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이승기의 '탈신비주의', 월드스타 비와 다른 이유

바람을가르다 2009. 10. 28. 14:26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 최고 블루칩중에 한사람이 이승기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트리플크라운의 사나이라고 불릴 만큼 본업인 가수로서는 물론,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히트를 친다. 여기에 리얼버라이어티 <1박2일>허당에서 토크쇼 <강심장>의 메인MC로,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다. 지난 22일 한국광고주협회는 '2009 광고주의 밤'이란 행사를 통해,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로 이승기와 손담비를 선정했다. 이승기는 CF스타로서도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것이다.

이쯤되면 이승기도 '신비주의'마케팅을 시작할 시점이 도래한 것은 아닌가 질문을 던지게 한다. 현재 이승기정도의 인기에 다른 연예인이라면 벌써 시작했을 마케팅이 바로 '신비주의'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기는 그들과 달리,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전세대에 걸쳐 인지도와 함께 인기를 높여가며 몸값을 상승시키고 있다.

이승기는 왜 '신비'가 아닌 '정면돌파'를 택했는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단번에 인기를 휘어잡은 이민호의 경우, CF나 뮤직비디오외에는 여타 방송활동이나 작품을 하지 않으며 철저한 관리에 들어갔다. 이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 한편의 히트작으로 지나치게 베일속에 숨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월드스타 비보다도 만나기가 힘들정도다.

물론 이민호는 작품으로 말하는 배우라는 사실에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그의 행보가 대중들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일 차기작이 실패할 경우, 그에 대한 대중들의 냉소는 늘어날 것이고 수많은 안티를 낳는 결과를 부를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비주의는 높이 날 수 있는 날개가 될 수도 있지만, 상처입은 날개는 추락하는 속도도 빠르다. 

이승기의 케이스는 이민호와 같은 정통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롤모델을 굳이 찾자면, 월드스타 비(정지훈)를 꼽을 수 있다. 

정지훈의 경우, <나쁜 남자>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 연말대상을 수상하기 까지 가수 비로 인정을 받는 과정속에, 초창기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후, <상두야 학교가자>, <풀하우스> 등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합격점을 받으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확고한 위치를 점한다.

특히 그가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배경은 박진영이라는 유능한 파트너를 만난 것도 있으나, 가수라는 본업 뿐 아니라 <상두야 학교가자>와 같은 드라마가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먹혀들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의 활동이 해외에선 가수활동을 하는데 인지도를 높이는 톡톡한 효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민드라마라는 별칭을 얻은 <찬란한 유산>의 히어로 이승기가 정지훈의 코스를 밟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한류가 죽었기 때문이다. 배용준의 <태왕사신기>가 마지막일 정도로 이제는 더이상 한국드라마의 컨텐츠가 아시아시장에서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만고만한 한국드라마의 식상함이 용서가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국내에서 아무리 히트를 친다해도 해외시장이 시큰둥한 것은 <겨울연가>의 수많은 아류작들이 달콤한 열매를 이미 빼먹고 껍데기만 남겨 두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욘사마외에도 이병헌, 장동건, 송승헌, 권상우 등 셀 수 없는 한류스타를 배출했지만 그들조차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이다. 이것은 곧 <찬란한 유산>과 같은 드라마는 일본 등 해외에서 더이상 매력적인 드라마가 아니라는 사실로 이어지며, 이승기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월드스타 비가 국내에서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의 스타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인간 정지훈이 겸손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서 튀지 않고 겸손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 주었다. 여기에 인위적인 '신비주의' 전략을 썼다기 보단 한류스타에서 월드스타로 활동을 확장하면서, 국내활동이 뜸해질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밟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여전히 그에 대한 대중들의 성원으로 이어진다.

이승기의 장점은 정지훈과 같이 전세대에 어필하면서도 겸손과 친근감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안티가 거의 없다고봐도 무방할 만큼 초심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에 이승기의 팬이건 팬이 아니건 응원을 유도하게 만든다. 이 상황에 국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신비주의 마케팅을 펼친다면, 이승기의 팬이 아닐 경우, 일종의 배신감을 동반할 수 있다. 뚜렷한 이유가 담보되지 않은 활동중단은 인간 이승기의 매력을 죽이고, 스타 이승기만 남기는 꼴이 되버린다.   

최근 <강심장>을 통해 강호동과 투MC로 활약하는 이승기를 바라보면 그의 다재다능함과 영민함을 재차 확인케 만든다. 프로그램의 이해력이라든지 빠른 적응력은,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젠틀한 이미지, 적극성과 센스는 차세대 MC로서 가능성 이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단순한 발전이 아닌, 앞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길을 트고 있다.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스타성을 소모한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영향력에서 수많은 배우들을 제치고 유재석과 강호동, 이승기 등이 탑에 오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노출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진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스타가 스타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택하는 신비주의보단, 대중들과 친근하게 호흡하는 쌍방향형 스타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비 딱지를 외면하고 정면돌파를 택한 이승기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