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는 막장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일본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비교체험 1-2
일드와 한드의 차이점 두 번째로
이번엔 플롯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여기서 플롯이란?
소설 ·희곡 ·각본 등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줄거리
또는 줄거리에 나오는 여러 사건을 하나로 짜는 작업과 그 수법.
플롯의 구성에서 일드와 한드사이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일드의 경우, 11부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회당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이 사건을 제공해 에피소드를 구성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한 뒤, 해소되는 플롯이 한 회를 구성한다.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회당 존재하고, 이를 통해 주인공이 조금씩 변해가고.
마지막 11부에서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갈등이 모두 해소된다.
마치 11권 짜리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
반면 한드의 미니시리즈 경우,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이 있고, 주변인물들과 엮이며 갈등과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은 일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일드처럼 회당 플롯이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드라마 전체를 두고
긴 호흡으로 엮여 진행되는. 좀 더 서사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할까.
일드보다 연속성이 강하며, 긴장감을 끌어내는 힘은 더 강하다는 사견이다.
쉽게 말해서 일드는 자장면 면발을 뽑을 때, 같은 크기로 여러 개로 끊고,
한드는 중간에 자르지 않고 길게 면발을 뽑아낸다고 하면 맞을까?
물론 일드도 한드와 같은 구조가 있고, 한드도 일드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필자가 드는 예시는 대체적으로 위와 같은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드라마는 일드와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어느 플롯이 낫다고 볼 수 없다.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취향 차이일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드라마가 가진 플롯구조를 좋아한다.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 건 일드보다 한드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회당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들을 비약해서 떠올리면,
일드의 경우,
“오늘은 대충 이렇게 해결이 되는 건가? 내일은 어떤 일이 생길까?”
한드의 경우,
“뭐라구, 그게 사실이야...?”
다음 회에선 주인공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한드는 철저히 주인공 중심의 에피소드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일드의 경우, 다음엔 어떤 누가 나와서 주인공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며,
주인공은 그들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줄까?
이런 식으로 예단이 가능한 스토리라인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드라마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주인공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일드는 강하지만,
시청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체계에 더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보다 중요한 건 소재고,
소재보다 중요한 건 스토리다.
스토리가 가진 힘.
한드는 이 점에서 일드에 못 미친다.
일드에는 다양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갖춘 드라마가 많다.
컨텐츠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돋보인다.
한국드라마는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랄까.
성공한 스토리의 겉표지만 남기고 무한 복제하는 상상력.
물론 일드에도 복제 드라마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드라마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차용돤다.
신데렐라콤플렉스, 기억상실증, 불치병, 고부간의 갈등, 출생의 비밀,
이복남매, 불륜과 같은 설정이 갖춰지지 않으면 드라마자체가
전개가 안 되는 빈약한 스토리텔링.
직업만 바뀔 뿐, 설정은 같다.
최근엔 일드와 미드의 영향인 진 몰라도.
한드에서도 기존보다 다양해진 소재가 다루는 것은 반가운 점이다.
<대장금>, <식객>, <고맙습니다>, <베토벤바이러스> 등의 성공사례가
한드가 가야할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
당시 다운로드가 없었다면 한류의 컨텐츠는 제자리에서 몇 걸음이나 뛰었을까?
필자는 인터넷과 다운로드가 한국영상산업에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한드는 여전히 표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고.
단기간에 쪽대본을 남발해가며 만들 수 있는 드라마는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제작시스템에서 얼마나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겠는가?
소재를 발굴하기보다 성공했던 기존의 드라마를 참고서로 삼고
비슷한 종류의 드라마를 만드는 데 집중되지 않았을까?
시청률이 저조하면 언제든 기획의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말이다.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로 인해,
일드와 미드의 국내 유입과 유통이 자유로워지고, 시청자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더이상 고만고만한 한드의 복제품으론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계기를 인터넷이 가져온 것이다.
한국드라마산업의 자성의 계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분명 일본이나 미국의 영상산업의 시장은 한국보다 크다.
자본과 기술력으로 그들을 앞서나가자는 말이 아니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고 육성하는 데 투자를 해야한다.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작가의 육성이 시급하다.
배우에게 몇 억씩 돌아가면서 스토리를 개발하는 작가에겐 그만한 대우를 하는가?
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에게 월급이나 제때 지급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말로만 컨텐츠를 부를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육성하는 시장이 열려야 한다.
미드나 일드처럼 못 만들기때문에 한드를 욕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 수 있는데, 노력도 투자도 하지 않는다.
시청자도 지금보다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막장드라마라고 욕해가면서 막장드라마를 계속 시청하게 되면
방송국은 손쉽게 시청률과 광고주를 잡을 수 있는
막장드라마를 계속 편성하게 된다.
막장의 유혹에서 시청자도 방송사도 벗어나야
좀 더 양질 컨텐츠가 막장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