바로 운명의 룰렛판에 숫자만큼 관광객들과 함께 찍는 사진촬영이다.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도, 도착된 곳에서의 촬영도, 철저하게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도움을 받는 <1박2일> 멤버들. 거리낌없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1박2일>의 촬영에 동참하는 시민들을 보면, ‘국민예능’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카메라 셔터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1박2일!”을 외치며 함께 한다는 동질감을 부여한다.
특히 강호동의 OB팀과 운명적인(?) 만남을 반복하며, 같은 코스를 밟았던 중년부부. 아내의 생일을 맞아 서강을 찾은 부부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도 <1박2일>엔 축복이었다. 마치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간 듯한 모습에 <1박2일>이 있다. <1박2일>이 시청자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1박2일>은 결국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청자가 걷고 싶고, 바라보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길을, 그들은 시청자의 눈높이와 보폭에 맞춰 걸을 줄 안다.
<1박2일>은 시청자를 닮아가고, 시청자는 <1박2일>속에 기대를 심고 원했던 그림을 찾는다. <1박2일>이 내운명은 될 순 없겠지만, 시청자가 운명일 수밖에 없는 <1박2일>은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재회를 꿈꾼다.
강원도 영월편은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의 예고편을 본 듯 했다. 본편을 준비하는 제작진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만큼 멋진 작품 하나. 그들이 만난 영월의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서강의 풍경보다 멋진 그림을 빚어내는 붓이 돼주었고, 기꺼이 물감이 돼주었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붓쟁이가 서툴면 그림은 졸작이 된다. 그러나 강호동을 비롯한 여섯멤버들은 한두번 그려 본 솜씨가 아니다. 전문콜렉터를 위한 작품이 아닌, 누구나 보고 ‘색감 좋네. 잘 그렸네. 훈훈하네.’ 딱 그 정도를 느낄만큼 시청자에게 내놓는다.
시청자와 TV라는 단절된 코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연대감. 시민들과 인연을 엮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1박2일>.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PS. 청령포를 '청룡포'로 오기한 자막을 내보낸 것은 옥에 티였다. 좀 더 신경을....
덧붙여,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아 치료중인 이승기씨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