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아이리스, 이병헌을 삼켜버린 3가지

바람을가르다 2009. 10. 29. 14:20

최근 수목드라마 <아이리스>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빅뱅의 탑 등 톱스타를 대거 출연시킴과 동시에 제작비 약 200억원을 쏟아부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이슈를 떠 안고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분명 이 드라마는 액션 장르를 표방한 첩보물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액션과 줄거리보다는 이병헌김태희의 러브신이 대중들에겐 더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스개소리로 대한민국 드라마는 삼각관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돌았었다. 그리고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드라마는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거기서 거기라는 평을 자주 듣는다. 장르적인 재미를 살리는 것도 서툴지만, 스토리텔링이 빈약해 클리셰가 난무한다. <아이리스>도 예외는 아니다. 시청자의 눈에 낯익은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상투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그나마 이병헌과 김태희의 러브신이 극을 이끄는 형국이다.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지닌 <아이리스>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한가지를 꼽자면 한류에서 월드스타로 도약중인 이병헌이다. 이병헌의 연기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그러나 톱스타 이병헌마저 삼켜버린 <아이리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내용의 식상함.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짜깁기가 난무한다. 한국영화 <쉬리>부터, 멧데이먼 주연의 <본 아이텐티티>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미국드라마 <엘리어스>가 교차한다. 문제는 <아아리스>만의 독창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를 넘어버린 클리세와 에피소드 속에 굳이 찾자면,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탕키스' 정도랄까. 총격씬 마저 <영웅본색> 오우삼감독에 대한 오마주로 도배된다.    

둘째, 구성의 산만함.
지난 5회에서 볼 수 있듯이, 장면은 나름 화려하되 구성은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화면안의 긴장감을 철저하게 죽여버린다. 무수한 총격씬 속에 제임스 본 이병헌은 물론이고, 어느 하나 치명타를 입지 않는다. 빗나간 한방을 위해 저격수 김소연은 왜 그렇게 클로즈업 해야 했는지. 순간 이동하듯 이병헌이 탈출하는 장면도 특별한 설명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김태희가 탄 자동차가 폭발하면서 정지된 이병헌과 쉴새없이 움직이는 김승우가 한 시퀀스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엉성한 편집에 긴장감을 조여줄 BGM은 소음이상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샛째, 파트너 김태희의 맹활약(?)
러브신은 잘도 소화하던 김태희가 프로파일러 최승희로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한다. 사랑하는 애인이 위기에 빠졌음에도 불안과 초조는 찾기 힘들다. 연기의 불안함이 드러날 뿐이다. 극초반에 보여주었던 모습과 사뭇 다른 균열이 일고 있다. 방영전부터 우려된 김태희의 연기력이 다시금 도마위에 오르기 알맞은 연기를 보여주고 만 것이다. 사실 김태희에 가린 면이 있어서 그렇지, 정준호나 김승우의 연기도 캐릭터에 녹아있다고 볼 수 없다.

<아이리스>가 수목을 평정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쪽짜리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미드 따라잡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후발주자임에도 신선함이 결여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식상함은 둘째치고, 막장드라마도 손쉽게 연출하는 긴장감마저 주지 못하는 엉성한 편집은 극중 배우들이 아니라, 시청자가 눈물 날 지경이다. 그나마 이병헌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벌써 좌초했을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된다.

식상함을 떨치기 위해 스피디한 전개를 택한 것은 어쩔 수 없다해도, 적어도 시청자가 따라갈 호흡은 맞춰가는 템포조절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쓸데없이 늘어지는 5회를 보면서 <아이리스>의 앞으로가 오버랩이 되는 것 같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아이리스>는 분명 기존의 국내드라마와 비교해 볼거리가 많다는 점에서 플러스가 있다. 그러나 스케일 잡아먹는 식상한 스토리라인과 엉성한 편집은 결코 이병헌과 김태희의 베드신으로 묻혀지지 않는다. <아이리스>만의 색깔이 나올 수 있는 그림이 언제쯤 나오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병헌도 빛을 잃기 시작한 것 같아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