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불친절한 아이리스, '급전개'로 악수두다
바람을가르다
2009. 10. 30. 05:41
첩보 액션물로 제작비 약 200억에 총 20부작 <아이리스>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이병헌과 김태희, 정준호 등 톱스타를 대거 동원해 방영전부터 홍보효과가 대단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국내외 첩보영화와 드라마들의 에피소드로 퍼즐을 완성시킨 짜깁기 드라마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도를 넘은 클리셰와 의도하지 않은 오마주가 난무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대작(?)의 더 큰 문제는 시청자를 당황시키는 급한 전개에 있다. 기승전결에 '승'이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청하는 내내 '어떻게?'와 '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비밀요원들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시청자까지 속일 필요가 있을까.
어설픈 패러디(?)와 필름을 난도질한 29일 방송된 6회를 돌아보자.
이병헌이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가 죽으면 드라마가 끝나 버리니까. 총이나 미사일로는 죽지 않을 김현준(이병헌)이다. 영화 <친구>에 장동건이 사시미로 열일곱 방 묵고 "마이 묵었따." 한마디가 김현준의 입에서 터져 나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전지현, 정우성 주연의 영화 '데이지'를 연상시키듯, 최승희(김태희)가 진사우(정준호)앞에서 '아이리스'의 꽃말을 주절거리고 있을 때, 김현준은 김선화(김소연)와 급만남, 급난투, 급러브를 십분만에 완성한다. 여기에 영화 '올드보이'를 살짝 깔아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느닷없이 눈밭위에서 만난 김현준과 김선화. 목숨을 놓고 싸우고, 용서하는 과정. 그리고 싹트는 사랑이라는 큰 줄기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자꾸 웃음이 난다. 뜨거운 커피에 딱딱한 버터를 녹이며 모든 설명은 끝났다는 연출자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장단을 맞추듯 시청하는 입장에서 3분이면 오케이하는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몰입이 더 잘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부작이다. 얼마나 더 많은 퍼즐을 준비했길래, 시청하는 이의 감정선마저 죽여야만 했을까.
한회의 러닝타임이 끝을 달릴수록 <아이리스>는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 아키타에서 현준에게 한줄의 메모를 남기고 떠나는 선화. 그리고 강원도에서 붙잡혀 NSS본부에 이송된다. 취조는 6회 초반에 NSS를 탈퇴했던 최승희(김태희)의 복귀무대. 버튼 하나로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낙후(?)된 NSS은 둘째치고, 선화가 '왜', '어떻게' 잡혔는지는 대한 상황이 말한마디로 정리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시청자에게 무리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앰뷸런스안에서 훈련된 장정 너댓명을 맨손으로 때려 눕힌 김선화를 완벽하게 제압했던 김현준은 같은 시각, 일본 아키타 현 현지 경찰에게 별다른 설명없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있다. 물론 7회 때 설명이 되어야 겠지만, 일련의 과정이 의혹보다 혼란으로 채워진 면이 많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불친절한' 아이리스가 아닐 수 없다.
아이리스가 이렇게 급하고 무리한 전개를 택한 이유는, 바로 태생이 복제품라는 시선 때문이다. 독창적인 컨텐츠라고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드와 첩보영화를 짜깁기 한 흔적을 지워내기 위해, 시청자의 눈을 속이는 교묘한 편집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빠른 전개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제작진이야 당연히 드라마의 전개를 알고 있기에 마구잡이로 편집해도 서울로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겠지만, 이정표 하나없이 시청자를 고속도로 한복판에 버려두면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소재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복제드라마가 판을 치고 쪽대본이 난무하는 국내드라마의 열악한 제작환경속에서, <아이리스>의 과감한 투자와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더군다나 스케일과 비쥬얼만으로도 용서가 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천한 태생에 차별을 준답시고 무리한 편집 등을 동원하는 악수로, 상황을 억지스럽게 구겨 넣으면 곤란하다. 짜깁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해도 정공법으로 뚫고 가는 것이 맞다. '실장님'이 '이사님'으로 바뀌는 거 외에 뚜렷하게 다를 게 없는 막장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을 몰라서 시청자들이 보는 것이 아니다. 시청에 방해되지 않는 최소한의 템포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무엇을','어떻게'가 있기 때문에 과정에 있어 욕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해를 동반하는 구실도 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아이리스>는 액션도, 멜로라고도 보기 힘들정도로, 극에 대한 몰입이 필요한 상황에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한편의 코미디같다. 출연하는 배우들을 더이상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보기좋고 화려하다해서 모양에 맞지 않는 퍼즐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출 게 아니라, 모난 퍼즐이라해도 다듬어서 쓸 줄 아는 지혜를 보였으면 한다.
여기에 도를 넘은 클리셰와 의도하지 않은 오마주가 난무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대작(?)의 더 큰 문제는 시청자를 당황시키는 급한 전개에 있다. 기승전결에 '승'이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청하는 내내 '어떻게?'와 '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비밀요원들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시청자까지 속일 필요가 있을까.
어설픈 패러디(?)와 필름을 난도질한 29일 방송된 6회를 돌아보자.
이병헌이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가 죽으면 드라마가 끝나 버리니까. 총이나 미사일로는 죽지 않을 김현준(이병헌)이다. 영화 <친구>에 장동건이 사시미로 열일곱 방 묵고 "마이 묵었따." 한마디가 김현준의 입에서 터져 나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전지현, 정우성 주연의 영화 '데이지'를 연상시키듯, 최승희(김태희)가 진사우(정준호)앞에서 '아이리스'의 꽃말을 주절거리고 있을 때, 김현준은 김선화(김소연)와 급만남, 급난투, 급러브를 십분만에 완성한다. 여기에 영화 '올드보이'를 살짝 깔아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느닷없이 눈밭위에서 만난 김현준과 김선화. 목숨을 놓고 싸우고, 용서하는 과정. 그리고 싹트는 사랑이라는 큰 줄기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자꾸 웃음이 난다. 뜨거운 커피에 딱딱한 버터를 녹이며 모든 설명은 끝났다는 연출자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장단을 맞추듯 시청하는 입장에서 3분이면 오케이하는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몰입이 더 잘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부작이다. 얼마나 더 많은 퍼즐을 준비했길래, 시청하는 이의 감정선마저 죽여야만 했을까.
한회의 러닝타임이 끝을 달릴수록 <아이리스>는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 아키타에서 현준에게 한줄의 메모를 남기고 떠나는 선화. 그리고 강원도에서 붙잡혀 NSS본부에 이송된다. 취조는 6회 초반에 NSS를 탈퇴했던 최승희(김태희)의 복귀무대. 버튼 하나로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낙후(?)된 NSS은 둘째치고, 선화가 '왜', '어떻게' 잡혔는지는 대한 상황이 말한마디로 정리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시청자에게 무리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앰뷸런스안에서 훈련된 장정 너댓명을 맨손으로 때려 눕힌 김선화를 완벽하게 제압했던 김현준은 같은 시각, 일본 아키타 현 현지 경찰에게 별다른 설명없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있다. 물론 7회 때 설명이 되어야 겠지만, 일련의 과정이 의혹보다 혼란으로 채워진 면이 많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불친절한' 아이리스가 아닐 수 없다.
아이리스가 이렇게 급하고 무리한 전개를 택한 이유는, 바로 태생이 복제품라는 시선 때문이다. 독창적인 컨텐츠라고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드와 첩보영화를 짜깁기 한 흔적을 지워내기 위해, 시청자의 눈을 속이는 교묘한 편집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빠른 전개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제작진이야 당연히 드라마의 전개를 알고 있기에 마구잡이로 편집해도 서울로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겠지만, 이정표 하나없이 시청자를 고속도로 한복판에 버려두면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소재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복제드라마가 판을 치고 쪽대본이 난무하는 국내드라마의 열악한 제작환경속에서, <아이리스>의 과감한 투자와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더군다나 스케일과 비쥬얼만으로도 용서가 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천한 태생에 차별을 준답시고 무리한 편집 등을 동원하는 악수로, 상황을 억지스럽게 구겨 넣으면 곤란하다. 짜깁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해도 정공법으로 뚫고 가는 것이 맞다. '실장님'이 '이사님'으로 바뀌는 거 외에 뚜렷하게 다를 게 없는 막장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을 몰라서 시청자들이 보는 것이 아니다. 시청에 방해되지 않는 최소한의 템포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무엇을','어떻게'가 있기 때문에 과정에 있어 욕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해를 동반하는 구실도 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아이리스>는 액션도, 멜로라고도 보기 힘들정도로, 극에 대한 몰입이 필요한 상황에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한편의 코미디같다. 출연하는 배우들을 더이상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보기좋고 화려하다해서 모양에 맞지 않는 퍼즐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출 게 아니라, 모난 퍼즐이라해도 다듬어서 쓸 줄 아는 지혜를 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