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0점으로 시작한 청춘불패, 또 눈물마케팅?

바람을가르다 2009. 10. 31. 14:46
인기 걸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리얼버라이어티 <청춘불패>가 동시간대 1위를 달린 첫방송과 반대로 2회는 꼴지라는 수모를 당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말았다.

아이돌 걸그룹의 신 귀농일기 '청춘불패' 무엇이 문제인가? 
30일 방영된 2회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태우와 소녀시대 유리의 러브라인으로 밑밥을 깔아놓은 덕에, 신동엽 신봉선 <샴페인>의 메인코너 '이상형 월드컵'을 차용해 포문을 연다. 주인공은 아버지 뻘 그 이상으로 느껴지는 촌장 노주현. 카라의 구하라를 제치고, 유리가 노주현의 그녀(?)로 선정된다. 어떠한 재미도 긴장도 연출되지 않는 무미건조함.

사실 '이상형 월드컵'은 군입대를 한 붐에 의한, 붐을 위한 코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멘트가 절반이상을 살린 코너였다. 여기에 깐죽거리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신동엽이 가세해 분위기를 업시켰다. 그러나 '청춘불패'에서는 남희석도, 김태우도 그들의 역할을 반에 반도 해 주지 못한다. 노주현이 키를 쥔 모양새도 썩 달갑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전혀 불필요한 시간을 잡아먹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재미의 유무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청춘불패'의 메인MC 남희석과 보조를 하는 김태우, 노주현의 자질이 한눈에 드러나는 악수였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붐과 신정환 같이 빈틈 사이사이를 메꿔주는 보조MC의 중요성이 각인된다.  

특히 1,2회의 방송을 지켜본 결과, 과연 노주현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농촌생활에 익숙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그의 예능감을 높이 살 수도 없다. 오히려 걸그룹 멤버들의 끼를 억누르는 장벽처럼 느껴졌다. 언행에 있어, 눈치를 봐야 하는 상대가 늘어난 것 외에 뚜렷한 장점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필요하다면 김태우의 연적이 될 만한 또 다른 보조MC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반문을 해 본다.

올해로 103세가 되신 마을의 최장수 어르신을 찾아가 장기자랑을 펼쳐 보이는 G7 멤버들. 취지는 좋았다. 반면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개인기로 먹여 살리는 '청춘불패'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색깔이 없다. 패턴이라고 해봐야, 장기자랑과 노동이다.
미완성된 캐릭터속에 라이벌 의식들이 있어서인지는 모르나 여전히 멤버들간에 어색함이 감돌고, 별다른 부딪힘도 없다. 당연히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없다. 시청자가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것은 단순히 카라 구하라의 예능감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아니다. 카라와 소녀시대멤버가 만나면, 브아걸과 포미닛이 만났을 때, 어떤 돌발적인 그림이 연출될까이다.

반드시 하하호호일 필요는 없다. 칭찬과 격려 속에 우정을 다져가는 모습도 필요하지만, 상대 그룹에 대한 반감내지 질투도 드러날 수 있다. 솔직 담백을 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라면 말이다. 각개전투로 일관하는 멤버들을 보며, 걸그룹의 인기에 편승한 급조된 프로그램이라는 잔상이 떠나지 않는다.

2회의 유일한 웃음은 걸그룹이 아닌, 김신영에게서 터져 나온다. 고추아가씨 선발대회가 즉석에서 펼쳐지자, 그녀의 예능감이 발휘된다. 브아걸의 나르샤도 고령(?)의 나이에서 뿜는 노련함이 돋보인다. 순발력이나 적극성은 구하라에게 밀리나, 센스만큼은 나르샤가 한수위라고 할 수 있다. 청춘불패 G7내에 예능의 '진선미'를 꼽자면, 진은 구하라, 선은 나르샤. 그리고 '미'는 없다. 치열함이 없기에 개인의 역량만이 눈에 띄게 되는데, 아직은 그 둘을 제외하고는 '글쎄...'만이 남는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소속된 걸그룹의 이미지를 벗어낸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하라와 나르샤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면, 4차원 캐릭터를 선점하려고 노력하는 포미닛의 현아와 시크릿의 선화. 문제는 아직은 멍을 잡는 티아라의 효민은 둘째치고,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가 여전히 '소녀시대'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지도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그녀들이 자칫 병풍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녀시대'라는 타이틀이다. 여기서 그녀들이 출연한 모 라면광고 CF가 오버랩된다. 라면을 먹는 데, 왜 소녀시대 노래의 안무가 광고의 반을 차지해야 하는 지 알 수 없다. 소녀시대의 안무가 아닌 라면의 맛이 중요한 컨셉이어야 설득력이 있듯이, <청춘불패>에선 소녀시대의 이미지가 아니라 유리와 써니의 색깔이 드러나야 한다. 지금은 너무나 밋밋해 편집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청춘불패>는 화려한 무대위를 오르는 걸그룹 멤버들에게, 농촌체험의 기회를 선사하며 그안에 소소한 재미를 부여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기에 100점이 아닌 10점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0점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20점 30점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9점 7점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멤버들의 재량이 아닌, 제작진이 얼마만큼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고작 1회 때 뽑아먹은 눈물마케팅을 다시금 3회에 재현하는 수준의 기획으로는 '청춘불패'가 아니라, '청춘완패'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