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감귤 김C, 비어캔치킨 이승기 살렸다!

바람을가르다 2009. 11. 9. 06:33

8일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제주도 1118번 국도위를 달린 ‘캠핑카 투어’ 2편을 방송했다. 특히 지난 주 넷상을 뜨겁게 달군 이승기의 ‘비어캔치킨’의 결과물이 나오는 터라, 시청자로서는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비어캔치킨’이 불러온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제작진으로부터 어렵게 용돈 5만원을 획득한 멤버들이 저녁식사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봤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치킨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이승기의 고집이 불편했다는 점. 둘째, 이승기가 출연한 맥주광고의 제품을 구입하면서 간접광고 효과를 불렀다는 점이다. 강원도 삼척 덕풍계곡에서 맹활약한 ‘황제’ 이승기는 일주일만에, ‘위기’의 남자로 추락한다.

‘비어캔치킨’ 소동을 단순히 따져보면, 재미를 위한 에피소드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예능이란 관점에서 벗어난, 지나친 거부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논란자체는 <1박2일>이 국민예능의 접대를 톡톡히 치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멤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서 닭과 맥주캔을 고집스럽게 구입하는 이승기를 보는 시청자들은 불편할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식사해야 할 식탁위에 반찬값을, 이승기가 맥주값에 썼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굳이 ‘비어캔’치킨일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물음표다. 닭요리에 그가 모델로 참여한 맥주캔. 그의 의도에 순수성을 애써 읽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주 논란은 이번 방송으로 이어졌다.

감귤 김C, 비어캔치킨 이승기를 살렸다!

8일 방송은 두명의 낙오자를 낳았다. 바로 김C와 이승기다. 복불복게임에서 패한 김C는 도보를 통해 캠핑카가 있는 베이스캠프로 향해야 했고, 멤버들뿐 아니라 시청자마저도 불신하는 ‘비어캔치킨’의 요리과정은 이승기 혼자의 몫이었다.

민가를 찾아 축사 일을 돕고 감귤을 선물받은 김C의 활약은, 지난 일주일간 이승기를 차갑게 바라보던 시청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놓는다. 평소 알고 지낸 이웃을 대하듯 편안하게 다가가는 김C도 좋았고, 그를 부담없이 받아주는 집주인도 따뜻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아닌 ‘걸어서 축사속으로’ 들어가 한편의 체험 삶의 현장을 찍은 김C. 돌아가는 김C의 어깨에 짊어진 감귤은 ‘정’ 한 보따리다.


이런 게 무서운 거다. <1박2일>이 힘은 단순히 재밌기 때문이 아니다. 재미로 가는 과정에 리듬이 있다. 음표들이 따로 놀면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 주 이승기는 ‘비어캔치킨’으로 남들이 ‘도’를 부를 때, 혼자 ‘미’를 외치며 튀었다. ‘도’와 ‘미’사이에 균열을 혼자가 된 김C가 ‘솔’로 채운다. ‘도미솔’로 안정된 화음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결 누그러진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시청자는, 이승기의 ‘비어캔치킨’ 요리를 지켜본다.

요리사 허당 이승기선생은 닭을 씻지도 않은 채 닭살에 마늘로 화장을 하고, 랩을 싸서 불판위에 올리는 등 ‘경악’ 그 자체다. 엉망수준의 이승기표 레시피는 여전히 불편함을 동반한다. 만약 김C에 의해 시청자의 마음을 녹인 과정이 없었다면, 이승기의 행동은 예전과 같은 허당스러움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 찌증을 부르거나 채널을 돌리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김C의 활약이 이어진터라, 이승기의 요리를 불안불안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비록 논란의 닭요리였지만 멤버들이 맛있게 시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분명한 건 이승기를 살린 것은 치킨의 맛이 아니라, 김C가 노동의 댓가로 맛본 달콤한 감귤이었다는 점이다.

어떤 여행길도 항상 맑은 날씨에, 재밌고 평탄할 순 없다. 때로는 길을 잃고, 동행하던 이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도, 지혜롭게 푸는 것도 혼자가 아닌 함께 한 사람들 공동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1박2일>은 이승기의 ‘비어캔치킨’이란 비포장도로를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김C가 제주도 국도 위를 '정(情)'으로 포장하지 않았다면 <1박2일> 캠핑카의 바퀴는 구멍이 나고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박2일>내에 누군가의 실수는, 시청자가 아닌 그들안에 또 다른 누군가에서 의해서 메꿔지고 있었다. 그렇게 <1박2일>은 미워할 수 없는 또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 된 것이다. 

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섯명(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MC몽, 이승기)이 함께 있어야 조화를 이루고, 힘이 되며, 빛날 수 있는 지를 다시금 보여준 아주 특별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