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그 세번째 이야기 - 일본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비교체험 1-1
일드, 그 세번째 이야기로
일본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일본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비교체험 1-1
내용과 구성, 컨텐츠를 떠나 필자가 우선 제기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방송사와 연계된 제작과 편성의 문제다.
일드는 사전제작시스템으로 미리 촬영과 편집을 마친 완성품을
시청자에게 내놓는다.
반면 한드는 현재진행형 제작시스템이랄까?
3,4회분량 및 해외 로케이션 장면만 미리 찍어두고
나머지는 방송시작과 맞물린 상태에서 촬영이 이어진다.
더군다나 대본은 탈고되지 않은 채로 쪽대본이 난무한다.
시간에 쫓긴 대본과 촬영, 그리고 편집은 007을 방불케한다.
완성도에서 당연히 일드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간혹 작품성을 인정받는 드라마가 간간히 나오기도 하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벼락치기 공부를 해서 재수좋게 성적이 오른다해도
결국 꾸준히 예습복습을 해 온 친구가 좋은 점수 얻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한 건,
일드에 비해 한드의 분량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일드의 1회 평균 방영시간이 45분인데 반해,
한드는 기본 1시간은 찍어주는 센스(?)
게다가 이미 제작을 마쳤음에도 주1회 방송하는 일드
한창 다음 주 분량을 촬영중임에도 주2회 꼬박꼬박 챙겨주는 한드.
주2회 방송이면 두시간 짜리 영화한편이다.
빨리빨리 한국인의 근성이 드라마의 제작현장에서도 빛난다.
드라마니 다행이지, 성수대교같은 다리공사라면 아찔하다.
다음은 편성의 문제를 들 수 있는 데,
일드는 분기별 편성을 한다.
1월부터 시작해서 총 4분기.
그래서 한 작품은 거의 11부내지 12부로 이뤄진다.
이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각 방송사가 이 룰을 지키기 때문에,
시청자는 분기별, 요일별로 각방송사에 방영중인 드라마를 초이스하여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사전에 어느 방송사에서 어떤 드라마가 하는 지 충분히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컨택을 함으로 배신감이 덜 하다.
반면, 한드에서 분기별 편성이 어딨는가?
11부,12부가 아닌 16부작을 기준으로,
시청률이 잘 나오면 18부, 20부에서 24부까지
드라마 생각대로 하면 되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 13부 14부로 조기종영 시켜버린다.
졸지에 비비디 바비디 부 가 되버린다.
일명 고무줄 편성.
시청률이 잘 나오면 긴장감 있던 드라마가 늘어져서 짜증나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 중간에 열심히 보던 시청자만 황당해진다.
시청자가 아닌 광고주를 위한 드라마를 제작한다.
게다가 방송국간에 사전협의가 없다.
드라마매니아가 아닌 이상,
무슨 드라마가 언제 툭하고 튀어나올 지 모른다.
"너 어제 꽃보다 남자 봤어?"
"꽃보다 남자? 그게 뭔데? 아, 화장품?"
"허억..."
위와 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입소문을 타고서야, 5,6부 가서 중간에 끼어들기 시청을 하게 된다.
때로는 한 채널에서 하는 드라마의 7부를 보고 있는데,
다른 채널은 첫방송을 타고 있다.
16부를 다보고 나서야 그 채널을 돌리면, 그 채널 드라마는 10부를 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좁다.
일단 1,2회를 재밌게 본 드라마를 시청자는 왠만하면 끝까지 사수하게 된다.
그래서 방송국이나 제작사나 작가나 감독이나
1,2회에 목숨을 걸고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들여서 찍어낸다.
갈수록 탄력을 잃는 건 길게 쏟아 부어야 할 것을
1,2회에 집중적으로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드라마 중간쯤에 이르러서는 욕하면서 보게되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난다.
욕하던 일부는 재수좋게 다른 채널로 갈아타서 새 드라마의 1부부터
새롭게 시청하는 행운(?)을 맛보기도 한다.
시청자는 우후죽순, 뒤죽박죽 편성표에 휘둘려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깔끔하게 시청하기가 어렵다.
새드라마의 정보는 어디서 구하는가?
예능프로를 안 보면 그것마저 알 수 없다.
소개랄 것도 없다.
예능프로 MC와 새 드라마 주인공의 대화는 대충,
"제가 이번에 요방송국에서 하는 삐리리 작품에 아무개 역을 맡았습니다."
"아, 네... 첫키스는 언제 하셨죠?"
"대학교 2학년때..."
"시청자가 보고 있습니다."
"들켰나요? 솔직하게... 고등학교 수능끝나고."
"안 되겠군요, 벌칙!"
"중3! 중3!"
시청자가 홈페이지를 찾으며 직접 정보사냥에 나서야 하는 한드.
그나마 스타가 출연하면 인터넷에 기사라도 많이 난다.
그래서 스타작가나 배우가 출연하면 드라마의 사전홍보효과가 뛰어나다.
근데 웃기는 건.
제작사는 가뜩이나 제작이 열악한 환경에
출연료가 너무 많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스타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면 홍보가 안 되고, 광고가 안 붙어 편성이 안된다고
울며 겨자먹기로 고액스타를 출연시켜야한다고.
제작환경은 둘째치고라도 방송사간 편성만 제대로 이뤄지면,
스타의 비중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첫방을 하게 된다면,
시청자가 새드라마의 정보를 사전에 동시 캐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드라마의 선택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홍보도 스타가 아닌 장르와 스토리 위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잘 빠진 스토리라인을 갖춘 좋은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지,
스타의 몸자랑이나 개인기를 보고 싶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신양사태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방송사간 편성에 대한 룰부터 협의하고 정비해야 가야되지 않나 싶다.
고무줄 편성은 금지하고.
분기별 편성형태를 검토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은 된다고 생각한다.
일드의 11부작은 1분기 석달 기준이다.
한드의 16부작은 주2회이니, 두달 기준으로 일년을 6분기로 나누고.
미니시리즈의 경우, 16부작이면 16부작으로 합의하여
방송사별로 예능프로든 스페셜이든 충분히 홍보시간을 갖고,
각 방송사가 새드라마의 첫방송을 동시에 끊는다면
시청자의 선택의 폭도 오히려 늘어나고.
제작환경이 지금보단 나은 시스템으로 갈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다음 편에선
일본드라마와 한국드라마의 비교체험 1-2
를 게재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