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보석비빔밥 소이현, 눈웃음 부담백배 느끼녀?

바람을가르다 2009. 11. 15. 03:45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MBC 주말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보석비빔밥>. 바람 잘 날 없는 궁씨집안 가족들을 중심으로, 홈드라마 색깔을 부각시켜 시청률 두자릿수의 안정적인 궤도위에 올라섰다. 물론 동시간대 방송중인 SBS <그대웃어요>의 내공이 만만치 않아, 두 드라마간에 경쟁은 당분간 엎치락뒷치락하는 상황에서 크게 변동이 없을 듯 하다. 

<보석비빔밥>은 극중 철없는 부모 한진희와 한혜숙을 전면에 내세워 바람몰이에 성공한 뒤, 최근 궁씨집안 네남매의 러브라인을 본격 가동하면서 핸들을 반쯤 꺽은 상태다. 특히 첫째딸 궁비취(고나은)와 서영국(이태곤)의 사랑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지난 주에 방송된 비취와 영국의 '탈의실 키스'는 적잖은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또 다른 커플이 바로 궁루비(소이현)와 카일(마이클 블렁크). 이들은 집주인 딸과 세입자의 관계로 만나 티격태격 다투다 정이 들어, 현재 오빠 동생사이로 두터운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가난한 수도승이라고 생각했던 카일이, 미국 라스베가스에 유명 호텔을 경영하는 부모님아래 자란 재벌 2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속물 근성을 드러내던 루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간 친밀했던 두사람의 관계를 돌이켜 볼 때, 사랑이란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궁루비(소이현)와 카일(마이클 블렁크)은 '느끼남녀'?

이 둘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지켜보면, 닭살 그 자체다. 분명 애정행각은 아니다. 친한 오빠 동생사이에 나눌 수 있는 인생 상담이라던지, 자질구레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데도 자꾸만 김치가 생각난다. 왜?
카일은 능청맞지만 솔직담백한 미국청년이다. 그러나 출신을 속이기 힘든 발음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외국인이란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한국어 실력은 매우 수준급이다. 그러나 혀끝에서 꼬부라져 나오는 한국어는 느끼함을 동반한다. 더군다나 어설프고 어색한 연기는 눈뜨고 보기가 민망하다. 시청자에게 인내심을 강요한다.

파트너 소이현은 느끼남녀를 이루는 결정체다. 그녀의 눈웃음은 백만불짜리라는 평이 많다.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도때도 없이 날리는 눈웃음에 부담 백배. 손발은 오그라든다. 특히 카일과 대화할 때는 말끝에 반드시 눈웃음을 동반한다. 연인사이라도 그 정도로 눈웃음을 작렬하진 않는다. 하물며 오빠 동생사이라는 극중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는 자신의 장점이자 무기를 극중에서 지나치게 남발하는 경향이 보인다. 

소이현이 소화하는 극중 궁루비의 컨셉이 눈웃음 루비였던가. 속물 루비는 안 보이고, 그녀의 눈만 보인다. 드라마에서 느끼한 남자캐릭터는 많이 봐왔지만, 느끼한 여자캐릭터는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놀랐던 건 깜찍하고 귀여운 눈웃음이 느끼함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는 사실이다. 루비에서 영롱한 빛이 난다는 느낌보단 반질거리는 짝퉁 티가 난다.  
루비와 카일이 만나면 피자 한판에 마요네즈다. 지금도 견디기 힘든데, 만약 두 사람이 사랑을 고백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순간부터는, 감당해 낼 먹성 좋은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카일이 다니엘 헤니가 될 순 없다. 그러나 소이현의 눈웃음은 자제가 가능한 상황이니, 제발 적당히 날려주면 안될까.

리틀 최지우라는 별칭을 안고 브라운관에 입성했던 소이현. 그녀는 분명 연기를 잘 한다. 호감도가 떨어져서 그렇지, 소이현만큼 표현력이 뛰어난 여배우도 흔치 않다. 여기에 귀여운 눈웃음까지 달고 있으니 복받은 연기자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음식도 자꾸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횟수를 줄이던지, 농도를 조금만 더 낮춰 준다면 루비가 더 빛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